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Set Me Free, 2014

형편없는 가정을 등지고 교회 재단의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고등학생 '영재'(최우식 분)는 적어도 자신의 가정보다 나은 환경에서 원장 아버지(강신철 분)의 바가지 아래에도 안주하며 살아간다. 밖에서 영재라는 이름으로 불려 지면서 교회 사람들 앞에서는 '요한'으로 불리며 신부의 꿈을 꾸고 있지만, 보호소의 물걸을 훔쳐다 반 친구들에게 파는 등 악행을 일삼는다. 그런 영재 앞으로 친아버지와 원장부에 양육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면서 어른들의 무책임함이 그에게 부담감과 상처로 다가와 고등학생으로써 견디기 힘든 현실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영화 <거인>은 현재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긴 <인터스텔라>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면서도 독립영화 가운데 2만 관객을 넘기면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에 나름 성공을 하였다. 영화 속 '영재' 역으로 불안한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고등학생의 울분을 훌륭하게 이끌어내며 찬사를 받은 최우식 분과 류승완 감독의 페르소나 격으로 많은 영화에서 인상을 준 김수현 분의 피폐한 아버지 등, 비교적 낮설지만 완성도 높은 연기를 통하여 눈에 띄는 배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영화의 톤에서 사회에 뿌리 박힌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각 캐릭터는 한명 한명 흥미로운 구석이 엿보인다. 보육시설에서 부당한 대우를 일삼으며 항상 아이들에게 딱딱하게 대하는 원장 부모나 가장의 지위에서 무책임하게 영재의 동생을 자신과 같이 보육원으로 떠넘기려는 영재의 아버지와 상반되게 신부가 되고 싶어하는 영재를 돕는 보좌 목사와 윤미 그리고 항상 형을 생각하는 그의 동생 민재 등. 확실하게 선악으로 이분법되는 영재의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잘못으로 변질해가는 친구 위로 그는 목표와 방향성을 상실해간다.

하지만, 보육원에 물건을 훔치면서 비롯된 죄악으로 부터 영재는 이미 신부의 꿈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중간에 원장부가 영재를 향해 내뱉는 일침을 들어보면, 원장부의 인품을 떠나 영재에게는 신부의 기질이 턱없이 부족해 보임을 인지한다. 그의 말대로 영재는 자신의 이상향 앞에서는 웃음을 지으면서 살갑게 대하지만, 뒤에서 답습해오는 불행한 현실에는 내면에 찌든 불만들을 폭발하면서 가식적인 모습을 표출한다.
그러나 이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이면이기도 하며 영재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환경에서 오는 위압감과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행위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지켜보는 영재의 처절함이 더욱 큰 페이소스로 다가오며 한편으로 무척이나 잔인한 환경의 속내를 직시하게 된다.

누구보다 인품이 바르고 누구보다 생각이 깊어야 하는 신부라는 직책이 영재에게는 단순히 동경의 대상이었을 뿐 현실에서 조여오는 압박감은 영재에게 꿈을 강요하는데에 그쳤기 때문에 그의 마음은 쉽게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영화 <거인>은 신부를 꿈꾸는 영재의 성장이 아닌 환경의 학대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절규하는 인생의 한 단면을 바라보게 된다. 이 단면은 영재에게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아닌 험한 비탈길 위에서 노심초사 하며 끝내 터뜨린 절규에 밀려오는 후폭풍으로 마무리 되지만, 더욱 내다보기 힘들어진 그의 앞날 앞에 내쉬어지는 한숨은 이 사회에 발을 딛는 모든 이들을 대변하게 된다.
(비슷한 예로) J.M.바스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주인공 제제가 겪은 시련과 상처 끝에 찾아온것은 과연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제제의 유년기와 함께 이별하게되는 라임 오렌지 나무는 성장도, 추억도 아닌 단지 아픔을 함께했던 교감의 체계에 그쳤을 것이다. 그래도 성인이 된 제제는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는다, 다만 상처를 안고 있을 뿐이다.
과연 영재라면 '요한'이라는 아이의 상처를 마음 한켠에 묻어 둘 수 있을까 아니면 상처가 묻기에는 이미 너무 커져버린 것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행복할 때의 영재이든 불행할 때의 영재이든 항시 그는 성장의 길목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
-압정 위를 딛고 서는 것이 과연 성장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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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자신보다 더 힘든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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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준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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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은 주인공 영재처럼 ‘그룹홈에서 자라 신부가 되려 했고 여전히 아버지를 싫어하는’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성장드라마다. 영재는 독립할 준비가 끝나지 않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을 원망하면서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른들의 지원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나마 허락된 삶의 공간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압박이 턱 밑까지 차오른 영재에게 종교는 구원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김태용 감독은 <거인>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일그러지는 영재의 모습을 미화시키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때문에 극단의 선택마저 불사 않는 영재의 처절함은 더욱 진실하게 느껴져 안타까움이 크다. 10대 청소년의 곱지만은 않은 성장담을 담은 <거인>은 영재를 절망으로 내몬 차가운 현실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연민에 빠질 뻔한 영재의 모습 또한 자성하기에 그 성장통의 의미가 더욱 값지다.
2014년 11월 6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