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더 무비
Muumit Rivieralla , Moomins on the Riviera , 2014

하얀 몸에 동그란 눈, 만지면 부드럽고 말랑말랑할 것 같은 무민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어도 말이다. 캐릭터 탄생 7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무민 더 무비>는 기존의 팬들은 물론, 캐릭터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내며 평점 8이라는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 <무민 더 무비>에 쏟아진 호평이 왜 의외인지는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더 이상 어린아이들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성별이나 연령대가 국한되는 순간 그 작품이 발휘하는 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의 상상력과 잊고 있었던 동심을 자극한다. 지난 7월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은 관람객 평점 9점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기대작 <쥬라기 월드>와 대등하게 겨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더 이상 애니메이션 작품이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증명한 셈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어른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세심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몸속에 감정을 조절하는 판타지적 존재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 또한 한몫했다. 나날이 발달하는 그래픽과 CG기술의 최대 수혜자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아닐까 한다.

반면 <무민 더 무비>를 살펴보자.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3D그래픽은 없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밋밋하고 무난하다. 그런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화면 속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에 눈이 가고, 단순화된 배경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스크린에 익숙해 있던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독특하고 자극적인 설정, 스토리, 다채로운 화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무민 더 무비>의 단조로움은 심심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신선하다. 순수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아이들이 보기에도 부담 없는 스토리라 누구에게나 권할만하다.

남쪽 바다로 바캉스를 떠날 계획을 세운 무민 가족. 작은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한 이들의 앞에 꿈만 같은 도시가 나타난다. 시골에 살던 무민 가족은 발달한 휴양지의 모든 것이 새롭다. 크고 세련된 호텔, 전용 수영장과 욕실, 데굴데굴 굴러도 될 것 같은 침대.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무민 가족은 실수를 연발하며 주위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마냥 즐거워하던 가족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충돌한다.
하지만 그들의 다툼은 곧 재미있는 소동으로 이어지고, 소소한 웃음을 터뜨려준다. 통통한 몸집과 조그마한 발로 뛰어다니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귀엽다. 왜 무민 캐릭터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지 알 것 같다. 그동안 스쳐가며 봤던 무민 캐릭터 상품들을 눈여겨보게 될 듯하다.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가 귀엽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주인공 무민과 그의 가족들은 휴양지에서 상류층의 생활을 보내며 각자 성장한다. 여기에는 은근하게 느껴지는 의미가 있다. 대놓고 보여주는 풍자와는 사뭇 다르다. 엑스트라처럼 등장하는 조연들도 각자의 무게가 있고, 아리송한 대사도 극 후반부에 가서는 이런 뜻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면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소소하지만 마음이 편한 지금까지의 삶을 영위하려는 무민과, 상류층의 화려한 생활에 빠져 인생을 바꾸고 싶어 하는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의 갈등이 눈에 띈다. 소박한 시골생활에 젖어 있던 무민 가족들에게 휴양지에서의 호화로운 상류층 생활은 낯설고 또 어렵다. 침대가 너무 넓어 상을 올려놓는 등, 지나치게 깍듯한 호텔 직원들과 엄청난 요금청구서에 주인공은 당황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해학적인 풍자로 가려졌지만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다.

무민 캐릭터의 원작자인 토베 얀손은 1934년에 첫 시리즈를 발표했다. 어린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동화였다. 당시 애니메이션과 동화는 철저히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로, 어른에게는 아이를 달래거나 재미있게 해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 시절 누가 예상했을까. 하얗고 몽글몽글해 보이는 이 캐릭터가 오랜 시간 어른들에게까지 사랑받을지.
성소수자 레즈비언이었던 토베 얀손은 2001년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녀의 죽음에 얽힌 소셜미디어 논란이 떠오른다. 그녀의 작품을 출간하던 한국 출판사가 토베 얀손이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독신이라는 뉘앙스의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출판사에 항의했고, 출판사의 해명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껄끄럽다는 의견이 많다.

캐릭터 탄생 7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이니 만큼,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무민 더 무비>의 바캉스 에피소드는 원작 만화의 일부를 압축해서 재구성한 시나리오인데, 개인적으로는 무민 원작만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재미있는 사건을 펼쳐나가면서 보는 이에게 교훈, 또는 은근한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다.
북유럽 감성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자연친화적인 배경과 무난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국내 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와는 다른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물론, 순수하고 맑은 느낌의 작품을 찾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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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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