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O PISEU , Office , 2014

박성웅이 형사역으로로 나오는 영화는 드물다. 탈북자(<카인과 아벨>)나 웨이터(<정승필 실종 사건>)였다가 최근엔 대부분 살인마와 같은 악역들이었다. 그래서 더 집요하고 무게감 있게 느껴지는 이 영화 <오피스>는 박성웅 덕분에 오피스라는 공간이 확장되고 그 확장된 공간이 더 큰 스릴러로 긴장감이 배가 되는 효과를 누린다.
회사 건물 안이 주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회사 건물 밖으로 쫓아가는 시선에는 박성웅이 있고, 다시 회사 건물의 미로와 같은 오피스 풍경은 박성웅의 수사선으로 교착된다. 그의 차가운 눈빛과 살기어린 표정들이 어떻게 공직자인 형사의 아우라로 탄생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관람 방법이다.

식품회사 제일 F&B 영업 2팀의 김병국 과장(배성우). 김병국 과장의 일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 도구는 바로 망치인데 시신들은 척추가 골절되고 대퇴부는 손상되어 두개골까지 파열된 참혹한 사건이다. 더 큰 충격은 망치에서 김병국 과장의 지문이 나왔다는 것.
자신의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김병국 과장을 쫓아 최종훈 형사(박성웅)은 김병국 과장의 회사로 찾아가 팀 동료들을 수사하며 그의 행적을 쫓는다. 그런데 회사 동료 팀원들은 모두 입을 맞춘 듯 김병국 과장에 대해서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김병국 과장은 일만 하는 착실한 사람이라고.

그런 와중에 사건이 일어난 당일 회사로 들어오는 김병국 과장의 모습이 CCTV에 찍히는데 들어온 건 찍혔지만 나가는 건 찍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병국 과장은 현재 계속 회사 건물 안에 있다는 뜻일까? 게다가 점차 김병국 과장의 영업2팀 직원들은 신경질적인 감정의 불안을 느끼고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이 바로 김병국 과장 때문일 것이라는 직감이 선다.
그런 직원들 사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이미례(고아성)은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살피며 업무를 보는 척 하지만 직원들이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그녀가 사무실 안에서 만들어가는 무언가 숨기는 듯한 태도도 의심적은 게 한둘이 아닌 상황이 된다. 김병국 과장을 찾아 사건을 파고들면서 나타나는 직장 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민낯으로 나타날 때 긴장감과 스릴은 커져만 간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직장의 풍경은 매우 사실적이고 한편 무척 상징화되어 있다. 미로처럼 엮여진 사무실의 오피스 가구 배치는 마치 무언가를 꽁꽁 숨기고 있는 회사의 비밀 영업 장부 같다. 분명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의 자리까지 찾아가는 길은 돌고 돌아서 한참 걸린다. 즉, 회사에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은 쉬운 일직선이 아니라 돌고 돌아서 배배 꼬인 길을 어렵게 찾아가야 하는 어려운 길임을 의미하는 듯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야 하는 곳, 해가 지면 집으로 와서 잠을 자지만 해가 뜬 온 하루를 다 보내는 그 곳, 회사는 그렇게 집보다 더 오래 있는 곳이지만 결코 집일 수 없고 동료들은 가족일 수 없다. 보통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사무실 풍경을 묘사하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가족적인, 이라는 말이지 가족이라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가족적이지만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인연의 끈이 풀어지는 지점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김병국 과장의 살인 동기를 찾는 것도 최종훈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가. 이미 범인이 나왔으니 영화는 범인 찾기가 아닌 범행 동기 찾기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 정도에서 머무른다면 밋밋할 이야기가 사무실 내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스릴러와 호러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범죄영화로 남겨지지 않고 호러영화로 이어지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감독을 겸한 홍원찬 감독인데 그의 전작 시나리오는 <황해>, <추격자> 이다. 이전작 제목만 보고도 <오피스>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하기 쉽지만 그렇게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선악이 뚜렷한 영화들보다 누구에게 죄값을 치르게 하고 원인을 밝혀야 하는지를 모호하게 하는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 하고 지나간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장치를 두기에 영화는 그렇게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비정규직 사원의 시선으로 진행되었던 <10분>이란 영화를 기억한다면 이 지적에 수긍이 될 것이다.

최근 회사와 직장을 배경으로 소재로 쓴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소지섭의 <회사원>은 회사라는 조직과 킬러라는 조직의 합일을 찾아 매칭되는 용어들로 재밌게 구성하였고, 인기 드라마 <미생>은 비정규직 사원 장그레를 통해서 직장내 애환과 회사 조직의 이면을 마치 관찰 예능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내었다.
의도적으로 조직된 군대라는 조직보다 더 조직화되고 냉철하며 인간미가 없는 회사는 그 자체로 괴물일 것이다. 괴물 안에서 일하고 쉬고 먹고 회의하고 생산하는 회사원들은 괴물의 부속물이거나 괴물을 움직이는 주체이다. 그 부속물이나 주체가 바로 나일 수 있다는 현실이 <오피스>가 남기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파티션 너머로 들리는 키보드 소리, 스템플러 소리, 팩스 소리 등은 사무실 환경에서 겪어야하는 인간의 심장 박동 소리보다 더 크고 중요한 위치이기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회사원들의 심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불편하고 무겁다. 하지만 결국 회사도 사람 사는 곳. 이익 추구를 1차 목표로 한다지만 그 목표도 결국 사람이 정한 것 아닌가.
기계화된 현대 사회의 이면에서 회사원이라는 명함과 조직이라는 굴레에서 어떻게 인간 관계가 형성되고 엮어지는지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다. 조직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차분히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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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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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는 규모가 작은 영화다. 공간적 배경의 대부분이 사무실이고 등장 인물도 직장 동료들과 형사로 제한적이지만 현실에 밀착된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김과장이 저지른 경악할 사건과 더불어 화려한 무대장치나 특수 효과 없이도 초반 강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뭔가를 감추는 직장 동료들로 인해 김과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고,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소소한 공포를 적절하게 잘 만들어낸다. <오피스>는 ‘열심히 일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미례와 김과장은 닮은 꼴이라고 계속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김과장이 사라진 후 동료들의 시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내 주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하던 <오피스>가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로서 공감을 잃는 이유는, 영화가 제시하는 해법이 우리가 원하는 해결방식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현실의 힘이나 어떤 병리적 현상을 빌리지 않으면 납득하기 힘든 결론을 제시하는 <오피스>의 이 같은 방식은, 생각할수록 그 어떤 결론보다 섬뜩함을 남기기도 한다.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