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더
Daughter, 2014

사랑이란 이름표를 단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학대 - 가족
늘 듣는 얘기지만 가장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먼 이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 친구, 배우자, 연인이다. 무엇보다도 기나긴 인생 여정에서 가족이란 굴레를 스윗홈으로 기억하는 이들 보다는 지지리 힘들었던 곳으로 기억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여기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것 같은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딸이 있다. 엄마는 딸을 위해 늘 걱정하고 기도하고 보살피고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한다. 그리고 딸을 위한 주기도문을 외우고 또 외운다. 그러나 그녀가 딸에게 실망하고 화를 낼 때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부르던 그녀의 입밖으로 듣기 거북한 욕설이 쏟아진다.
그녀가 든 매는 더 이상 사랑의 매가 아닌 것이 된다. 그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의 대타, 즉 심리학적인 용어로 투사를 딸에게 하고 있으면서 좋음(善)을 자신의 것으로 돌린다. 딸은 이유 없이 시작된 억압의 굴레에서 운신할 바를 모르고 서서히 엄마를 마음으로부터 밀어내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자녀한테만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참 이상하지?
엄마는 평범한 주부인 듯하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아파트에 살며 남편이 버젓이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여인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가부장적 위치가 실종되고 엄마가 모든 전권을 가지고 있다. 마치 현실에서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 시대 가장들의 허구적인 위치를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남편은 그저 죽어가는 아내의 병상을 지키는 존재감 정도다. 가부장적 위치를 차지한 엄마는 1등주의의 화신이다, 1등한 아이의 속옷을 얻어다 입힐 정도, 아이의 문제집을 손수 채점하고 틀린 수대로 회초리를 감아치는 그런 엄마이다. 당연히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설정하는 배경으로 자주 온실이 등장하는 이유도 그런 설정에서 해석이 된다. 그녀의 딸에 대한 사랑방식은 자신의 위치를 신적인 위치에 옮겨 놓았다고 보며 그렇기에 이미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다.
그러니깐……. 자녀인 산이 네가 잘 구별해야해!
딸은 억압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연히 알게 된 피아노 선생님과의 대화와 일화를 통해서 딸에게 퍼부어지는 가정 내 폭력의 대물림을 엿보기도 하고 선생은 갈 길 잃고 방황하는 딸에게는 유일한 해방구 그리고 삶의 멘토같은 인물이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피아노 선생님은 딸에게 홀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고 잔혹한 엄마에게서 상처 입은 그 마음을 또 다른 모성으로 감싸준다.
그리고 사춘기에 부모로부터 적당히 분리된 건강한 거리조절이 딸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숙고하게 된다. 딸은 단지 상처받고 반항하는 딸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엄마로 가는 성장통을 겪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물론 그 성장통은 넓게 보아 반드시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고착과 분리가 적절히 필요한 인간관계에 시사 하는 점이 크다. 너무 멀지 않게 그리고 너무 가깝지 않게........
심혜진 VS 구혜선
엄마의 역할은 불후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프란체스카로 명성을 날린 심혜진이 연기했다. 한때 한국 영화에 다수 출연했던 그녀는 이미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이따금 스크린에 등장하다가 표독한 면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엄마연기에 열연했다. 딸의 역할에는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구혜선이 연기했다.
이미 두 편의 장편영화를( 요술, 복숭아나무) 연출한 그녀는 본업인 배우에서 감독을 겸업하고 있는데 두 장편영화 모두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물론 영화 전체로 볼 때 딸의 아역인 현승민의 연기가 비중이 크지만 성인되어 엄마를 애증의 시선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기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