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大虎 , The Tiger , 2015

박해일이 막다른 산골짜기에서 호랑이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깊었던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선보였던 호랑이는 너무 CG티가 나서 긴박한 영화 흐름을 확 깨버리는 무례를 범했다. 화면 앞에서 포효하는 호랑이가 물론 실제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실사와 디지털 화면이 더 이상 이질적이지 않은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탓에 화면을 일그러뜨리는 <최종병기 활>의 호랑이 CG는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 지금도 기억한다.
그런 아쉬움을 보상하듯 아예 호랑이를 중심에 둔 이 영화 <대호>는 산군山君 호랑이에 대한 이질적 느낌을 완전히 사라지게 한 역작으로 다가왔다. 살아있는 듯, 털 한올한올을 손으로 쓸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된 호랑이와, 지난한 역사의 그늘이 그대로 얼굴 주름 사이사이에 박혀서 산에 호랑이가 있다면 인간 세상에는 포수 만덕이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최민식의 포스는 웰메이드 영화임을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게 한다.

따라서 이 영화 <대호>는 호랑이가 만덕이고 만덕이 호랑이라 보아도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에서 호랑이는 멸종되었다는 공식 발표는 1996년에 있었고 이 멸종의 원인에는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한 해수구제정책으로 조선의 산에 있는 모든 호랑이를 박멸하는 사냥 정책의 식민 침탈과 범죄였음을 이 영화로 종지부를 찍었다.
순박한 한민족이 두려워하면서 혹은 친밀한 감정을 느끼면서 함께 공생했던 한국 호랑이를 그렇게 치밀하게 없애려 했던 일제의 야욕은 호랑이라는 영물에 담긴 한민족의 정신을 지우려는 간괴가 숨어져 있었던 것이다. 민족혼을 없애려는 외부의 침략에 정작 호랑이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대호> 그 기억을 찾아가는 힘찬 여정을 보여준다.

일본군 대장 마에조노는 지리산의 산군 대호를 잡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조선인 호랑이 사냥대 ‘정호대’를 만들어서 조선 호랑이를 모두 없애려는데 이 지리산 대호는 도통 잡기가 어려워 조선에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는 정책의 의도가 점차 희미해진다. 다급해진 마에조노의 재촉에 일본 장교 류(정석원)은 전설의 조선 명포수 천만덕을 데려오라고 조선포수대 대장 구경에서 명한다.
하지만 만덕은 대호를 잡는 것에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다. 과거, 대호를 잡으려다가 아내를 잃은 일에 만덕은 대호를 잡아서는 아니되며 이는 자연을 역행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고 또한 대호는 산속에서 인간은 산 아래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살아야 할 공생 관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덕의 뜻에 반하여 결국 대호를 잡으려는 포수대와 일본군은 무모한 도전을 하고 이들 앞에서 대호와 만덕의 해후 아닌 대결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100% CG라는 것을 알게 되면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영화 속의 호랑이가 실제 호랑이가 아니더라도 달라질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리산 속을 포효하는 호랑이의 모습에서 관객이 느껴야 할 감정은 관객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짜라는 느낌, 그냥 만들어진 허구라는 느낌, 혹은 더욱 실감나는 현실감 등등 호랑이가 CG라는 사실은 어쩌면 이 영화의 대단한 스포일러일 수도 있을 지경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호랑이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라 설정되었기에 대호의 모습은 조선의 위엄과 힘, 용맹, 거친 산에서 그 큰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생명력을 뿜어내는 한민족의 얼을 표현하는데 모자람이 없다는 점이다.
400kg이라는 몸무게, 4미터에 가까운 몸 길이, 1미터 20센치나 되는 꼬리 길이 등은 대호의 모습을 설정하는 외향이지만 거친 흉터와 시력을 잃은 한 쪽 눈의 설정은 시련을 겪어도 일어나는 조선민족의 의지를 표방한다. 같은 CG라 해도 <미스터 고>의 고릴라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짐승이라면 <대호>의 산군은 그 모든 환경을 살아왔고 견뎌와서 지금의 자리에 우뚝 선 승리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산짐승이 아니라 영물靈物이라 불리며 신비함을 간직한 이 존재에 일본군이 대립하는 것은 그대로 조선과 대립하는 충돌을 야기한다. 일본이 이웃나라를 침략하듯 그 나라의 자연까지 침략하는 설정은 단순히 전설처럼 내려오는 호랑이와 포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며 일제강점기의 조선인 말살 정책에 귀결되어 민족혼을 일깨우는 중의적 느낌을 가지는 데 영화는 성공했다. 이 성공이란 CG도 사운드도, 장대한 겨울산도 그리고 최민식의 포스도 모두 포함된다는 뜻이다.
또한 만덕과 대호의 얼굴이 겹쳐지는 화면 전환은 만덕이 대호고 대호가 만덕임을 그대로 말해준다. 부모를 잃은 대호와 역시 부인과 자식을 잃은 만덕은 서로의 처지를 아는 시대적 동료이자 함께 할 수 없지만 결국 가야 할 길은 하나였던 동반자였던 것이다.

<대호>를 보고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다면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서둘러 보길 권한다. 자식을 잃은 아비가 자식의 죽음을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거칠고 자비 없는 자연 속에서 온몸으로 맞서며 기필코 일어서는 의지를 보여주는 생명의 영화이다. 대호와 만덕이 겨울산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 운명의 결을 만들었다면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그 운명의 결에 마침표를 찍는 영화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이번 겨울에 대호와 만덕의 겨울 지리산은 그리 멀리 있는 곳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거대한 영화를 보면서 추운 1월을 거뜬히 보낼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기보단 좀더 큰 모니터 화면으로 감상하기를 권한다. 물론 스피커 볼륨도 활짝 열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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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최민식 출연 영화를 신뢰하는 관객
박훈정 감독 작품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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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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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짐승의 몸으로 '임금'의 칭호를 받은 동물이 있다. 바로 호랑이다. 조상들은 호랑이가 임금의 자질, 즉 덕과 용맹함을 갖춘 동물이라 여겨 '산군'이라 불렀다. <대호>는 조상의 시선이 담긴 호랑이 영화다. 호랑이 중 왕이라 불리는 지리산 '대호'는 은혜를 알고 부성애를 지닌 동물로 형상화된다. 또한 제아무리 총포를 쏘아대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동물로서, 공포와 존경의 대상으로 군림한다. 다시 말해 '대호'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물이자 일제에 정복되지 않는 민족의 자부심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최민식이 분한 '천만덕'은 '대호'와 교감해 호랑이의 신비감을 증폭시키며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이러한 영화의 설정은 <명량>같은 항일정신보다는 한국 호랑이 설화의 재현이란 측면을 강조한다. 신비로운 영물 '대호'가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CG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자칫 수십 년 전 공포드라마 '전설의 고향'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래픽에 대한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키며 초반부터 호랑이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낸다. 덕분에 <대호>의 호랑이는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속 리처드 파커 부럽지 않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대호>는 다양한 상징과 장치들이 촘촘히 쌓이며 여러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한국의 멋을 살리는 수작이다. <신세계>(2013)를 연출한 박정훈 감독이 21세기의 기술로 만든 '오래된 신세계', <대호>는 그런 영화다.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