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 , 2007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의 <내니 다이어리> 입니다. 영화는 애니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방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일기 보다는 레포트에 가까운것 같기도 하네요! 인류학자의 시선에서 맨하탄 상류층의 사람들을 분석해 내가는 방식은 신선하고 또 재밌습니다.

애니는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싱글맘으로 애니를 혼자 길러준 엄마의 기대를 듬뿍듬뿓 받으며 취업을 준비하게됩니다. 사실 애니는 인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그거 해서 뭐 먹고 사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에에 선택한 삶이였죠. 이런 점은 우리나라 매 한가지네요. 금융권 쪽으로 진로를 바꾸어 찾아보게 되죠. 자신도 없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애니.

엄마는 엄마처럼 살지 말고 더 똑똑하고 좋은 환경에 가서 살라는 말을 끊임없이 애니에게 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럴 거에요. 하지만 자식이라면 누구나 애니처럼 숨막혀 할 지도 모르겠네요. 일생 일대의 인터뷰를 망쳐버린 애니는 우연히 자신이 잘 할 지도 모르는 일에 도전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이 일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에 애니 스스로가 현실을 피해서 도망갔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어쩌면 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의 자아성을 찾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에겐 비밀로 하고 단짝 친구와 함께 어퍼 이스트 사이드로 옮기게 되죠. 그녀의 친구는 대학원생 자격으로 그녀는 X집안의 내니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근사근하던 X부인은 깐깐하기 그지없는 냉혈맘이었죠. 말 그대로 냉.혈.맘 입니다. 가정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랄까요?

공원에서 X부인의 명함을 받을 때까지도 그녀는 이런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와 겹쳐지는것은 왜인지 애니가 돌봐야 하는 그레이어는 굉장한 말썽 꾸러기 입니다. 유모의 바지 멋기기는 물론 물건 엎지르기 엄마에게 이르기 소리지르기 할 수 있는 건 다 해 애니를 괴롭힙니다.

이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애니와 그레이어 그리고 미스터X와 미세스X의 이야기가 됩니다. 애니는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 두고 싶지만 그레이어가 눈에 밟히고 또 곧 그레이어의 부모님의 사이가 회복되길 바라며 조금 만 더 조금 만 더 하며 버티고 있죠. 두 사람의 신경전과 부부싸움은 우리 모두 경험했듯이 지나가는 폭풍과 같았습니다. 애니는 그런 환경속에 사는 그레이어와 X를 동정하게 되죠.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유모 애니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인류학자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어느새 토착화? 되버린 자신의 모습대로 X집안에 남을 것인지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가 아랫집 훈남으로 등장하는데요, 이 둘은 어떻게 될까요? 또 미스터 X와 X부인은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요?
뭐 줄거리 상으로는 이렇습니다. 감독의 의도가 애니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크게 희극적이지도 않고 감정을 강요하는 큰 사건 맥락도 없습니다. 간간히 웃음 포인트가 있고 간간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정도 입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보실 수 있는 영화! 추천해 드릴게요. 개봉한지 9년 정도 되다 보니 영상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과 크리스 에반스의 캐미를 보실 분 들이라면 충분히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
|
 |
영화 헬프/ 내니 맥피 시리즈/ Der nanny 등
유모 물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
|
글: 황인선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된장녀라는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밥보다 비싸다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의 럭셔리한 식후땡을 즐겨야만 한다면 그대의 이상향은 아무래도 뉴요커겠다. 럭셔리한 명품이 즐비한 쇼윈도 앞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밝혀본 적 있다면 그 역시도 그 곳을 한 번이나마 꿈꿔보았으리라. 하지만 된장녀는 단지 이 땅에만 존재할까. 그건 아닌가 보다. 저 머나먼 미국땅에도 된장국만 안 먹었지 뉴요커를 갈망하는 된장녀들이 살고 있단다.<내니 다이어리>는 된장녀들이 꿈꾼다는 스타벅스 커피의 본토이자 동대문산 짝퉁이 아니라 명품들을 몸에 주렁주렁 두른 진퉁 뉴요커들이 존재하는 세계다. 하지만 뉴욕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다 뉴요커는 아니다. 만약 그대가 꿈꾸는 뉴요커가 단지 뉴욕에 사는 거주민에 불과했다면 상관없겠지만 뉴욕에 거주하며 명품으로 몸을 도배한 럭셔리의 표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니 다이어리>는 뉴욕, 그 중에서도 좀 있다는 갑부들이 즐비한 맨하튼에 입성한 인류학 전공 석사의 현지 조사 보고서다. 물론 이 철부지 처녀는 단지 애 하나 봐주는 대가로 고급 아파트에서 잠자리 해결하고 목돈까지 버는 럭셔리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했다는 심산으로 맨하튼에 입성했으니 그녀의 본래 목적은 그런 비범한 의도와 애초에 무관했다. 결국 <내니 다이어리>는 간단히 정리하자면 한 여성이 고백하는 어리석은 과거 청산기에 가깝다. <내니 다이어리>가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촌뜨기의 뉴요커 생활 수기란 점은 작년 이맘때쯤 개봉했던 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마찬가지로 동명 원작 소설의 영화화로 성공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먼 친척 뻘 되는 듯한 <내니 다이어리>는 그 세기나 깊이면에서는 그에 모자라다. 그건 아무래도 무표정 속에 악마적인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배려를 동반했던 미란다(메릴 스트립)만한 캐릭터가 부재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도 안이한 설정이 확연히 눈에 띠는 탓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애니(스칼렛 요한슨)가 부모의 치맛바람에서 도망치듯 맨하튼의 유모, 내니가 된다는 도입부의 설정은 너무나 뻣뻣해서 기름칠이 필요할 지경이다. 더구나 그런 과정조차도 캐릭터의 어리석음으로 치장하며 눈 가리듯 본론으로 넘어가는 태도는 석연찮게 거슬린다. 하지만 철없는 여자의 성장담이란 도식적인 집착과 무관하게 뉴욕 상류층 사회의 양육 시스템에 얽힌 소재적 활용은 참신하다. <내니 다이어리>가 어리석은 발상과 무관하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 구석은 물질적으로 풍성하나 정신적 여유가 없는 부자들의 삶을 바라보는 아이의 외로운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또한 소년과 애니가 교감하면서 서로에 대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은 그 나름대로의 흡족한 즐거움을 안겨준다.하지만 <내니 다이어리>가 고용자와 피고용자 관계에 놓인 맨하튼 안방마님과 내니의 관계 속에서 애니의 일장연설을 감동으로 섣불리 치환시키려는 의도는 얄팍해 보인다. 또한 내니의 경험을 통해 맨하튼의 럭셔리한 뉴욕 안방의 삭막한 현실을 보고 인생 나침반을 다시 찾은 애니의 모습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너무 막연하며 단상적이다. 차라리 유아 양육적인 소재에 치중하며 재미의 폭을 넓혔거나 좀 더 세심하게 캐릭터를 다듬고 그에 사려 깊은 성찰을 담았어야 했다. 물론 맨하튼 파크 애브뉴의 호화로운 단상을 간접 체험하거나 진부할지라도 단순한 여성의 성공 드라마를 즐기고자 했음이라면 <내니 다이어리>는 그에 충분한 킬링 타임용 도구가 될만한 자질은 있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나 속은 만신창이 같은 영화 속 뉴욕 상류층 부인의 삶처럼 <내니 다이어리>는 그럴 듯한 포장 뒤에 알맹이 없는 이야기를 전시한다. 마치 도입부와 결말부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인류학 박물관처럼, <내니 다이어리>의 현지 탐사 보고서는 본론은 없고 서두와 결말만이 존재한다.
| 글_민용준 기자 ( kharismania@movi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