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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SF와 진짜 무서운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반도> 강동원

2020년 7월 23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강동원이 좀비 아포칼립스 <반도>로 돌아와 코로나 이후 침체된 극장가에 확실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평소 오컬트 영화는 즐기나 좀비물은 왠지 서양 귀신 같은 느낌이라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는 강동원, 좀비물은 호러보다 액션에 가깝다고 참여 소감을 전한다. 이번 <반도>를 통해 보다 성인 남성의 어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는 세간의 시선에, 이젠 ‘때’가 됐다고 응수하면서 또 하나 깜짝 놀란 점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바로 국내 CG의 놀라운 발전 현장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CG를 최후의 보루로 간주했던 평소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앞으로 SF와 호러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는 강동원. 영화사에 기억될 진짜 무서운 영화를 꼭 한 번 찍기를 희망한다.

올해 최다 예매를 기록했다. 소감 한마디. (기자 주: <반도> 개봉 하루 전 인터뷰함)
경쟁작이 없다 보니…(웃음) 그나마 극장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극장을 찾는 관객이 조금씩 증가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코로나 이후 현재 상황이 지속되며 극장을 포함한 영화업계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힘들어졌다. 한국은 그나마 촬영을 재개하고 있는데 외국의 경우는 다 중단했다. 어쩌다 보니 <반도>가 올해 월드 와이드 첫 영화가 돼 버렸다.

기대감이 큰데 반응이 어떨 것 같나. 평소 좀비물을 선호하는지.
잘 빠졌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충분히 즐기실 것 같다. 오컬트물은 원체 좋아하나 상대적으로 좀비물은 크게 즐기지 않았었다. 오컬트 영화가 동양적인 정서가 강하다면 좀비 영화는 서양적이 정서가 강한 느낌이랄까. 어릴 때 <여곡성>(1986)을 보고 자란 입장에서 어느 날 좀비를 보니 마치 외국 귀신 같은 인상이었던 거지. 이번 <반도> 하면서 좀비물이 호러의 하위 장르지만, 호러보다 액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호불호 없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고, 사람들이 즐기는 이유를 알겠더라. 예를 들면 <검은 사제들>(2015)은 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는데 이번엔 (액션 하느라) 체력이 필요했다. 그 차이인 거지.

이야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나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속편이라 처음에는 별로 동하지 않았지만, 연상호 감독을 만난 후 비전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좀 더 사연을 풀어 놓는다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분이 갑자기 전화해서 연상호 감독이 나를 좀 보고 싶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부산행> 다음 편을 준비 중이라는 거다. 본편에 출연했던 것도 아닌 데다 크게 성공한 작품을 이어받는다는 게 배우라면 보통 부담스럽고 썩 내키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가 안정보다 도전을 선호하는 편이라 더 그랬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궁금했고,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던 차라 미팅을 가졌다. 만나서 이러저러한 설명을 들어보니 내 생각과 달랐고 <부산행>보다 스케일도 훨씬 컸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 데다, 좀비물은 처음이라 흥미로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감독님의 비전과 그림이 확실해 신뢰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질문이 뭔가. (웃음) 궁금증은 풀렸나.
평소 촬영을 일찍 끝낸다고 소문으로 들었고, 그 이유가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눈치를 많이 봐서였다!(웃음) 그만큼 배려심이 뛰어난거지. 감독님 왈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하면서까지 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는 데 그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처음엔 애니메이션을 많이 해서 그러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자체를 못 견디시더라. 그런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목표가 있으면 세게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만약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라면 안 할 것 같거든. 평소 타인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라 그 마음에 공감했다.

기본적인 성향이 닮았나 보다. 연 감독도 호흡이 아주 잘 맞고, 아이디어에 많이 도움받았다고 하던데…
음… 현장에서 웃길 때가 있는데 내가 잘 웃어줘서 인가 보다. 혹은 내가 좀 잘 웃겨서 일지도. (웃음) 촬영하면서 그래도 한 번은 화낼 거라고 기다렸는데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화를 한 번도 안 내셨다. 자기 생각과 다른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고, 준비가 생각처럼 안 된 부분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기다려 주시더라.

‘정석’(강동원)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했나.
캐릭터적으로 특별히 욕심나는 역할은 아니었다. 주인공이지만 서포팅을 주로 하는, 고생은 하나 전문용어로 따 먹는 게 없는, 캐릭터라 그랬다. 어릴 때는 캐릭터의 주목도 등에 신경 썼지만, 한 20편 넘게 영화를 찍다 보니 이젠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다. 배우가 돋보이기보다 작품이 좋으면 참여하고 무엇보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연 감독님과 의견을 주로 나눴던 부분이 어떻게 관객이 ‘정석’을 따라오게 할 것인가 였다. 그의 전사나 감정 전달이 필요했는데 처음 시나리오엔 다소 빌드업이 약했다. 관객이 따라올 정도의 서사를 부여하는 데 아이디어를 몇 차례 냈다. 감독님이 아이디어에 도움 받았다는 것도 그런 부분이다.

카체이싱 등을 비롯한 액션에 호평이 많다.
평소 만화책을 즐겨서 그런지 시나리오를 볼 때도 머릿속으로 비주얼라이징을 하면서 읽는다. 가장 그림이 안 그려진 지점이 카체이싱이었다. 실사 촬영이 당연히 힘들 거로 생각했고, 과연 CG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그런데 가능하더라! 기술 시사를 통해 완성물을 본 후 CG팀을 충분히 믿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평소 CG는 마지막 도움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최대한 실제로 촬영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CG로 보충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우리나라 CG 기술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절감했다. 카체이싱 장면마다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들어가는 데 개인적으로 그 톤이 아주 좋았다.

영화 배경의 80% 정도가 풀CG로 구현됐다고 알고 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예전에 드림웍스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할리우드 최고 영화사의 제작 시스템이 궁금했고 꼭 한번 보고 싶던 차에 관계자의 도움으로 견학했었다. 당시 국내는 한 컷 한 컷 그림으로 그렸는데, 지금처럼 공간을 3D로 디자인하던 때가 아니었다. 그곳은 컴퓨터 안에 도시 전체가 이미 구현돼 있더라. 확대하면 건물 하나하나 내부 디테일이 보이는데 과연 할리우드의 기술력인가 싶어 감탄했었다. 배우가 뭔가를 붙이고 연기를 하면 그 안에 구현이 된다고 해서 놀랐는데, 이번 <반도> 촬영장에서 직접 경험했다. CG팀이 이미 공간 디자인을 끝낸 채로 촬영장에 와 있더라. 연기하면 바로 그 안에 넣고, 예상한 그림이 아니면 곧장 수정하는 식이었다.

카체이싱, 고공 낙하 등 시퀀스 상 디지털 좀비가 많이 등장하나 실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지 않을 수 없는데, 좀비와의 액션은 어땠나.
무용팀, 무술팀, 보조출연팀 등 좀비도 그 출신 팀이 다양하다. 회차 많은 나도 고생, 분장에 공을 들여야 하는 그분들도 고생이었다. 좀비와 액션이 쉽지 않았던 게 그들은 얼굴만 사용하지 않나. 머리로 들이받기만 하고 방어를 하지 않으니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엇박자가 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게 달려드는 사람(좀비)의 손이나 주먹 등을 쳐서 막으면 좋은데, 그들은 얼굴부터 들이밀지 않나. 그렇다고 얼굴을 칠 수도 없고 말이지. 또 촬영 전에 피 등의 액체를 묻히기에 입을 벌리고 돌진하면 그게 튀게 되고 내가 다 맞는 거지. (웃음) 그 점 외에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아, 총기 액션의 경우 쇳덩어리다 보니 총을 들고 구르고 이럴 때 좀 아픈 건 있다.

<인랑>(2018) 때 김지운 감독이 액션 연기를 극찬했다는 풍문도 있고, 액션을 잘하는 배우라는 평가인데 이번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인랑> 때도 액션 합을 맞추는 것 외엔 별도로 훈련한 것은 없었다. 그때는 맨몸 격투 시퀀스가 길어 미리 맞춰봐야 했으나 이번엔 무술팀이 미리 맞출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체력만 잘 관리하고 있으라고 하더라. 단지 요즘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묻길래 최상이라고, 진짜 당시에 팔뚝이 가장 굵었던 것 같다, 하니 현장에서 바로 들어가자더라. 결론은 특별히 준비한 게 없다는 거지! (웃음)

<반도>에는 폐허 속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부산행> 이후 4년을 점프하는 데 인물들의 전사가 아쉽다는 시선도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악하고 선하고 인간은 여러 얼굴을 보이다.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타매체에 비해 그렇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많이 무너진 것 같으나) 선악을 극단적으로 좀 더 수위 높게 표현하고 이로 인해 상상의 여지를 열어 둔다고 생각한다. 이번 <반도> 역시 인간을 최악의 상황에 몰아넣고 그들이 어떻게 물들어 가는지 보여준다. 근묵자흑이라고 할까. 4년간의 변모 과정을 보여주면 흥미롭겠으나 알다시피 2시간이 한계라 어쩔 수 없다. ‘정석’과 그 매형이 홍콩 난민 생활에서 살아남는 모습 등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이 한정돼 있어 답답하기도 하지만,(웃음) 다 보여줄 수는 없으니 최대한 함축할 수밖에 없었다. 작업하면서 4~6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등 관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눴다.

시사회 때 폐허 속에서도 밝고 천진한 ‘유진’을 연기한 어린 이예원 배우가 당신을 ‘과거에 매우 핫한 배우’라고 표현해 크게 웃음이 터졌었다.
아역배우들은 나를 다 모르고, 한두 번 듣는 소리도 아니라서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긴 공식 석상에서 들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빵 터졌었다. 무대에서 내려가 ‘카메라 앞에서 나를 아주 죽이는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는데 너무 귀여웠다.

강동원 연기 2막 등 이제야 나이가 느껴진다는 평도 있는데…어떤가.
지금까진 연기는 그렇다 쳐도 평소엔 자연스럽게 행동했었다. 인터뷰나 무대인사 혹은 방송용 매너가 따로 있다고 생각 안 했거든. 대체로 남자들이 나이 먹어도 애 같은 느낌이 남아 있고, 나 역시 그랬는데 극 중 내 모습을 보며 이젠 정말 어린 시절의 모습이 사라진다고 느꼈다. 더불어 책임감도 생기고, 예전에 감당하기 싫었던 부분도 더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부분일까.
예를 들면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아직까지 못 키우고 있다. 어릴 때 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어머니가 도맡아 케어하느라 고생하셨다. 예쁘지만 내가 나서서 먼저 보살피진 않았거든. 지금은 어느 정도 책임감 있게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직 실행 못하고 있다.(웃음)

<반도>는 당신 필모에 어떻게 남을 것 같나.
어떤 영화이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반도>를 통해 좀 더 성인 같은, 어른 같은 얼굴을 지닌 배우로 접어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남성적이거나 어른스러운 페이스가 아니라 예전엔 하고 싶어도 잘 안됐었다. <마스터>(2016) 때도 '강동원이 이런 역에 어울릴지'라는 다소 의문을 담은 시선이 있었지만, 최대로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반도>의 ‘정석’을 연기하며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영화에 도움되는 역할이 있다면 크기에 상관없이 계속해 나가고 싶다.

<반도>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코로나로 비록 레드카펫은 못 밟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레드카펫을 밟든 못 밟든 초청 자체로 영광이다. 영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 전 세계 영화인과 교류할 기회를 놓쳐서 아쉽긴 하다. 발표 다음 날 외국 친구 여럿이 연락해 ‘좀비 영화 네가 출연 한 것 맞냐고, 맞으면 정말 축하한다고’ 아주 격렬하게 기뻐해줬다. 확실히 외국인들의 표현법이 크고 강한 것 같다.

드라마, 호러, 코미디, 액션 등 장르를 두루두루 섭렵한 배우 중 하나다. 이번엔 좀비물까지 참여했는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사실 장르를 따지기보다 캐스팅 제안 들어오는 것 중 선택하지만, 가능하다면 SF와 호러를 하고 싶다. 국내 CG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니 멋진 SF가 가능할 것 같고, <검은 사제들>(2015)보다 더 무섭고 좀더 깊은 오컬트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영화사에 남을 진짜 무서운 영화를 찍고 싶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한 행복 거리는.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야구 중계 보는 것밖에 없고 아주 좋아한다. 고향이 창원인 데다 조카도 좋아해 NC 다이노스의 열혈(?) 팬이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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