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SINKHOLE,2021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더 이상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정형화된 틀에다가 계속해서 찍어대면 그것은 기존의 것을 답습한 수준에 머무른다. 몇 번은 더 써먹어도 통할 것 같기에 주구장창 그 틀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이유로 비판을 받고 실패작이라는 멍에마저 얻게 된다. 물론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다 썼음에도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단지 영화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엔 운을 비롯한 여러 요인들도 함께 작용하고 있기에 말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의 돈과 노력이 들어간 사실을 관객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야기가 재미없다 할지라도 눈요기 거리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에 기왕 같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 편이 훨씬 안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이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리얼, 7광구와 같은 영화들을 통해 충분히 실패를 경험해봤다. 다만 이 영화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독특함이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보다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천만관객 영화들의 전형을 고스란히 답습하며 그 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영화 싱크홀 역시도 그런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근에 개봉했던 발신제한이나 혹은 과거 흥행에 성공한 해운대 등등의 영화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서로 다른 재난상황을 가져다 코믹요소 몇 스푼과 긴장감 넘치는 액션에 CG 몇 스푼! 마지막으로 신파를 끼얹으면 K무비는 완성된다. 그래서 플롯은 거의 정해져있고 얼마나 잘 빠지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그것이 흥행의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싱크홀은 제법 성공할만한 이야기로 무난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을 것 같은 캐릭터에 재미있는 배우들을 조합해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흡수될 수 있도록 하고, (제목만 보더라도 이미 예상은 가능하지만) 갑작스런 재난을 통해 사건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가 떠오르는 신파의 정점과도 같은 장면까지.. 이 모든 과정들은 영화를 자주 접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장면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특별할 것 없는 장면들을 활용했음에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며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차승원과 이광수라는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할 것인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조차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선택해서 보는 이유는 결국 그 모습을 보기 위함이고, 이는 곧 익숙함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성공적인 결과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일한 장면이 누군가에겐 지루한 장면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익숙한 즐거움으로 다가왔을 테니까.

그럼에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내용이 이 영화에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싱크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싱크홀에 빠지기 직전까지와 마지막 결말 부분은 세밀한 부분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머릿속으로 스케치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싱크홀에 빠진 상황에서의 이야기는 이 영화만이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세계이며 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정적인 공간과 돌발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을 얼마나 적절하게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몇 번의 추락위기와 이웃의 죽음 그리고 침수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래서 결말을 위한 브리지 역할은 잘되었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인상적인 장면은 거의 없었다고 본다.

싱크홀은 제목만으로도 그 과정과 결말이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영화다. 그렇기에 싱크홀에 빠진 이들의 사투와 그 안에서 발휘되는 배우들의 코믹연기를 기대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구조건에 얼마나 부합한 영화였는지는 이를 본 관객들에 의해 판단되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론 익숙함을 선택한 것이 결국엔 무난한 결과를 가져온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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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면서도 무난한 오락영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
차승원의 코믹연기를 좋아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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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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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훈배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남다름 장르: 드라마등급: 12세 관람가시간: 113분 개봉: 8월 11일 간단평가장 ‘동원’(김성균)은 평생 모은 돈으로 소중한 내 집을 마련한다.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은 이웃 ‘만수’(차승원)가 영 마음에 안 들지만, 회사 ‘김대리’(이광수)와 인턴 ‘은주’(김혜준)을 초대해 집들이를 여는 등 기쁨 만발이다. 하지만 그토록 소중한 내 집이 하루아침에 지하 500M 싱크홀로 꺼지고 만다! 본격적인 재난의 시작이다.<싱크홀>은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뼛속 깊이 실감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의 안타까운 공감을 살 만한 획기적인 소재다. 게다가 땅속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궁무진한 스펙터클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여지가 가득한 야망 있는 기획임이 분명하다. <7광구>(2011) <타워>(2012) 등 규모 있는 재난물 연출 경험이 있는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점도 기대를 높였다. 기대감과 달리, 영화는 지나치게 어수선하다. 싱크홀에 갇힌 사람들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가 유머인지, 생존을 위한 진지함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뜬금없이 여유롭고 가벼운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땅이 흔들리고 물이 차오르는 지하 공간을 공들여 연출했음에도 긴장감이나 박진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캐릭터 각각에 성격을 부여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오지랖 넓은 만능맨 콘셉트의 ‘만수’ 정도를 제외하면, 인물의 개성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싱크홀 외부에서 구조를 주도하는 119 대원들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파편적으로 삽입된 지역 이기주의나 가족 신파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한층 애매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전파 우려를 뚫고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만한 극장 기대작으로서는 영 아쉬운 결과물이다.
2021년 8월 6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