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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누구나 지닌 감정, 작품에 애착 간다 <디바> 신민아

2020년 9월 21일 월요일 | 박꽃 기자

[무비스트=박꽃 기자]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선수인 ‘수진’(이유영)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한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은 교통사고 이후, 최고의 자리에 집착하는 ‘이영’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신경증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미스터리 스릴러물 <디바>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주로 전해온 신민아에게는 낯선 경험이었고, 그렇기에 더 많은 연기 고민을 하며 애착 가는 영화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질투는 “끊임없이 평가받는 이 사회에서는 누구나 지닌 감정”이라며 배역과 작품의 정서에 공감을 표한 그와의 대화를 공유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화상(음성)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동료 선수에 대한 질투, 자기 실력에 대한 집착에 괴로워하는 다이빙 선수 ‘이영’역을 맡았다. 무언가에 미쳐있는 듯한 얼빠진 표정, 상대를 향한 광기 어린 얼굴 등 그간 잘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선보인다.
워낙 많은 분이 내 밝고 건강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다이빙이라는 소재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를 찍었을 때 사람들이 낯설어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와 장르에 목말랐던 상태여서 강한 끌림을 느꼈다.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영’의 광기가 폭발하는 장면 중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할지 조슬예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관객 입장에서 거부감이 들고 과해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그가 처한 상황, 그가 지닌 압박감을 최대한 느껴가며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다이빙 장면, 수영 신 등 물과 함께하는 연기가 자주 등장한다. 모두 직접 수행한 건가.
‘이영’이 다이빙대에서 하는 동작은 실제로도 굉장히 뛰어난 선수가 해낼 수 있는 난이도라고 들었다. 10m에서 뛸 수 있는 선수 자체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10m에서 뛰어내리는 풀샷은 대역이 소화해줬고, 나를 비롯한 배우는 와이어를 빌려 트위스트 동작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에서 하는) 입수 장면을 소화했다. 단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해 익숙해질 수 있었고, 수중 훈련 전에는 지상 훈련을 몇 시간씩 하면서 몸을 풀었다. 생각보다 다이빙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내가 어떤 동작을 흉내 내는 걸 잘 해내는 재능이 있다.(웃음) 코안에 물이 많이 들어가서 대사하는 동안 코맹맹이 소리가 났지만 최대한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전하게 찍었기 때문에 여러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디바>는 동료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주인공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전개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블랙스완>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작품인데.
<블랙스완>은 나도 좋아하는 작품이다. <디바> 시나리오를 볼 때 비슷한 작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정 작품과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영’이 겪는 복잡한 관계 이야기에서는 분명 다른 지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영’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망가트린다. 나 역시 나 혼자 상황을 힘들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고, 직업은 다르지만 뭔가를 해내서 평가받아야 하는 지점이 비슷했던 만큼 인물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이렇게 저렇게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여러 (긍정적인)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고고70> 당시 수개월 동안 춤 연습을 하면서 캐릭터에 온몸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때와 비슷한 태도로 임했고 그만큼 애착을 갖게 된 작품이다.

함께 연기한 ‘수진’역의 이유영과의 경험은 어땠나. ‘수진’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지만 동료 다이빙 선수이자 경쟁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그와 거리감을 두고 두려움마저 느끼는 상황을 표현해야 했는데.
(이)유영 씨가 지닌 신비로운 매력 덕분에 촬영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같은 여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열정이 나와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이빙) 연습을 할 때 하루는 내가 이 동작을 해내고, 하루는 유영 씨가 해내면서 서로 의식하는 부분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서로 의지하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못 하는데 그가 잘 해내면 어떡하지? 혹은 나만 너무 앞서 나가는 건 아닐까? 다이빙이라는 게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종목이라 그런지 미묘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질투나 부러움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이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평가받는 이 사회에서는 누구나 가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나보다 무언가를 잘 해내는 배우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잘했지? 너무 부럽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럴수록 나 스스로 더 집중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나를 이끌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 중 가장 낯설었던 자신의 얼굴을 꼽아준다면.
‘수진’과 함께 더블로 다이빙대에서 뛰었을 때, 그가 동작을 너무 잘 해내자 “너도 주혜령 만났냐”(기자 주:극 중 약물복용을 은유하는 대사)고 물어본다. 그 뒤에 혼자서 (지나치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코치가 나를 돌이켜 세웠을 때의 내 얼굴이 약간 낯설었다. 많이 지쳐 보였다고 해야 하나. (메이크업 없이) 너무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부담스럽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다이빙 선수라는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인 동시에 내 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 자주 출연하지는 않는 편이다. <경주> 이후 6년 만의 주연작이다.
정확한 끌림이 느껴지는 작품과의 연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흐른 것 같다. 연기를 하면 내게 주어진 기회와 내가 하고 싶은 작품 사이에 시간차가 있다. 내가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때도 있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 혹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광기, 욕망 같은 걸 표현하는 악역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정말 일상적인 사람 사는 이야기 안에 놓인 캐릭터를 진지하게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다.


영화계에 20년 이상 몸담았는데. 어떤 변화를 느끼나.
그렇게 오래됐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는데,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저 주어진 걸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만 했고, 현장이 낯설어 힘들었던 기억도 난다. 많은 게 변했지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여전한 것 같다. 또 예전에는 “여자 감독님이네”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다면 이제는 상업 영화계에 여자 감독님이 너무 많아져서 성별과 상관없이 능력 있는 스태프가 많아졌구나 생각도 하게 된다. <디바>가 여성이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영화라는 점에서 특히 (조슬예 감독을 비롯한 여성 스태프와) 어울리는 패키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 전 <우리들> <벌새> 같은 여성 감독님의 작품도 봤는데, 아마 내 또래 감독님들이라 그런지 내가 어릴 때 느낀 감정과 굉장히 비슷한 걸 표현해주신 것 같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정말 소소한 행복 중 하나가 날씨다. 장마가 너무 길었고 오래 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심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서 <디바> 개봉까지 준비해야 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큰 무언가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디바>에 관한 좋은 기사를 많이 봐서 그런지 배우로서의 행복도도 높아졌다.(웃음)

사진 제공_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mail:got.park@movist.com]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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