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같은 여자
My sister, the pig lady , 2013

일반적으로 우리는 영화는 제작이 끝난 즉시 모든 상영관에 영화가 걸려 개봉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오늘 리뷰 할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영화관에 걸린 영화들 중 한 편 <돼지 같은 여자>이다. 마치 욕처럼 들리는 제목의 이 영화는 불과 얼마전에 개봉했지만, 실제로는 2012년에 촬영을 마쳤고 2013년 중반까지는 후반 작업이 계속되었다.

영화는 크게 살펴보면 어촌에서 벌어지는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다. 그리고 이 로맨스의 한 가운데 황정음이 있다. 영화 속 재화역을 맡은 황정음은 가족 부양과 사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인생을 보여주고, 영화는 그녀의 인생을 잘 녹여 만든 드라마 같다.
영화는 로맨스 영화답게 초반동안 어촌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총각 준섭을 차지하기 위한 재화, 유자, 미자의 사투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준섭과의 사랑에 실패한 재화가 홀로 서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그리게 된다. 사랑이 아닌 가족을 선택한 재화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로맨스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가족들을 위해 억척스럽게 돼지를 키우는 재화의 모습을 보면, 돼지의 의미가 그저 많이 먹는 동물이 아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다주는 재산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돼지는 그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희생해 바치는 충직한 동물로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한는 재화를 상징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도 일대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남도 일대의 시원한 자연 풍광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 봐야할 것은 주인공을 맡은 황정음이다. 2002년 가수로 데뷔했지만 2005년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손에 꼽을만한 대표작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코믹한 모습을 가장 인상 깊게 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제 그녀의 진가가 발휘되는 장르는 로맨스 특히 새드 로맨스라고 생각한다.
<자이언트>, <비밀>, <끝없는 사랑> 등의 드라마를 통해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역을 잘 연기했다는 평을 받고 있고, 특히 눈물 연기를 통해 그녀의 연기력이 한층 더 성장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매력은 이런 비극의 여주인공과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오가면서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연기의 스펙트럼이 높다는 것이다. <킬미, 힐미>나 최근 시작한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매력은 감히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황정음만의 독특한 모습일 것이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에서 황정음은 이런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돼지를 키우며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밝은 매력을 보여주지만,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에서는 깊은 생각과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황정음, 최여진, 박진주는 고된 노동을 직접 몸으로 표현했다. 실제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남도 사람들의 생활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서 남도의 뻘밭에서 구르거나 스쿠터를 능수능란하게 타고 가는 모습 등을 촬영하면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가며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이 마치 MT를 다녀온 것과 같이 즐겁게 촬영했다고 하는 만큼, 맛있는 남도의 음식들과 정많은 남도 사람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해갔다. 마을 회관을 의상, 분장을 위한 대기실로 사용해가면서 마을 전체를 세트처럼 촬영했기 때문에 영화속에 나오는 여수, 순천 지역의 어촌 마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근 3년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영화이기 때문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남도의 정취와 배우들의 열연을 감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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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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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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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같은 여자>는 <행복한 장의사>와 <바람피기 좋은 날>를 연출한 장문일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수많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맥락없이 이어지는 통에 정신이 없다. 남자를 둘러싼 어촌 여성들의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하는 <돼지 같은 여자>는 이내 치정으로 인한 스릴러로 변했다가 눈물을 자아내는 드라마가 되어 막을 내린다. 영화의 대범한 시도는 아쉽게도 톤 변화가 자연스럽지 않아 다소 생뚱맞게 느껴진다. <돼지 같은 여자>는 그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촌 여성들이 억척스런 모습을 강조해 마음을 저미게 하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목소리를 높이는 캐릭터들은 감정이 침전돼 쌓일 시간을 방해한다. 한편,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유자와 미자를 연기한 최여진과 박진주는 돼지 배설물 위로, 화장실 바닥으로 온 몸을 내던지는 투혼을 발휘하고 황정음과 이종혁의 케미도 기대이상이다.
2015년 9월 3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