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예 - 살아서는 안되는 방
残穢 (ざんえ) 住んではいけない部屋 , The Inerasable , 2015

‘잔예’는 집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징후들을 토대로 그 원인을 거꾸로 찾아나서는 영화입니다. 이상한 징후라 함은 다다미를 빗질하는 것 같은 소리가 자꾸 나는 것인데, 같은 아파트의 이웃사람들은 끔찍한 장난전화에 시달리거나 혼자만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환청으로 듣곤 합니다. 결국 이 아파트가 세워지기 전부터 무슨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아파트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과거를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로 뻗어나갈수록 이 괴상한 현상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거꾸로 나아가는 방식이라서 처음엔 완벽하지 않고, 끝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세밀하게 퍼즐이 맞춰집니다. 이러한 방식이 흥미를 끌어당기기 좋은 구조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세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과거가 전개되기 때문에 순서를 놓치지 않고 똑바로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영화의 흡입력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또한 하나의 과거마다 하나의 소제목이 붙는데, 이것은 마치 옴니버스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시간순서에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다는 것은 이해가지만 덕분에 각 이야기마다 단절된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소제목이 나올 때마다 영화 밖에서 한걸음 물러나 지켜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의 몰입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런 면에서 ‘잔예’는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공포영화라고 하여 기대가 컸던 영화이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공포영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포스터도 그렇고 예고마저 ‘공포’를 강조하다보니 전통호러를 생각했던 관객들의 기대에 못미쳐 많이 혹평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 ‘괴담’이라고 홍보하는 게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에도 물론이고 현재의 사건까지 나레이션에 의존하여 진행되는데, 덕분에 괴담의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영화는 직접적인 귀신이 등장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색감과 음향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잔예’는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야기퍼즐이 자연스럽게 잘 연결되고 있습니다. 중구난방인 것 같은 기이한 현상들이 하나로 뭉쳐나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고 매끄럽습니다. 따라서 진한 공포를 느끼고픈 분들은 피하시고, 일본스타일의 괴담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할 분들이 보셔야 만족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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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를 보고싶은 사람
소설원작 영화를 보고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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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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