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Samba , 2014

머나먼 타국에서의 생활
위조한 신분증,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직업, 단속반이 뜨면 잽싸게 도망쳐야 하는 불법거주자인 그의 이름은 삼바. 하루도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없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의 마음가짐이 어떻든지, 이민자를 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정하다. 삼바는 이곳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에도 몸을 사려야 한다. 거리를 걷는 것조차, 숨을 쉬고 말하는 것조차 버겁다.

정당한 비자 없이 들어온 몸인 만큼 위조 신분증은 필수다. 하지만 그게 쉽게 구해질 리 없으니, 삼바는 경찰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내야 한다. 게다가 불법거주자의 삶은 빈곤 중에서도 밑바닥을 달린다. 아무리 긍정주의라지만, 이래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는 삼바. 그런 그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인정받는 커리어우먼, 그러나 극에 달한 스트레스
앨리스는 철두철미한 성격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성실히 쌓아왔다. 주목받는 화려한 인생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남부러울 것 없는 나날인 셈이다. 그러나 앨리스 본인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녀의 스트레스는 이미 극에 달해 있다. 하루 종일 어려운 서류와 씨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쉴 틈도 없이 일만 해온 그녀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
앨리스의 모습은 반복되는 일상, 과한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 직장인들과 꼭 닮았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앨리스는 스스로의 삶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근는 자원봉사를 자청하여, 어려운 상황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게 된다. 그리고 이전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앞으로도 그녀의 인생에는 나타날 리 없었던 한 남자를 만난다.

경력만큼은 베테랑
삼바는 지금껏 많은 일들을 해왔다. 쓰레기 분류, 접시 닦이, 접시 닦이를 하다가 주방 요리사로 승격되기도 했고, 공사현장에서 막노동, 백화점 경비 일까지 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렇듯 노동 시간은 길고 임금은 형편 없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진즉에 때려치우고도 남을 대우였지만, 삼바는 다행히 긍정적인 성격을 타고났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어떤 일이 보수가 좋은지, 그나마 덜 힘든지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쉼 없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하는데, 그의 삶은 어느 면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뿐. 체류권 문제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삼바는 앨리스를 만난다. 자원봉사 차원으로 온 앨리스는 이상하게 삼바가 낯설지 않다. 그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음에도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친근하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삼바와 앨리스는 각자 다른 과정으로 삶에 지쳤다. 삼바는 불법노동자의 신분으로 고단한 나날을 보냈고, 앨리스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지만 결국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여 정신적으로 무척 불안정하다. 둘은 겉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지만, 사회적 지위나 상황을 걷어내고 나면 똑같이 상처받았다. 각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언젠가 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간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기라도 한 걸까. 삼바와 앨리스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사람에게도 공감대는 있었다. 고단한 삶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현실은 힘들지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영화에서 삼바는 비교적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하지만 원작자 델핀 쿨랭의 소설 <웰컴, 삼바>에서의 삼바는 훨씬 고단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인물이다. 그의 성격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불법노동자라는 이유 하나로 삼바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냉정하고 가차 없었다. 물론 법을 지켜야 하는 시민들의 자세이기에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삼바의 입장에서 본 세상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앨리스 또한 이 시대 직장인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업무에 열성적으로 임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모든 일에 무기력해지는 증상 ‘번 아웃 증후군’을 앓게 된다. 밤에는 잠도 잘 수 없고, 휴식을 취할 때조차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하루하루 숨 쉬는 게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 지경으로 내몰았는지, 왜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살아가던 사람이 정신적으로 극한에 내몰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든다.

<웰컴, 삼바>는 <언터쳐블:1%의 우정>으로 흥행에 성공한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또 다른 힐링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포지션과 역할이 비슷하고, 같은 배우가 등장함에 따라 전작의 연장선상 같은 느낌도 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언터쳐블:1%의 우정>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융화시켰다면, <웰컴, 삼바>는 좀 더 현실적이고 무겁다. 주인공도 오늘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와 직장인 스트레스를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서로의 존재가 있기에 조금 더 ‘힘을 내볼까?’ 할 수 있는 그들. 선악의 기준을 떠나, 서로에게 분명히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소설의 진중한 분위기 또한 널리 대중화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영화 속에서의 긍정주의 캐릭터인 삼바도 좋았지만, 사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는 신분은 우리 사회에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떠오른 문제를 미화하여 표현한다면 관객에 따라서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 <웰컴, 삼바>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달픈 삶보다는 삼바의 긍정적인 성격이나, 앨리스를 만나 서로 치유받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췄다. 이 영화를 주의깊게 보았다면 원작소설 <웰컴, 삼바>또한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