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2014

이미 잘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다는 것은 감독에게나 배우에게나 큰 부담일 것이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애초에 그런 시큼한 운명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지만 베스트셀러가 이룩해놓은 업적에 영상이라는 포장을 하게 될 테니 반은 먹고 들어가는 장점도 있을 터, 이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부담과 장점 사이에서 잘 나가는 젊은 배우들 이민기와 여진구를 주축으로 20대의 꿈과 좌절과 세상에 대한 몸부림을 화면 가득 헤쳐나갔다.
원작 작가 정유정은 간호사라는 오랜 직업을 접고 소설가의 꿈을 이룬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몰입되는 스토리와 긴장을 불어오는 문체, 결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서사는 <7년의 밤>이라는 특급 베스트셀러와 <28>이라는 블록버스터급 소설로 이어지면서 한국 문단의 하루키 급이라는 칭송을 받는 작가로 자리하고 있다.

활자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 영상으로 제작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영화화할 수 있는 구조와 배경, 기술적인 접근도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정의 소설은 읽다보면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데 컴컴한 영화관 안에서 2시간 동안 영화 속 세상을 보다 밖으로 나왔을 때 환해진 현실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 느낌을 정유정의 소설도 역시 그대로 전해주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것은 곧 다시 말해서 영화적 경험이고 머릿속에서 읽힌 묘사와 배경이 그대로 영화화되는 영상 경험이다. 그러니, 그런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마치 영화 속 탐험의 미로를 정리해줄 감독과 배우가 필요하지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없는 완벽한 구성이라 할 수가 있다.

이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원작 소설은 1억원이라는 만만찮은 고료를 내건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서 9인의 심사위원들로부터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상찬을 받은 작품이다.
소설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치열한 삶의 굴곡을 헤집는 성찰과 날카로운 은유, 희망을 끈을 놓치 않으려는 발버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지하는 시선으로 묘사하며 감동과 재미 두가지를 모두 선사한다.

25살 동갑내기 승민과 수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친구처럼 보이지만 결코 같은 길을 갈 수 없을 것 같은 두 친구. 수명은 어떤 사유로 강제 입원되었고, 곧 나갈 거라고 계속해서 주장하지만 승민은 이 병원에 지난 6년간 통원한 환자인 것.
병원의 규칙은 정해져 있고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은 가득하다. 그리고 이 둘이 꿈꾸는 것은 병원을 탈출해서 그토록 원했던 희망을 날개를 펼치며 사는 것이다.

숨이 막힐 만큼, 그대로 죽고 싶을 만큼 높은 곳을 날고 싶은 수명에게 비행은 금지되었고 그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잃어가는 시력으로 인하여… 그리고 승민에게 물어보는 수명의 질문 : 넌 누구냐? 니 인생을 상대하는 놈. 그런게 있기는 하냐? 이 둘의 대화는 가슴 아프고 과거를 돌아보게 하며 지금 이순간의 행복과 슬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한다.
“어떤 철새들은 지구 반바퀴를 날아갑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얼마나 멀리 갔는지는 당사자만이 알테니까요”
승민의 이 말은 자신에게 향하는 말이자 수명이 가르쳐준 화두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 단순히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가 아닌 이유는 곧 승민도 하늘을 날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무지개 언덕 너머의 꿈을 찾기 위해서라는 마지막 장면은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영화 마지막 자막으로 완성되는 푸른 희망이다. 청춘이 특별한 것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특권 때문이다. 부족한 것들을 인정하지 않고 채워나갈 것을 다짐하는 시간들이 바로 청춘이고 수명이 멀리 멀리 날아간 모습을 표현해준다.

청춘영화로서 가볍지 않고 그리 진지하지 않으면서 질문하고 대답하게 하는 힘은 나레이션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뭉쳐져 있다. 신구, 유오성, 김정태 같은 강한 이미지의 배우들과 정신과전문의로 직접 출연해서 승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작가 정유정의 모습은 그래서 재밌고 유쾌한 부분을 만들어준다.
로맨스도 아니고 학원물도 아니면서 이렇게 젊음과 미래와 꿈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이민기와 여진구라는 충무로의 펄덕이는 물고기 같은 젊은 두 배우의 열연은 영화의 빛을 더하는 힘을 더해준다. 두 배우의 팬이라면 이 영화가 아마도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끝으로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무언가 더 보고 싶은 거나 혹은 읽을 거리를 찾게 되는 마음이 든다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추천한다. 주인공 승민은 신들의 땅이라며 네팔의 히말라야를 그토록 그리워했다. 신체는 구속되었지만 정신만은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던 승민의 영원한 바램. 그 땅을 작가가 직접 가서 여행하며 내놓은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승민과 수명이 앓았던 인생과 세상에 대한 고민과 아픔처럼 작가 스스로의 고뇌와 치열한 삶에의 부대낌을 있는 그대로 적어나간 내면의 기록이다.
4편의 장편소설만으로 대한민국 문단이 뜨거운 화제 작가가 되었고 수많은 팬을 가진 멋진 소설가는 대체 어떤 고민을 하고 인생과 미래와 삶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가만가만히 들여다볼 최고의 기회이다. 끝나지 않은 승민과 수명의 희망과 모험을 이어가고 싶다면 영화 속 이미지를 마음에 담고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한발 한반 히말라야의 트래킹 코스를 밟아가면 좋을 듯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 영화화가 잔뜩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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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영화를 좀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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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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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수명은 현실로부터 도망친 25살 남자다. 다치는 것을 각오하고 바깥으로 돌아가려는 승민의 모습은 멈춰있는 수명의 마음을 충동한다. 왜 그렇게 도망가려고 하냐는 수명의 질문에 승민이 답한다.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현실은 아프지만 나아가야한다. 현실과 꿈은 공존하기 때문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렇듯 정신병자와 정신병원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아픔을 극복하는 평범한 청춘의 이야기다. 그래서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자와 정신병원이라는 소재를 일시적 흥미가 아닌 현실의 은유로 사용한다. 자신의 탓이 아닌 일에 좌절하고 스스로를 가두는 수명의 모습은 이 시대의 청춘과 다름없다. 이 시대의 청춘을 위로하고 싶다는 <내 심장을 쏴라>는 마음을 열고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친근한 영화다.
2015년 1월 22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 (ash@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