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3
笔仙 3 , Bunshinsaba 3 , 2014

04년도에 개봉한 <분신사바>를 기억한다.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등 당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던 여배우들의 라인업으로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가위>, <폰>으로 2000년도 한국 공포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안병기 감독 또한 <아파트>의 흥행 실패로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렸다. 그렇게 개봉한 작품이 중국판 <분신사바> 동명의 작품이지만 04년도에 개봉한 <분신사바>와는 스토리도 주연배우도 모두 다른 작품이다. 박한별이 출연한 <분신사바2>는 국내에서의 반응은 미미했으나 중국에서는 흥행했다고 한다. <분신사바3>또한 그 성공에 힘입어 개봉한 작품으로 보인다.
분신사바는 흔히 귀신을 부르는 주문으로 알려져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밤에 두 사람이 마주앉아서, 각자 한 손으로 볼펜을 잡고, 종이 위에 펜을 대고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라는 주문을 외우면 귀신이 나타난다고 한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일종의 도시 괴담이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일종의 최면법이라는 설도 있는데 자세한 근거나 실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수감중인 리나에게는 사랑하는 어린 딸 샤오아이가 있다. 그러나 병원의 의료진들은 물론, 그녀 주위의 사람들은 샤오아이의 존재를 부정하며 리나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한다. 이에 리나는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서 정신병원 탈출을 감행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리나는 사랑하는 딸 샤오아이를 되찾는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물려준 거대한 저택에서 두 사람만의 행복한 일상을 꿈꾼다. 딸을 되찾았다는 기쁨, 이제 두 사람이 함께 지낼 수 있다는 행복에 젖어있는 리나.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리나의 주위에서는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밤마다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아이의 소리가 들리고,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한 여인의 그림자가 저택 안을 맴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일들에 리나의 신경은 날카로워져만 가고, 소중한 딸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심지어 리나와 샤오아이가 지내는 동네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하다. 그들의 눈빛과 행동은 어딘지 꺼림칙해서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 그런 와중에 리나의 앞에 나타난 베이비시터 여고생 웬웬. 그녀는 리나와 샤오아이가 지내는 집에 귀신이 있다며, 그 귀신을 불러내기 위한 분신사바를 제안한다.
리나는 어린 딸이 위험에 처했음을 직감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감이 그렇게 말한다. 리나는 신경이 날카로운 자신을 대신해서 샤오아이를 돌봐 줄 사람으로 웬웬을 고용해서 함께 지낸다. 그러나 여전히 집안에 이상한 일들은 끊이지 않고, 리나는 어쩔 수 없는 공포에 질려간다. 웬웬의 제안으로 시작한 분신사바는 귀신들이 맴도는 이유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낼 출발점이 된다.

매번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주인공은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을 때 그 장소를 떠나지 않을까? 그 장소를 떠날 수 없는 특정한 이유가 설명된다면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공포/스릴러 장르에서는 이에 대한 현실적인 설명이 생략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보통은 이상함을 느낀 순간, 특히 지켜야 할 아이나 가족이 있다면, 현실적인 문제를 제쳐두고서라도 행동에 나설 텐데 말이다.
<분신사바 3>는 전작의 스토리에 비해 엉성한 부분이 많고 설명되지 않는 복선이 남아있는 편이다. 많은 작품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안병기 감독의 회심작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사실 제목부터가 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귀신을 불러내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분신사바’가 아니라,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분신사바’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의식은 극중에서 딱 한 번 이루어진다. 굳이 이 의식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비슷한 거라면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은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니 만큼, 일본에서 건너온 분신사바가 아니라 다른 소재를 차용했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국민들의 시선에는 더 흥미롭게 비춰졌을지도 모르고.

최근 안병기 감독의 작품들은 공포로 인한 심리의 변화를 예리하게 그려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귀신이나 심령적인 존재가 주를 이루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주인공을 공포심으로 몰아넣은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내려고 한다.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심리/스릴러/추리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공포영화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시나리오로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수준 높은’시나리오에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귀신, 유령, 영혼 같은 심령적인 존재로 시나리오를 완성해서는 안 된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나 급하게 마무리한 인상만 남길 뿐이다. 공포물에서 귀신이라는 소재는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일시적인 충격을 주기 위한 아이템이지, 심령적인 비과학적인 아이템으로 기승전결을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왜 가상의 영화를 보고 공포심을 느끼겠는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섬뜩함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껏 흥행한 감독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런 기능이 충분히 있었다. <분신사바>시리즈 또한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전작의 기능과 장점을 충분히 살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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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강소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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