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장수
Clown of a Salesman , 2014

가정의 달을 맞아 연극가, 극장가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공연과 영화들이 절찬리에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어버이날에 걸맞는 영화 <약장수>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네 삶을 정면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휴먼 감동 드라마 <약장수>는 믿고 보는 개성파 배우 김인권과 감초 배우 박철민이 주연을 맡아 씁쓸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두 연기파 배우가 열연하여 소시민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웃음과 감동이 있는 영화 <약장수> 속으로 들어가보자.

대리기사로 일하며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가던 일범(김인권)은 만취하여 잠든 승객을 깨우려다 본의 아니게 성추행 혐의를 받게 된다.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된 후 대리기사 일마저 짤리게 된 일범. 밀린 방세와 아픈 딸의 치료비 마련이 시급했던 일범은 직업소개소를 전전해보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뿐이다.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일범은 소위 말하는 홍보관 “떴다방”에 발을 들이게 된다. 웃음과 효도를 파는 약장수가 된 일범은 노인들을 상대로 물품을 팔기 위해 호객 행위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 나날을 보내지만, 즐거워 하는 노인들을 보며 점점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자랑스러운 검사아들을 둔 옥님(이주실)을 만나며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

영화 속 일범의 직업은 약장수로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소위 말하는 홍보관 떴다방이다. 영화는 이 떴다방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감독은 홍보관을 보다 사실적으로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 스태프와 함께 여러 홍보관을 방문하여 현장조사를 했으며, 영화 속 홍보관에 방문한 손님들은 홍보관에 다녔던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을 캐스팅하여 실제 홍보관 느낌을 여실히 주었다.
게다가 영화 속 떴다방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한 홍보관에서 촬영하였다고 하니 이보다 더 현실적을 수 있을까? 영화를 통해 직접 홍보관을 방문한 듯한 가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가난함 때문에 약장수가 된 일범과 외로움에 홍보관을 찾게 된 옥님. 각자 다른 이유로 홍보관을 찾은 둘의 모습은 노인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와 서민들의 생활고, 가족 해체 등 여러 현실적 사회적 문제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동정심과 죄책감을 자극하여 물건을 파는 약장수들의 모습과 약장수들의 속셈을 알면서도 자녀들보다 살갑게 대해주는 모습에 속아주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함을 자아낸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빠른 나라이다. 핵가족시대와 고령화 시대의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노인을 위한 복지와 제도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이 실상이다. 이와 같은 현실로 인해 독거노인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이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는 현 우리사회에서 고독사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속 옥님은 세상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검사아들을 두고, 장한 어머니 상까지 타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외로이 홀로 살아가고 있는 독거 노인이다. 친구의 권유로 떴다방을 찾은 옥림은 그 곳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간다. 오랜만에 옥림의 집에 방문한 아들이 5분도 채 되지 않아 집을 나서려 하자, 두시간만 나랑 놀아줄래? 너 기분 좋게 내가 팁도줄게 라고 말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깊으면서도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이었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50억원대를 육박하는 이때 4억원이라는 제작비로 완성 된 저예산영화이지만 그 어느 블록버스터 대작들보다 얻는 것이 많은, 꼭 찾아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약장수>를 추천한다.
 |
|
 |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분 |
|
| 글: 강소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약장수>는 희극을 절실하게 갈망하는 인물들의 비극이다. <약장수>는 홍보관에 입사한 일범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범이 사회적 약자임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일범과 옥님의 개인적인 관계를 다정하게 묘사함으로써 ‘떴다방’과 같은 사기행각이 개인의 도덕적 책임에 따른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꼬집는다. ‘떴다방’ 피해자들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홍보관의 구체적인 행사 과정이 소개되는 가운데 은연중에 감지된다. 노인들의 경쟁심과 동정심, 그리고 죄책감을 자극해 상술을 펼치는 철중의 카리스마는 박철민의 안정된 연기로 더욱 설득력을 높인다. <약장수>가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유는 흥겨운 춤과 노래가 가득한 ‘떴다방’이 애초부터 저마다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모인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미흡하지만, 우리 사회와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미덕을 갖춘 작지만 묵직한 영화다.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