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The Throne , 2014

송강호, 유아인
영화 <사도>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송강호와 유아인. 두 배우를 설명하자면 대한민국의 연기를 매우 잘하는 배우라고 설명하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송강호의 연기는 그 어떤 영화의 캐릭터를 갔다 놓았어도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자기 자신이 그 캐릭터가 되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이다. 그의 영화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는 그가 조연 조필역으로 출연했던 <넘버3>이다. 이 영화에서 삼류건달 역의 조연으로 출연하여 분량도 극히 적었던 송강호는 몇마디 대사로 하여금 1997년은 그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아직도 그 영화만 생각 하면 "배신, 배반이야" 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한석규, 최민식의 주연의 영화 <넘버3>에서 작은 조연 조필역으로 나온 송강호가 당대 최고의 배우가 되리라고 말이다.
유아인은 2011년 영화 <완득이> 이전까지 그가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만에서 그저 곱상하게 생긴 남자배우로만의 이미지가 굳어져 왔었다. 그의 얼굴이 연기 하는데 방해될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2011년 <완득이> 이후 그는 더이상 곱상한 외모의 배우가 아니라 와일드 하면서도 남성다운 연기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2013년 <깡철이>에서 부산의 부두 하역장에서 일하며 힘겹게 사는 강철을 연기하면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곱상한 외모속에 남성스러움을 표출해 냈다. 최근에 성황리에 막을 내린 <베테랑>에서 제벌3세 조태오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면서 천만관객동원 배우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사도의 배우들
<사도>에서 두 주인공 송강호와 유아인을 빼고도 문근영 김혜숙, 박원상, 전혜진 등등 이름만 들어도 대한민국에서 연기력 하나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주, 조연으로 출연해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단연컨대 최고의 조연은 노 개런티에 정조역으로 특별출연한 소지섭이다. 할아버지 영조(송강호), 아버지 사도(유아인) 그리고 손자 정조(소지섭)의 3대에 걸친 비극적인 조선왕조의 한 시대를 이 세 배우의 연기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얼마나 가슴이 두근 거리는 일이 아니겠는지 모르겠다.
어느 인터뷰에서 소지섭에게 노 개런티 출연의 이유를 물었더니, 극중 배역의 분량에 관계없이 정조의 역할에서 오는 끌림과 영화 <사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고 이준익 감독의 시나리오의 완성도 때문에 노 개런티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았다. 그것만 보더라도 소지섭이란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설명이 되는 것 같다.
혜경궁홍씨역을 연기한 문근영 역시도 비중은 크지 않으나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 눈빛에서 그가 어떤 여배우 인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혜경궁홍씨는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 였고 영조와 사도의 불안정한 관계에서 불안해 하며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삶을 보냈던 여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그녀의 내면적,심리적 묘사가 영화에 잘 드러난 것 같다.

사도세자
영화를 보기 전에 조선왕조에 대해서 조금 알아 두면 영화가 더 재미있다. 사도세자는 1735년 영조가 42세의 나이로 어렵게 얻은 아들이다. 사도는 어릴때부터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나서 영조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영조의 아들이라는게 더 클 것이다. 왕이든 노비든간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아비가 또 어디 있을까.
영조는 사도가 10살이 되던 해부터 세자수업을 받게 했다. 그러나 사도는 학문보다는 무예를 더 좋아했고 그런 모습이 영조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았다. 15살이 되던 해에는 영조 대신 직무를 보게 하는 대리청정을 시키면서 영조와 사도간의 사이가 더큰 갈등의 원인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이때부터 사도에게 정신병적인 것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고 항상 아버지 영조의 눈치를 봐야 했던 어린 사도에게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셈이다.
이렇게 까지 사도를 몰아 붙인 영조에게도 후궁의 아들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열등감에서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부자간의 골은 깊어만 갔고 같은 궁궐안에 있으면서도 몇달동안 얼굴을 맞댄적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렇듯 영조와 사도의 사이가 멀어지고 사도의 생모도 그를 외면하고 사도의 처인 혜경궁홍씨도 자신의 아들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사도의 죽음을 방관하게 되어 버린다. 어찌보면 조선왕조500년 역사중 가장 비운의 왕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더이상 쓰게 되면 길어지게 되므로 자세한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도>의 이준익 감독은 뻔한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영화를 보기 전 많은 호기심이 들었다. 사도에 관한 이야기는 책, 드라마, 영화, 연극 등등 이미 많은 곳에서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감독이라면 어떻게 역사의 한 장면을 우리들에게 새롭게 각인시켜줄 것인지? 또는 그저 뻔한 이야기의 재탕으로 남을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나의 헛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준익 감독의 지휘하에 송강호, 유아인, 소지섭. 영조, 사도 그리고 정조에 이르는 3대의 부자간의 할아버지와 손자간의 가족간의 슬픈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연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세명의 배우를 제외하고도 문근영, 김혜숙, 박원상 등 이름을 다 거론할 수 없지만 자신의 분량이 적어도 영화를 빛날 수 밖에 없던 이유중 하나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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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유아인의 명연기를 감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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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상욱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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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몰아치는 전통악기 소리를 배경으로 빗 속에서 호위 무사를 이끌고 영조를 찾아가는 사도의 모습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는 역동적이고 절제된 미가 돋보인다.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힌 후 총 8일간의 시간을 현재와 과거의 플래시 백으로 전개되는 <사도>는 퓨전적인 요소를 지양한 정통사극으로 음악, 복식, 공간적 배경 등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잘 살린다. 가장 많이 다루어진 역사 소재 중 하나인 사도세자의 비극적 사건을 당파 싸움이라는 외적 배경은 최소화하고 가족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는데 바로 이 부분이 영화가 가지는 차별적인 장점이다. 기존의 작품들이 왕과 세자의 얘기에 흥미로움을 느낄지언정 내 이야기가 될 수는 없었다면 <사도>는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를 함으로써 진정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준익 감독은 치밀한 권모술수의 두뇌 싸움, 스케일 큰 전투나 액션 없이도 촘촘한 전개로 극이 느슨해지는 것을 막고 영조의 성격을 재치 있게 표현하며 영화가 지나치게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관장한다. 극이 진행될 수록 송강호의 연기는 점점 고조되어 후반부 사도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 즈음에는 정점을 찍고 영조를 죽이러 갔던 사도가 결국 칼을 내려 놓으며 외치는 절규는 ‘유아인이 저 정도의 배우였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절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단,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에필로그는 좀 더 농축된 표현으로 간결하게 여백의 미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5년 9월 10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