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
이들은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이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는 매일이 신혼 같은 백발의 노부부.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꼬마를 묻고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 가는데…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머지 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예고영상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2014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2014)는 강원도 횡성면의 작은 시골마을에 76년동안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오신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 소박한 일상, 아름다운 이별, 감동, 사계절의 풍경, 고향의 향수까지 1년4개월여동안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형식의 영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독립PD였던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첫 데뷔작으로 2014년 제6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관객상, 2015년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분에 초청되어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인정받은바 있다.
영화 속 노부부의 얼굴이 낮설지 않다 생각했더니, 언젠가 TV 인간극장에서 두 노부부를 뵌적이 있었다.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와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의 소박한 일상과 아름다운 사랑, 이별이야기가 있는 강원도 횡성면으로 떠나보자.
늦가을 마당가득 쌓인 낙엽을 쓸다가도 이내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는 조병만 할아버지, 아마도 잠시나마 할머니를 웃게해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마당 한켠에 곱게핀 노란 국화꽃을 한아름 꺾어다 할머니에게 선물하고, 밤이되면 할머니가 무서울까봐 화장실 앞에서 보초를 서며 노래를 불러주시는 로맨티스트 할아버지다. 산에 나무를 하러갈때도 항상 두손을 꼭 잡고걸으신다. 예전엔 기운이 좋아 무거운것도 잘 들었는데 이젠 나무한짐 짊어지는것도 힘에 부친다며 멋쩍게 웃으신다.
세월이 가면 사람도 늙어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섯해만 있으면 백살이라는 할아버지다. 강원도 횡성면에 첫눈이 내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집 마당에도 어느새 새하얀 눈이 소복하다. 함께 눈을 치우다가 첫눈을 먹으면 귀가 밝아진다며 첫눈을 나눠먹다가 금세 눈싸움을 하기도하고, 눈사람을 만들다가도 할머니손이 시려울까 할아버지는 입감으로 할머니 손을 녹여주신다. 할머니 14살 할아버지 19살에 처음 만나 12명의 아이들낳고 살면서 외로움은 없었다며 참 잘 살았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다.
명절날 아침, 가족들이 오기전에 할머니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할아버지,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 시끌시끌하다. 봄나물을 뜯다가도 이내 물장난으로 할머니를 웃게해주시는 할아버지다.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시내로 나가고 시골에서 두분만 지내는 삶은 자칫 적적하고 적막할수 있지만 할아버지는 봄이면 꽃을 꺽어 할머니에게 선물하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치고, 겨울엔 눈사람을 만들며 언제나 할머니를 웃게해준다. 할아버지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은 항상 웃게해주는것이 아니었나 싶다.
할아버지 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외에도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 공순이와 꼬마가 같이 살고있다. 공짜로 얻어서 공순이, 조그맣고 이쁘다고 꼬마라고 부른단다. 귀가안들려 부쩍 말수가 준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르는 할머니에게 금세 멋드러진 노래가락을 선물하고 할머니는 이내 함박웃음이다.
노인대학에서 정선으로 소풍을 다녀온 이후,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심상지않다.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쉽게 잠을 못이루고 아파서 잠못이루는 할아버지는 밤새 불을 끄지 못하게 하신다. 할머니가 잠드신 후에도 할아버지는 그렇게 한참이나 할머니 모습을 바라보고 어루만진다.
하루하루 부쩍 힘들게 들리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와 숨소리는 거울마저 걸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지고, 할아버지도 이젠 거울하나 걸어줄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곱게 한복을 맞춰입고 병원으로 향한다. 할머니의 무릎치료를 받고 집으로 오는길 할아버지 걷는것조차 힘에 부치는지 몇번을 쉬었다 걸었다 하면서도 할머니를 따라나선다. 여름밤 비가 그치고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고, 병원에서도 약을써도 차도가 없을거란 말을듣고 큰아들은 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노부부의 아들들은 쇠약해진 아버지앞에 그동안 죄송했다며 앞으로 잘할거라며 마음속의 미안함을 털어놓는다. 할머니는 깨끗한 옷들과 이불한채를 들고나와 태우며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한꺼번에 태워드리면 무거워서 안된다며 할아버지 옷들을 정리한다. 할아버지가 먼저가면 금방 따라갈거라고 데리러오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데리러오면 커플로 새파란 치마입고 노란저고리입고 손목잡고 가자고 말한다.
할아버지에게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할머니는 눈물만 훔친다. 한눈에 보기에도 많이 쇠약해진 할아버지는 밥도 거의 드시지 못해 날로 야위어가고, 결국 병원에 입원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옷을 정리하고 수의를 빨아 볕 좋은곳에 널어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는데...
76년째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서로를 너무도 아끼는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웃음을 볼수만 있다면 나이를 잊은채 장난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할머니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오랜시간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 아름다운 사랑을 닮고 싶고, 마음속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삶에 온전히 녹아든다는 것, 그리고 그 빈자리를 오롯이 혼자 견뎌낸다는것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깊이의 사랑이었다. 진정한 부부의 의미, 가족의 의미, 이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 어떤 영화보다 깊은 여운을 남길 영화이지 않을까..
온가족이 함께 볼 영화를 찾으시는 분
글: ap사랑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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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예전만큼 자유롭지 못한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가 쇠약해진 몸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울림이 크다. 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한 76년의 세월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지 못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두 연인의 일상을 피상적으로 기록해 아쉬움이 크다. 부부의 농익은 사랑을 반복되는 애정 행위로 표현하는 형식적인 기술은 단조롭게 느껴지고, 할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후반부는 그 공감이 노부부 관계의 심층적인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단편적인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마음에 뚜렷한 인장을 남긴다. 할아버지의 무덤에서 차마 뒤돌아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새하얀 눈밭보다 마음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