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2013

이 영화는 사실 신작이 아니다. 2년전 만들어졌지만 묵혀있다가 이제 2015년에 나온 까닭은 영화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고, 소재 자체도 민감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들어있기에 그렇게 세월을 지내다 선보이게 되었다.
지금도 용산을 지날 때면 아직 남아 있는 흔적들, TV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기억되는 건 경찰과 철거민 모두 사상을 냈고 그 아픔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따지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합의하는 과정 같은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서울 한 복판에서 불이 나고 공권력도 시민도 같이 아프게 된 결과를 맞이하였기에 지금 2015년도 그리 먼 시간이 지난 건 아니라서 한편은 외면해버리고 싶고 한편은 잊어버리고 싶은 일일 수 밖에 없다.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를 기억하게 하기에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시간은 멈춰진 채로 있었던 듯 생생하게 남아서 지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숨쉴틈 없이 뚜벅뚜벅 진행되면서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법정에서 어떻게 충돌이 일어나고 의견이 오가며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게 하는지 시종 진지하고 투명하며 가감없이 제시된다.
2015년 초여름 극장가는 <쥬라기월드>나 <매드 맥스>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오픈 상영되었지만 윤계상, 유해진, 이경영, 김옥빈 등 쟁쟁한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는 한국영화의 진지한 땀을 흘리게 만들었기에 <소수의견>은 소수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역 철거 현장,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열섯살 아들이 죽는다. 또한 박재호는 현장에서 경찰을 살해한 현행범이 되어 검거된다. 국선변호사 진원(윤계상)은 박재호를 변호하게 되었는데 박재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이리저리 알아 보는 와중에 진원은 진실에 접근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권력과 힘,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알게 되고 선배 대석(유해진)과 함께 사건을 함께 진행하기로 제안한다. 하지만 대석은 이혼전문 변호사이다. 지방대출신에 중앙에 연줄없는 변호사와 이혼전문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치고는 꽤 무게가 나가고 또 상대는 매우 버거운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수까지 두며 둘은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두가지 길의 첫번째는 공권력과 시민간의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부분, 둘째 아버지대 아버지라는 구도에서 이 둘이 취해야 할 감정과 이성의 경계라는 부분이다. 첫번째 길로 가게 되면 법정 공방이 이뤄지는 영화 내내 관객은 속에서 열불이 터지고 보이지 않는, 아니 뻔히 보이면서도 상대할 수 없는 그 존재에 대해서 까마득한 절벽에 선 공포까지 느끼게 된다.
이 답답한 공포를 겪을 때 영화에서 이슈로 내세운 100원 소송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소재일 뿐 대결해야 할 현실은 그만큼 투덥기 때문이다. 두번째 길로 가게 되면 이 두 아버지들은 결국 하나의 입장이라는 것으로 감정선이 모아지게 된다. 둘 다 아들을 잃고 복수심과 울분과 허탈함과 빠져나올 수 없었던 그 현실에 오장육부를 다 쓸어 내리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하지만 결국 이 두가지 접근 모두 진실에의 접근 과정은 그렇게 힘들고 입장차가 확연하며 같은 사안이라도 돈과 권력과 정치와 심지어 경제논리까지 겹쳐지게 되면 괴상한 괴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동감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현실이라는 자괴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잃었을 때 발생되는 이 정글 같은 삶의 버거움, 그리고 권력기관이라는 소재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애매모호하게 되는 억울함 같은 것이다.

5명의 그룹 GOD에서 가장 뛰어난 변신과 성공을 한꺼번에 쥔 주인공 윤계상은 한국 배우군들 중에서 매우 비중있는 배우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댄스가수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에서 수식어를 떼어내고 그저 배우로 탈바꿈하며 이 영화 <소수의견>으로 우뚝 섰다.
깊은 눈매와 심중을 잘 담아내는 표정은 처음부터 배우로 왜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특히 최근 <삼시세끼>를 지나 <해적 : 바다로 간 산적>부터 <타짜-신의 손>까지 충무로와 TV를 종횡하는 핫한 배우 유해진과의 대등한 연기합은 잘 만들어진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연기의 힘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이 영화 <소수의견>과 함께 <극비수사>까지 개봉되면서 만재도에서 하루하루 고기 벌던 예능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는 한국영화의 중심까지 현재 더 이상 조연 아닌 주연 배우로 아직 고지에 오르고 있는 배우이다.
<공공의 적> 같은 코믹 수사극의 어설픈 건달이나 <전우치>같은 초랭이처럼 감초 역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이렇게 멋진 변호사로서도 그의 페이스는 먹혀준다는 것이 신기하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재밌는 화제작들이 계속해서 오픈되고 있는데 <극비수사>와 <소수의견>을 함께 묶어보길 권한다. 유해진의 색깔 다른 모습 속에서 같은 인물이 오버랩되는 재미도 찾아질테고 수사와 법정 장면이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의 서사의 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오락 영화도 좋겠지만 잠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영화적 재미를 찾는 것도 여름 휴가를 보내는 영리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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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참 법정극을 보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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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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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은 쉽게 흥분하지 않는 영화다. 푸른 빛이 도는 차가운 영상과 정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소설에 기반을 둔 <소수의견>은 나열되는 사건의 수가 많아 집중도가 떨어진다. 특히 초반부의 더딘 진행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데 있어 서두르거나 지름길을 택하지 않은 <소수의견>의 가치는 이내 드러난다. 살인사건과 피해자는 둘이지만 살인을 인정한 가해자는 박재호 하나다. 또 다른 가해자인 국가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다 믿는 이들 뒤로 쉽게 모습을 감춘다. 개인을 보호해야 될 국가는 사라지고 피해를 입은 개인을 위로하는 건 또다른 개인들이다. 국가와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물음을 던지는 <소수의견>은 현 우리사회의 모습을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2015년 6월 18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