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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비롯된, 나만 할 수 있는 연기 <오빠생각> 임시완

2016년 1월 21일 목요일 | 최정인 기자

<오빠생각>을 본 주변 반응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분들이 관계자들뿐이어서 좋은 평만 해줬다(웃음). 팔이 안으로 굽는 것 같아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영화는 좋다. 그런데 내가 나오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

어떤 부분이?
늘 그렇지만 내 연기를 보는 게 수월하지가 않다. 저렇게 연기하는 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변호인> 때보다는 편해지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이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영화다. 시대극을 준비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고증이나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이해하는 작업은 물론 힘들다. 하지만 웬만한 배우는 모두 겪는 일이고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오빠생각>을 준비하면서는 한국전쟁 당시의 사진을 많이 찾아봤다. 감독님께도 많이 여쭤보고. 그런데 사진을 보면서 아이러니 하다고 느낀 게 있다. 하늘을 찍은 사진을 봤는데 하늘이 굉장히 맑더라. 고상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하늘은 맑고 들판은 푸르다’라는 말이 정말 꼭 들어 맞았다. 옛날 사진이니 하늘이 지금보다 더 맑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전쟁이라는 단어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아이러니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연기를 할 때 계속 염두에 뒀다. 하늘이 맑다는 사실을 영화 속 아이들에 비유한 거다. 전쟁이라고 모든 것이 처참하고 어둡고 침울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속에도 순수함이 존재할 수 있는 거다.

한상렬은 여느 군인 같지 않다. 방금 말한 푸른 하늘과 같은 밝은 이미지를 캐릭터에도 녹여 내려 한 건가.
한상렬 캐릭터를 국한해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 한 건 아니다. 전쟁과 같이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 같이 순수한 존재가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 아이들만큼은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끌어낼 수 있었다. 어쩌면 한상렬은 아이들을 지키면서 본인 속에 숨겨진 순수한 모습을 되살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전쟁을 겪은 군인인데 어두운 면에 대한 준비는 없었나.
물론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어두운 부분이 조금 더 컸을 거다. 전쟁만 아니었으면 가족과 화목하게 살았을 사람이니까.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전쟁 직후에는 어두운 부분만이 실제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고 나서 바뀌게 되는 거다.

실제로 아이들과 현장에서 연기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굉장히 재밌었다. 춘식과 동구를 아이들 앞에서 혼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 상황을 실제로 받아들이더라. 내가 보면대를 던지자 한 아이가 놀라서 딸꾹질을 했다(웃음). 그게 너무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연기했거든.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데 힘든 부분은 없었나.
그런 건 없었다. 오히려 현실에서도 영화 속 인물들과의 관계처럼 만날 수 있어 이질감이 적었다. 노래 교습을 받는 어린이와 한상렬로 만났다.

<변호인>은 송강호, ‘미생’은 이성민이 있었지만 <오빠생각>은 혼자 역을 이끌어 가야 했다.
물론 처음에는 기댈 곳이 없어 걱정도 됐다. <오빠생각> 같은 경우도 물론 이희준, 고아성처럼 경력이 많은 선배들이 있긴 하지만 송강호, 이성민 같은 선생님 연배의 배우들은 없지 않나. 그래서 불안감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인 이레와 정준원의 출연으로 기댈 곳이 생겼다(웃음).

실제로 예상보다 아이들의 비중이 크고 당신의 비중이 적었다. 역할의 비중은 알고 출연을 결정한 건가.
처음부터 지금만큼의 비중이었다.

‘미생’을 마치고 조금 더 비중이 많은 역할에 욕심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빠생각>은 어떤 면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
대본을 보고 아이들이 합창하고 공연하는 모습이 며칠 동안 아른거렸다. 이렇게 계속 머릿속에 잔상이 남으면 출연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한상렬은 착한 모습만 부각되는 캐릭터다. 직접 연기한 배우로서 한상렬의 그런 모습이 납득이 됐나.
나 역시도 상렬의 모습이 100% 납득 되지는 않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마음에 와 닿는 건 아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어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처음에는 감독님에게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한상렬이 갈고리에게 경고하러 가는 신 같은 경우는 상렬의 감정이 더 격앙되어 있어도 괜찮지 않겠냐고 말씀 드렸다. 착한 사람이 착한 말하고 착한 행동만 한다면 착한 사람 코스프레가 되지 않겠냐면서. 그런데 감독님이 <오빠생각>이 개봉하고 순수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감독님이 말씀하신 영화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변호인> <오빠생각>도 모두 비극의 시대를 다룬 작품이다. 출연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소홀하게 지나칠 뻔한 과거를 심도 있게 알게 되는 계기여서 너무 좋다.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자문을 구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어렴풋하게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과거의 밑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짧은 경력에 비해 당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무엇 때문에 좋게 봐 주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실제 모습보다 나를 훨씬 더 이상적이고 좋게 봐 주시는 것 같다. 난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단지 언젠가 까발려지더라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은 한다(웃음).

실제 성격은 어떤가.
조용하다. 마구 나대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모습이 착한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대중들이 바라 보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웃음).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연기는 절대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거고. 남들보다 쉽게 연기할 기회를 잡았다. 어쩌면 연기 하나만을 바라 보고 나보다 훨씬 더 준비를 많이 해 온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클 거다. 그런 부분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런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연기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미생’ 만큼 ‘응답하라 1988’이 요즘 화제다. 바둑 두는 택이와 장그래를 비교하는 사람도 있고.
‘응답하라 1988’은 보지 않았다. 좋은 작품은 오히려 더 보지 않으려 한다. 좋은 작품일수록 임팩트가 더 강하지 않나. 무의식에라도 머릿속에 남을까봐 더욱 볼 수가 없다.

김원석 PD와는 지금도 계속 연락하나. ‘미생 2’를 보고 싶다.
계속 연락한다. 그런데 ‘미생2’는 내가 찍는 게 아니지 않나. 나야 뭐 선택만 해 준다면(웃음).

당신이 그간 연기한 인물들은 모두 시스템에 순응할 것 같으면서도 시스템을 타격하는 역할이다. 실제로도 그런 기질이 있나.
나는 너무나 잘 순응한다. 순종적이다(웃음).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연애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든 인간 관계를 맺을 때는 조화를 추구한다.

원래부터 배우가 장래 희망이었나.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때의 방황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고등학교 4학년과 진배없는 생활이 싫어 방황하던 중에 무턱대고 지원한 가요제에서 지금의 회사 관계자와 접촉해 연이 닿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맞지 않았나.
공부를 더 시키니까. 난 정말 순진하게 대학교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겨우 꾸역꾸역 공부해서 대학을 갔는데 또 다시 물리, 역학, 이런 책들을 쥐어주니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인문학을 공부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웃음).
어쩔 수 없었던 게 역사, 사회는 정말 못했다. 엔지니어 일을 하신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공대에 간 면도 일지만 사실 문과가 적성에 안 맞았기 때문에 이과를 간 거다.
연기는 적성에 맞나.
연기는 꽤 적성에 맞다. 두루두루 많은 것을 습득해 나가는 게 아니라 한 가지를 깊게 파고 분석한다는 면에서 맞는다고 느낀다.

선배들과의 연기 경험이 많은데 많은 걸 배웠겠다.
그렇다. 선배들에게 연기하는 방법을 물어 해답을 찾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함께 연기를 맞춰 보면서 선배들이 하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예를 들어 이성민 선배 같은 경우는 사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시도를 촬영할 때 하신다. 그러면 내가 생각한 것과 그림이 달라지니 현장에서 굉장히 힘들고 까다롭긴 하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연기와 극의 흐름에 생동감을 준다.

본인도 그 정도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연기를 더 해야 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경지를 이루려면 연기를 계속 해야 하니 많이 불러주고 시켜줬으면 한다(웃음).

배운 건 곧바로 연기에 적용해 보는 편인가 아니면 모든 게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인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곧 바로 적용해 보는 스타일이다.

<오빠생각>에서 그간 배운 걸 적용해 본 순간이 있다면.
아이들 가르치는 신이 그랬다. 연기가 아니라 아이들을 실제로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감독님과의 호흡은 어땠나.
항상 밝으셨고 현장을 참 좋아하셨다. 뭘 해도 좋다고 하셨다. 감독님은 내가 가지고 있던, 예술 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버렸다. 예술인은 모든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살아 움직여야만 남들과 다른 작품을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정말 부드러웠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한가.
여전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건 맞다.

좋아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거 아닌가.
좋아하다가 잘하게 되면 좋겠는데 아직 그 단계는 못 밟았다.

‘미생’과 <오빠생각>에서도 곡을 직접 작곡한 걸로 아는데 따로 공부한 건가.
아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나(웃음).

독학으로 곡을 만들 수 있으면 잘 하는 거 아닌가.
작곡했다는 것만으로 실력을 따질 수는 없지 않나. 노래가 좋든 안 좋든 일단 만들어 보는 거다.

지휘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사실 그 부분이 어려웠다. 참고할 만한 게 있으면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지휘라는 것 자체가 정형화된 틀이 하나도 없더라. 어떤 게 잘한다, 못한다, 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아서 실제로 지휘를 하면서 직접 몸에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연습했다.

참고로 본 영상이 전혀 없다는 건가.
몇몇 영상을 보기는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 영상 속 사람의 실력과 관계없이 내가 다른 누군가를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연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모든 연기를 모방 없이 순수한 상상력으로 뽑아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라이 앵글’이라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악역을 연기했는데 그때 <변호인>에서 곽도원 선배님이 연기한 악역 차동영의 모습을 본뜨려 했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외면만 따라 하고 내면이 충족되지 못한 연기는 알맹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특정 연기를 머릿속에 기억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혼자 모든 걸 만들어 낸다는 건 굉장히 외로운 작업일 것 같다.
아무래도 제일 큰 폐해는 작품을 많이 못 본다는 거.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방법을 선택해 조금 삐끗한다 해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편하더라. 하지만 내 연기가 다른 누군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큰 벽이 될 것 같다. 행여나 그런 말을 듣더라도 의식하지 말아야겠지.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
얼마 전 ‘런닝맨’에 출연했는데 오랜만에 마구 뛰어노는 수련회 온 느낌이었다. 고아성, 이희준도 그렇다고 하더라.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게임을 할 때도 실제로 긴장되고 설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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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김재윤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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