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The Himalayas , 2015

한국 영화의 징크스 중에 하나가 산악 영화는 잘 안된다는 설이 있다.
헐리우드에서는 산악 영화가 액션과 더불어 종종 선보이는데 그 때마다 호평을 받곤 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산악 영화가 정서에 맞지 않거니와 헐리우드처럼 그리 리얼하지 않아서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불평도 그 징크스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영화 <히말라야>는 그런 우려와 감정 이입의 불편함을 모두 녹이는 세밀함과 우직함으로 감정선을 잘 따르면서 매우 진취적인 현장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의 <꽃보다 청춘>에서 아이슬란드로 간 네 청춘 배우들, 그중에서 정우의 모습은 여기 <히말라야>의 무택과는 다른 풋풋한 청년의 맨얼굴을 보인다. 북극에 가까워 역시 얼음판이 펼쳐지고 1,000년된 빙하가 강에 흘러다니는 곳 아이슬란드와 신의 영역이라는 고산 히말라야가 비견될 수 없지만 그곳에 찾아간 청년 정우와 무택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순수하고 자연적이며 투명하다는 것.
정우의 눈빛과 웃음, 귀에 살살 녹는 사투리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쉽지 않지만 그를 찾아가는 길이 그렇게 무의미하지는 않다. 인생과 삶이 있는 곳에 한 인간이 걸어간 길은 그 자체로 의의미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의리의 사나이 박무택(정우)는 자신과 함께 산에 올랐다가 사망한 동료의 시신을 운반해 내려오려는데 그를 구출하러 온 엄홍길 대장(황정민)의 명령을 듣지 않고 위험에 빠진다. 위험 상항에서 명령을 따르지 않은 박무택을 엄홍길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내친다.
하지만 엄홍길 대장의 산악대에 막대들로 추대해온 이들은 바로 박무택과 박정복(김인권). 쾌활한 이 둘의 모습은 밉상이지만 적극적인 이들의 대시 아닌 대시에 결국 엄홍길 대장은 이들을 받아들이며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그렇게 대원으로 합류하면서 여러 번 같이 산악을 하게 된 이들은 결혼도 하게 되고 무택은 다른 팀의 대장이 되어서 계속해서 산악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무택은 사고를 당하고 같이 올랐던 동료들도 함께 산이 되어 버려서 돌아오지 못하자 이들을 데려오려고 엄홍길 대장은 옛 팀원들을 꾸려 휴먼원정대를 출발시킨다. 이들은 과연 무택과 동료들을 모두 산에서 데려올 수 있을까. 험난한 산에 도전하면서 산이 된 동료를 데려오려는 엄홍길 대장의 등반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산에 올랐고 산이 되었다는 것은 산악인들에게 최고의 찬사이자 너무나 슬픈 말이다. 사람은 산이 아니고 산이 될 수 없으며 산이 되지 않아야 산을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대로 산이 되었다 함은 더 이상 다른 산을 오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산악인은 산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고집 세게 산이 된 동료를 데려오려는 결정을 한 대장의 마음은 산도 산이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그것에 있는 동료를 알기에 가야 할 의무가 당연한 정체적 당위일 것이다. 그곳에 있음을 잘 알고 있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그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약한 인간이 쉽게 할 수 없는 일, 쉽게 오를 수 없는 곳이 바로 산이고 눈과 얼음과 크레바스와 고산 기온과 눈을 멀게 하는 반사광들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동료를 데려오기 위해서 그 산에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에 관객의 심장이 쫄깃해지고 이들의 인간애에 깊이 심취하는 것은 <히말라야>가 올 겨울에 선사해주는 선물이다.
높은 겨울 기온으로 아웃도어 제품들이 판매되지 않는다는 불황 기사가 12월부터 1월까지 이어졌지만 1월 중순 들어서 매서운 추위와 혹독한 칼바람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 붙으면서 <히말라야>의 영화 속 추위가 얼마만큼인지 어렴풋이나마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극한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도전 속에는 묻힌 동료를 향한 뜨거운 가슴이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히말라야>는 그래서 겨울에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얼마 전 개봉한 <대호>의 호랑이가 더 이상 CG의 낯선 이길감을 보이지 않고 실사처럼 자연스럽게 화면 속으로 움직이는 영화 기슬적 완성은 영화를 깊이 있게 감상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더 이상 어설픈 한국영화의 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게 디지털화 되어 실사의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강원도 영월의 폐채석장과 해외 로케를 통해서 설산과 광야를 깊이 있게 촬영했다고 하는 이 영화는 <대호>보다 더 실감나는 스릴과 서스펙트를 보여준다.
산악 이후 검게 그을린 얼굴은 만지만 툭 갈라져 피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며 무택이 건너는 크레바스의 위용은 화면 가득하게 어떠한 액션보다 더 강렬하게 눈 앞에 다가온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펼쳐지는 산악 행군과 절벽에서의 비박, 텐트 안에서의 밤풍경 등은 한번도 산을 가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도 현실적인데, 진짜 산을 타고 산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현장감에 몰입되어 엉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 기대된다.

영화는 자연을 소재하면서 배경을 우선하지만 그 속에는 가슴 찡하게 만드는 신파 아닌 감동도 깊이 있게 펼쳐진다. 동료를 구하러 가야 하는 절박함 앞에 슬픈 표정을 감추는 황정민의 눈빛은 닭한마리를 먹으러 가는 길에서 터덜터덜 걷는 뒷모습에 오롯이 인간적 무게를 보이면서 휴먼원정대가 꾸며지기 전의 진정성을 뜨겁게 획득한다. 다양한 캐릭터로 한국영화의 명배우가 된 황정민이 산악으로 검게 탄 얼굴에 매우 지친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 정말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큼 가깝다.
또한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등 빛나는 배우들이 동료를 구하러 가는 길 이전에 빛나는 그들의 삶을 비쳐주는 역할을 해주며 휴먼원정대의 의미를 살려주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들을 응원한 관객들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만들어낸다. 그 감동은 분명 영화가 제시한 길이지만 함께 산을 오르고 고생하면서 충분히 감정을 이입한 관객이 누릴 호사일 수도 있으니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이 영화가 주는 감동어린 선물을 가슴으로 받아보시길 바란다. 영화 포스터 가득한 황정민의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아마 가슴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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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좋아하는 분
배우 황정민을 좋아는 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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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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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소재로 한 영화로 지난 9월 선보인 <에베레스트>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에베레스트>가 리얼하고 압도적인 히말라야의 풍광을 보여줬지만 다소 건조한 재난 영화로서 드라마적 요소가 약했다면 <히말라야>는 휴머니즘 드라마를 대놓고 표방한 작품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산악인 엄홍길 대장. 그가 2004년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한 동료들을 1년 후 데리러 간 실화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실화가 주는 힘은 그 어떤 픽션보다도 진실되고 드라마틱할 수 있지만 <히말라야>는 진실은 충분하나 드라마틱하진 못하다. 익히 인지하고 있는 스토리의 반복은 루즈한 전개로 이어지고 이는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연속 천만 배우가 된 황정민의 엄홍길은 인간미가 묻어난다. 정우, 김인권 그리고 최근 인기인 ‘응답하라 1988’의 라미란까지 화려한 주, 조역의 연기 호흡도 좋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이석훈 감독이 연출했다. <히말라야>가 지나치게 휴머니즘에 의지하려는 점은 아쉽지만 가치와 신념에 대한 여러가지 표현이라고 본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또 ‘산에 왜 오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에베레스트>에서 흡족할 만한 해답을 못 찾았다면 <히말라야>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