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THE GREAT ACTOR , 2015

오달수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가 이슈가 될 수 있을까? 오달수는 이미 조연 같은 주연이고 주연 같은 조연으로서 한국 영화에서 충분히 자리매김을 한 배우인데 주연을 맡았다는 화두를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실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 <대배우>는 그런 면에서 오달수에게 극중에서나 현실에서나 하나의 찬사이면서 일종의 경외심을 표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베테랑>의 오팀장이나 <암살>의 영감 역, 특히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서필 역은 <국제시장>의 달구나 <변호인>의 박동호와 같은 리얼리티보다 환타지를 오가는데 특별한 위치를 오달수만이 가질 수 있음에 충분히 동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대배우>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로 그려지는지는 쉽게 확인되지만 위와 같은 동의 하에서 이 영화 <대배우>는 오달수의 배우 인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중간 점검일 수 있으며 앞으로 보여질 그의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한다.

20여년간의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아동극 <플란더스의 개>에서 개 파트라슈로 출연 중인 이 중견 배우는 같은 극단의 동료였던 설강식(윤제문)이 충무로의 대스타로 국민배우가 되었지만 자신은 식구들과 함께 옥탑방에서 사는 극한의 가난을 겪고 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집안에서 힘없는 가장의 모습으로 사는 그에게 한가지 희망이 생겼는데, 영화 오디션을 봐서 출연을 하는 것. 영화감독 깐느박의 새 영화 <악마의 피>에서 리체스 신부역을 맡기 위해서 그는 온 정성을 다하지만 그 정성이 감독에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여기까지 지켜보면 얼마전 뉴스에서 가난한 영화배우가 극빈의 삶을 이기지 못하고 자취방에서 사망하였다는, 다소 믿기지 않은 뉴스가 생각난다.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스타가 되고 하루 아침에 수억을 버는 부와 명예가 역시 일부 계층에만 쏠려 있고 그 외에는 역시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 벌어 살아야 하는 일상의 일인 것이 들어난 순간으로 기억된다. 나 잠들면 돈 이야기를 하라는 장성필의 아들의 외침은 너무 적나라해서 가난에 대한 성필의 현실과 그가 영화에 출연해야 하는 당위성이 극적으로 완성되는 부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미완성을 완성하기 위해서 장성필은 설강식을 납치하여 극장에 두고 그 앞에서 연기를 한다. 감독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간청을 깔아놓고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박하사탕> 등 한국 영화사에서 큰 획을 그은 작품들 속의 인물들을 연기하며 장성필은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그의 연기를 인정받길 원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연기가 아닌 생계가 앞선 의욕이기에 장성필의 연기가 스타 설강식의 눈에 만족스러울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납치하여 가두고 행하는 일 자체가 이미 장성필에게 연기가 아닌 연기를 배경으로 한 자신의 현실을 이길 하나의 수단이었기에 그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순간 영화는 피드백하며 수년전으로 돌아가 이들에게 있었던 일들로 관객을 이끈다. 과거 극단에서 있었던 일을 알게 되면서 관객은 그제서야 정성필을 이해하게 되고 설강식의 지금 모습을 수긍하게 된다. 그 순간까지 왔을 때 영화의 맥은 이제 장성필의 어떻게 결말을 얻을 것인지 제시된 것이나 다름 없다.

또한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 대해서도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짚어준다. 관객과 대면하는 연극과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액션 동선은 아무리 연극계에서 수십년간 실전 경험을 쌓아온 배우라 하더라도 초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장성필이 원한 것은 단순한 한 영화의 배역일지라도 배우는 길게 보면 그 다음 영화, 그리고 관객들이 보내주는 피드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들이다.
영화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까메오들과 이전 한국 영화들을 플래시백해주는 장면장면들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그리고 깐느박이 누구인지, 설강식이 누구인지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일테고, 그들을 색다른 시점에서 이렇게 영화로 투영해본다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다. 아마도 한국영화를 좀 봤다는 관객이라면 지난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토막을 통시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선물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연극 배우의 현실을 드러내는 장면들에서는 지금 혜화동 대학로에서 수많은 연극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볼 기회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본다.

많은 한국 영화에 출연한 오달수의 캐릭터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오달수 같고 가장 기억에 남는 오달수라면 <달콤한 인생>에서 무기 밀매상으로 나왔던 때를 뽑고 싶다. 그때의 오달수는 지금의 오달수까지 달려오게 만든 원동력이자 지하 세계에서 어리숙하고 친근한 느낌에 거부감 없이 스크린을 누비게 만든, 관객들에게 최면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너무 사악하거나 너무 비겁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어리숙하고 적당히 나쁜짓 하는 캐릭터. 장성필이 곧 오달수라고 할 수 없지만 오달수가 장성필 인생의 90%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연극을 제안하는 영화배우의 모습은 그런 면에서 오달수가 연극에 바탕을 두고 그 바탕 위에서 여전히 관객과 대면하고자 함을 느끼게 한다.
연극과 영화의 한바탕 소동을 끝내고 슬그머니 마음 한 구석에 포근한 선물을 안겨주는 이 영화는 로버트 드니로처럼 얼굴에 점이 더 많이 있던 없던, 비교할 대상이 없는 오달수만의 스타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완성된 드라마를 보여주는 2016년 상반기에 꼭 봐야 할 소중한 한국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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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연기를 좀더 잘 들여다보고 싶은 관객
한국영화계에 관심이 많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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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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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필’의 꿈은 연기다. 외모도, 재능도 없는 장성필은 무작정 연기가 하고 싶어 대학로의 아동극 무명배우로 산다. 그것도 배우 20년 차에 개 역할을 맡으면서. 살면서 단 한 번 잡은 기회마저도, 그는 너무 못나서 놓친다. 영화는 장성필의 삶을 오달수의 얼굴에 담아낸다. 오달수 효과는 톡톡하다.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간애, 연민, 위로의 메시지를 오달수는 진정성 있게 땅에 붙인다. 이는 오달수라는 배우의 이미지나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서사가 배우 오달수의 실제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깐느 박’이란 인물을 전면부에 내세우는데 이는 박찬욱 감독을 패러디한 캐릭터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과 오달수가 긴밀한 인연으로 엮인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장성필과 깐느 박을 조우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으로 오랜 기간 일하다 <대배우>로 첫 장편영화 연출을 맡은 석민우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연출이다. 배우의 삶을 그린 영화이니만큼 까메오로 등장하는 유지태, 김명민, 이준익 감독의 모습은 영화에 사실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깨알 같은 웃음도 선사한다. 대배우 못지않은 열정의 소유자인 장성필은 못난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되어 관객의 마음에 스며든다.
2016년 3월 24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