[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게임을 제외하곤 외부와의 교류를 완벽히 차단한 은둔형 외톨이 ‘차현수’(송강), 어느 날 나타난 의문의 괴물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현관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 홈> 속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존재는 주연이자 괴물화가 진행중인 인물 ‘현수’다. 욕망에 매몰된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청년 ‘현수’로 분한 배우 송강과의 대화를 공유한다.
우선 축하한다. <스위트 홈>이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50개국 이상에서 top10으로 선정됐다.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시청률 순위권에 오른다는 것 자체는 무척 기쁘지만 솔직히 아직은 얼떨떨하다. 지인들이 재밌게 봤다며 연락을 많이 주는데 그럴 때 드라마의 인기가 새삼 실감이 난다. (웃음)
전작인 <좋아하면 울리는>과 <스위트 홈>까지 두 편 연속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의 주연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는 별명도 생겼는데. (웃음)
작품을 할 때마다 감독님들께 “디렉션을 연기에 곧장 반영한다.”라고 칭찬을 자주 받았다. (웃음) 이게 좋은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모든 에피소드가 동시에 공개되는 것은 물론 수십 개 국가에서 공개된다는 특징이 있다. 벌써 두 번째 (넷플릭스) 작품이지만 한국 드라마가 수많은 문화권의 시청자들로 사랑받는다는 건 여전히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다.
데뷔작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좋아하면 울리는>을 비롯해 주로 청춘 로맨스물에 출연했다. 상상력에 기반한 액션 호러에 도전했는데 이전과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은 없었나.
새로운 연기는 언제나 즐겁고 기대된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부담보다는 다른 지점에서 오는 부담감이 크더라. 우선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의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했고 감독님의 이름, 원작이 유명한 웹툰이라는 점 등 여러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팬으로서 굉장히 욕심나는 작품이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 이응복 감독은 드라마계 마이다스의 손으로도 유명한데 그와 함께한 작업은 어땠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께서 “나도 너를 믿을 테니 너도 나를 믿고 네가 생각하는 ‘현수’를 마음껏 표현해봐라.”고 하셨다. 으레 하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연기에 대해선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현장 리허설 때 준비한 것을 보여주면 감독님께서 그에 맞게 찍으셨다.
<스위트 홈>은 모종의 이유로 사람들이 괴물로 변화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그린홈’ 아파트 입주민들의 치열한 생존기다. 당신이 맡은 역할 ‘차현수’는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자 괴물화를 겪고 있는 사람인데.
괴물화를 겪는 과정에서 은둔형 외톨이 ‘현수’와 환영 속 ‘현수’ 두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그래서 대본을 받은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또 읽었다. 일상에서도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서 행동하려고 했다. 어느 날은 ‘현수’가 되어서 음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걸음걸이나 감정까지 모든 상황에서 ‘현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는 했다.
드라마 속 ‘현수’는 그간의 꽃미남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더라. 웹툰과의 싱크로율을 우려하던 원작 팬들조차 놀랐는데.
웹툰 속 ‘현수’에 최대한 가깝게 보이기 위해 더벅머리를 하고 넉넉한 품의 후드를 입었다. 또 분장할 때도 다크서클을 진하게 그리고 파운데이션도 한 톤 어둡게 썼다. 전신이 카메라에 잡힐 땐 어깨를 굽히고 목을 빼서 왜소해 보이려고 했다. 이외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다는 설정은 내 아이디어였다. (웃음) 외적인 걸 전혀 신경 안 쓰는 아이라고 생각했고, 감독님께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는데 바로 수락하셨다. 또 성격적으로는 내 안에서 가장 내성적인 모습을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조금 더 어둡고 내성적이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그렇다면 환영 속 ‘현수’는.
내 안에 있는 가장 사악한 존재를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려고 했다. 특히 입꼬리를 많이 활용했는데 비열하고 사악한 미소를 통해 소심한 현실의 ‘현수’와 구분점을 만들었다.
감정 연기뿐 아니라 괴물과 맞서며 고난도 액션 시퀀스도 소화해야 했다. 본격적인 액션은 처음인데.
액션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에 앞서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낙법이나 구르기 같은 기본기를 먼저 익혔다. 이후에는 현장에서 무술 감독님과 합을 맞춰보며 액션을 완성해갔다. 액션은 처음이라 체력적으로 고됐지만 촬영 내내 즐거웠고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황폐화된 세상과 독창적인 괴물들을 생생하게 구현해낸 CG도 <스위트 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웹툰이 기반인 만큼 화면에 어떻게 구현될 지에 대한 걱정도 컸다. 할리우드 메이킹 영상에서나 보던 크로마키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흥분됐고 상상이 실체로 구현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신기하고 즐거웠다. 다만 의도치 않게 비싼 특수분장을 망가뜨릴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웃음) 내 연기뿐만 아니라 웹툰 속 괴물들이 어떻게 그려질지도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화면에서 실감나게 표현됐더라.
드라마 초반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은 옆집의 여자괴물부터 머리가 잘린 회사원 괴물까지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는데.
모두 인상적이지만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자면 식탐 괴물이다. 무서운 걸 못 보는 편이지만 내가 직접 참여한 작품이고 내용을 전부 알다보니 드라마를 좀 만만하게 봤던 거 같다. (웃음) 불을 끈 채 (드라마를) 보다가 식탐 괴물을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무서운 걸 잘 못 본다면 평소에는 어떤 작품을 주로 선호하나.
직접 연기하는 데는 장르를 따지지 않지만 관람에 있어서는 기준이 뚜렷한 편이다. 앞서 말했듯 호러에 무척 약하다. ‘워킹 데드’ 시리즈를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웃음) 대신 엄청 유치한 내용의 로맨스나 넷플릭스 <키싱부스> 같은 하이틴 로맨스를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더라.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최근엔 톰 하디 주연의 <레전드>라는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톰 하디가 1인 2역으로 등장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무의식적으로 두 캐릭터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보고 있더라. 마침 <스위트 홈>의 ‘현수’도 그런 인물이라 그의 연기가 더 와닿기도 했고. 그 때 톰 하디라는 배우에 꽂혀서 그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찾아봤다. (웃음)
급박하고 어두운 드라마의 분위기와는 달리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아무래도 또래 배우들이 많기도 하고 선배님들이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하게 현장을 이끌어줘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고민시 배우와는 <좋아하면 울리는>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더 막역하기도 하고. 특히 이진욱 선배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테스트 촬영때부터 눈을 뗄 수가 없더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이 충격적으로 멋있었다. 선배님이 등장하는 매 장면마다 모니터링을 하며 그 눈빛을 연구했다. (웃음)
시즌 1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벌써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다음 시즌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고 ‘(시즌 1의) 반응이 좋으면 찍을 수 있다’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다. ‘현수’가 시즌 2에서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하는 욕망이 커져 <베놈>처럼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면 (괴물로) 변화해 지키고, 다시 원래의 순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많이 했다. 어쩌면 실험 대상이 되거나 혹은 더 강해진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상상은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웃음)
차기작으로는 나문희 배우와 함께한 tvN 드라마 <나빌레라>를 선택했다.
어릴 적부터 TV에서만 보던 대선배님과의 작업에 긴장을 많이 했다. 대사를 틀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도 설치고 대본 리딩 전날엔 리허설하는 꿈도 꿨다. (웃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나문희 선배님은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데뷔 이래 3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포함해 매해 한 작품 이상 선보이고 있다. 쉴 틈 없이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는데 지난 시간 동안 아쉬운 점 혹은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
매사에 최선을 다해왔고 그 덕엔 지금까진 후회 없이 살았던 거 같다.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고,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말보단 표정으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는 게 최종 목표다. 또 기회가 된다면 소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숙해진 모습과 연기를 누아르 작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장보는 걸 좋아하는데 밖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요즘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그 순간의 행복이 꽤 큰 거 같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
[mail:geumyong@movist.com]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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