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폰
The Phone , 2015

휴대폰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동안 많이 쏟아져 나왔다. 신문물에 대한 인류의 예우로서 문명의 전환이 될 이 기기에 대하여 여러 영화들은 애정을 쏟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만약 휴대폰이 없었다면 20세기 후반에 나온 영화들의 절반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휴대폰이 반드시 있어야 이야기가 완성되고 영화가 진행되는 구조에서 우리 일상도 이 휴대폰이 없었다면 지금 생활의 대부분은 그 패턴이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상상도 힘든 상황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휴대폰을 이용한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예전 영화가 바로 <셀룰러>이다. 2004년에 개봉된 이 영화에는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와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타뎀, 그리고 킴 베이싱어까지 화려한 배우들이 나와서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납치 스릴러 액션을 선보였다. 휴대폰이라는 소재를 가장 재치있게 사용한 영화의 시초로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휴대폰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절대적 무기로 작용한다.

단순히 휴대폰이라는 기기의 차용이 그 다음으로는 지역을 뛰어넘는 공간의 제약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머무르다 시간을 초월하는 상상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기능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SF 소재도 있긴 하지만 시간에 대한 공상에서 휴대폰이 개입하는 경우 직접 공간을 합하지 않아도 과거와 현재, 혹은 현재와 미래를 결합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휴대폰이야 말로 영화의 주요 소재로서 매우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다. 휴대폰 만세~!
중년 스릴러 액션의 명배우로 오른 손현주의 새 영화 <더 폰>은 제목 그대로 휴대폰으로 시작과 끝이 일직선으로 향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휴대폰이 단순 통화 기능 외에도 시간을 초월한 연결 매체라는 점에서 스릴러 속에 SF가 녹아 들어간 아이디어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의 매력과 구상이 신선하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는 직원들과 회식자리를 즐기느라 아내 조연수(엄지원)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 날 밤 연수는 저녁준비 도중 집안으로 침입한 괴한에게 살해를 당하고 동호는 자책감으로 폐인이 된채 1년이 흐른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죽은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지구의 통신망이 혼선되어 시공간이 초월하게 된 것으로, 동호는 아내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 되고, 아울러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는 중대한 순간이 온 것이다.
아내를 살리는 것 뿐 아니라 살인범까지도 밝혀내야 할 기로에서 지금 현실의 일들도 조금씩 변화가 되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가 변하면 그 일이 원인이 되어 미래의 결과가 변하듯 아내의 전화를 다시 받게 된 순간부터 지금 현실은 그 때의 미래가 되어 변화할 수 있는 것. 동호는 이제부터 사력을 다해 살인범을 추격하고 그 날의 일을 되돌리기 위하여 뛰고 구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변화시켜 나간다.

헐리우드의 SF 영화들처럼 거대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기괴한 모습의 우주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는 한국에 없지만 SF라는 장르가 꼭 우주와 외계인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 <더 폰>처럼 시간과 공간, 은하계의 우주 질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독특한 SF 장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SF란 그렇게 볼거리를 위주로 하다기 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보다 심오하다. 그리고 휴대폰 통신망이 전파를 타고 오고 가는 단순한 회선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영화의 시나리오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예를 들어 과거에 있는 아내가 괴한을 마주하지 못하도록 미래의 남편이 상황을 운영할 수 있다는 설정은 휴대폰 통신망을 넘어서 미래가 과거를 조정하는 설정이니 과거는 미래를 결정하지만 미래는 다시 과거를 바꿀 수도 있음을 역설한다. <백 투 더 퓨쳐>에서 지금의 인물이 태어날 확률이 적어지니(결혼하여 부부가 되고 아이를 가질 확률) 미래의 사진 속 인물이 점차 희미해지는 장면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적확히 알려주는 교재이다.

<더 폰>은 과거와 미래가 정확히 1년이라는 시차에서 오고 가는 와중에 교차 편집과 인물들의 상황 설정이 다소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살인범은 이어지는 사건의 중심선에서 변경되지 않음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시나리오 초반의 번쩍이는 스토리가 뒤로 갈수록 비비 꼬이고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1년이라는 시차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집중도를 높이는 사건 배열은 초반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유지하는 영리한 영화이다.
드라마를 넘어서 이젠 영화배우로서 만나는 손현주의 선굵은 페이스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한국 영화계의 다크호스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절제된 액션과 얼굴에 길게 그어진 흉터로 북한 공작 요원의 포스를 보여주더니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스릴러의 중심에 선 배우로 손현주 브랜드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그리고 악역이지만 어딘가 친숙한 배우 배성우의 존재는 한국 영화의 맛있는 양념과 같은 역할로 <오피스>의 김병국처럼 의뭉스럽다가 최근 <특종 : 량첸살인기>의 오반장처럼 우직한 역할도 잘 보여주는 진국이다. 특히 <몬스터>에서 보여준 의외의 액션은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표정 연기 뒤에 반전으로 보여주는 그만의 무기로 보여진다.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 벌어지며 생경했던 일이 서울 시내를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처럼 느껴지는 이 잘 짜여진 스릴러 한 편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게 하지 않게 하지만 끝나고 나서는 무언가 후련하면서도 왜 그랬을까 생각되는 지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대부분 이유와 원인이 나오지만 자신만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영화가 끝난 후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밌는 감상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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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스릴러 매니아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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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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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 <더 폰>은 이야기의 논리 구성은 다소 미흡하지만 그 가운데 진행되는 사건의 긴장감이 높아 흥미로운 스릴러다. 남편 동호가 전화 통화만으로 아내를 구하려는 과정은 적절한 화면 구성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덕분에 긴장감이 쏠쏠하다. 특히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에 이어 다시 한 번 스릴러에 도전한 손현주의 연기가 영화의 중심을 잘 잡는다. 악역 연기를 펼친 배성욱도 돋보인다. 한편, <더 폰>은 긴장감을 고조시킨 중반부에 들어 슬며시 종전에 선언한 시간 설정의 조임새를 느슨하게 만들며 영화의 무대를 은밀하게 확장시킨다. 이는 영화를 예측 못한 방향으로 전환시켜 흥미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트리는 부작용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망설이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추진하는 <더 폰>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순간만큼은 결코 아쉽지 않은 몰입도와 재미를 선사하는 조금 얄미운 스릴러다.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