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The Time Traveler's Wife , 2009

시간여행의 운명을 지닌 남자
시간여행의 운명을 지닌 남자, 헨리. 나는 시간여행자다. 어릴 적 교통사고 때 시간이동을 경험한 이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 여행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시간 이동 후엔 알몸으로 낯선 곳에 떨어지기 때문에 늘 추위에 떨거나, 옷을 훔쳐 경찰에 쫓겨야 하는 신세이다. 현재의 삶은 언제나 외롭다. 매일 혼자 맞는 아침이 익숙해져 갈 때쯤 그녀가 나타났다. 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그녀가...

그를 기다리는 여자
평생 그를 기다리는 여자, 클레어. 그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고 있다. 여섯 살이던 해, 나만의 비밀 초원에 나타난 그는 자신을 시간여행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먼 훗날 우리가 친구가 될 거라 했다. 나는 매일매일 그가 찾아와주길 기다렸고, 나와 사랑에 빠지기를 기다렸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드디어 그를 다시 만났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스물 여덟 살의 그를...

소설로 유명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 원작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뻔한 소재의 로맨스에 이런 판타지를 결합시켜 신선함을 이끌어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평소, 영화든 소설이든 로맨스를 즐겨보지 않는 성격 탓에 이 영화가 나왔을 땐 많은 호기심을 일으켰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로맨스에 접목 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이렇게 애잔한 내용을 전개하리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영화를 먼저 접하기 전에 소설을 먼저 접해보았다. 평범하지 않아도, 심히 평범하지 않은 부부의 삶.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 여행을 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아내. 그런 삶은 살아보지 않은 자에겐 상상도 못할 인내와 고통이 수반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역경을 오롯이 사랑과 믿음으로 견뎌내는 그들의 삶에 감탄할 수밖에.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원작의 그 감성과 애잔함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다만 원작의 내용이 뭉텅뭉텅 빠져있다는 것이 일말의 흠이랄까. 물론 그 내용이 전부 들어갈 때의 루즈함 보다는 전개가 빠르게 흐르는 편이 낫다. 하지만 원작을 읽고 보는 입장에선 그 내용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빠지거나 결말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 즉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시리즈의 경우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물론 3부작 7부작의 시리즈로 영화가 제작된 점도 있지만, 그 점을 빼고서라도 이류를 들면 이렇다. 원작에서의 배경 설명을 그대로 옮겨 왔다는 점. 그리고 [반지의 제왕]에서는 호빗에 대한 이야기만 따로 빼서 다시 영화화를 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경우는 위의 판타지 영화와는 다르다. 몇 편의 시리즈물로 갈 만큼 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100%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그 이유다. 하지만 2시간 가까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된다. 이는 원작을 본 사람 뿐만 아니라,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도 벙찌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뺀다면 나처럼 로맨스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영화, 괜찮은데?’라는 느낌이 들게 할 영화다. 공상과학영화에서는 흔하지만, 로맨스 영화에서는 시간여행을 한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헨리와 클레어의 못다한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은 생을 기다리게 하는 삶은 원치 않아서’ 자신이 죽은 후에 보러 올거라고 말하지 못했던 헨리와, 그럼에도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기다린 클레어. 요즘같이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세상에서, 언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남자를 기다리고 사랑하긴 쉽지 않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언제 시간 여행을 할지 모르는 그 불안감 속에서도 자신이 돌아올 곳이 있다는 믿음하나로 버티기 역시 쉽진 않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지만, 영화 진행을 조금만 더 매끄럽게 했다면 로맨스 장르에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과 함께 흥행을 했을 거라 믿는다.

‘여섯살 때부터 당신은 내 운명이었어요’ - 클레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 - 헨리
그럼에도 이 영화에 큰 점수를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의 명대사처럼, 애틋함(평행하게 늘 함께 있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하는데서 오는)을 관객(혹은 독자)에게 와닿게 표현을 잘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