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블랙
The Woman In Black, 2012

1983년 원작 소설 [우먼 인 블랙]을 바탕으로 한 영화 <우먼 인 블랙>
수잔 힐의 1983년 소설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원작 소설은 불과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소설의 묘미를 그대로 살렸다. 이야기 속 공포를 독자에게 실감나게 전해주는 섬세한 문장으로 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작을 우리에게는 '해리포터'로 익숙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으며 만들어진 2012년 공포 영화다.
원작 소설은 등장 이후 줄곧 사랑을 받으며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 5대 공포소설'로 꼽히기도 했다. 물론 워낙 유명했던 소설 탓에 전 세계에서 수 많은 연극과 드라마로 재탄생했으나 영화로는 처음이다. 2012년 개봉 당시 영국에서는 개봉 첫 주 310만 파운드의 흥행 성적을 올리며 영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우먼 인 블랙>이다.
고요한 시골마을을 둘러싼 기묘한 기운
영화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온통 자욱한 매연으로 가득찬 런던 시내의 한 로펌 사무실. 아내를 잃고 일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한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 분)는 '드라불로'라는 미망인의 유산을 집행하기 위해 북동부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게 된다. 3일 후 4살난 아들과 그 마을에서 재회하기로 약속을 한 뒤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 하지만 단순한 텃세로 보기에는 지나친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는 킵스. 여러가지 의문점이 들었지만 하루 빨리 유산 집행 업무를 마무리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둘러 '드라블로' 부인의 '일 마쉬 저택'으로 향한다.
영화는 이 작은 시골 마을이 중요한 배경이 되는데, 시작 부터 끝날 때 까지 줄곧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과연 제목이 <우먼 인 블랙>이라는 것이 어울리는 부분이다. 어두컴컴한 배경은 관객들로 하여금 오싹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적절한 환경을 마련해주며, 보다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준다.
성공적인 정통 공포 영화의 복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면, 정통 공포 영화를 살려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게 평가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의 배경이 1800년대라는 점도 한몫하지만 영화는 굉장히 고집스럽게 옛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피가 흥건하고, 찌르고 자르는 공포가 아닌 오로지 분위기와 소리만으로 공포 심리를 끌어올리는 정통 스타일의 출현은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외딴 곳에 있는 저택, 한을 품은 여인, 외지인의 등장으로 인한 갈등이라는 요소들은 피 한방울 보여주지 않고 긴장감과 공포감을 매우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가끔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의 위력까지 더해지면 관객은 그야 말로 충격과 공포에 쉽게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먼 인 블랙>은 복고풍의 공포를 재현해냈다는 점과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작품에 대한 완성도 부분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제임스 왓킨스의 두번째 영화는 성공할 수 있을것인가
아이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외딴 저택에 불행하게 죽은 한 여인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아서는 자신의 아이도 혹시 위험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혼을 위로해야만 한다는 긴박함이 주어진다. 아내를 잃고 유일한 가족인 4살배기 아들을 살리기 위한 절실한 설정은 그를 행동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자 극 중에서도 그가 사건을 하나씩 풀어가며 진행되어가기를 바라게 되는 부분이다.
즉, 분명 극 중 흥미를 이끌어 내게 하는 소재임은 분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가는 진행 과정도 매끄럽게 흘러간다. 외딴 곳에 우두커니 존재하는 저택에서 하룻 밤을 지새우는 장면의 공포심은 최고의 압권이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깔끔한 결말 대신 이야기를 끊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둔다. 이는 흔히 알고 있는 '열린 결말'과는 다르다. 열린결말은 결정이 지어진 것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이 다양하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결말 조차 매듭지어지지 않은 이 작품은 열린결말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주어진 인과관계에 따라 매끄럽게 흘러간 이야기 흐름 방식이 갑자기 뚝, 하고 끊어지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버리는 방식이다. 마음 같아서는 엔딩크레딧을 다시 내리고 "그래서 결말이 뭐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임스 왓킨스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혹시 모른다. 제임스 왓킨스가 속편을 염두해두고 이야기를 종결짓지 않았을지도 말이다. 공포나 스릴러의 각본을 주로 쓰던 제임스 왓킨스가 <이든 레이크>에 이어 두번째 연출을 맡은 작품이지만 높은 완성도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해리포터>에서의 탈출에 성공한 다니엘 래드클리프
영화 <우먼 인 블랙>의 가장 큰 이슈는 해리포터로 알려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주연 소식이었다. 10년 이상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해리포터'가 인생을 바꾸어준 엄청난 포인트다. 아니, 어린 시절을 함께 했으니 인생을 바꾸어준 것이 아닌 인생을 정해준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본명 보다 해리포터로 더욱 알려진 그는 어린 시절의 무려 10년이나 해리포터로 지내고 자라왔기 때문에 그가 점차 성인이 되어감에 있어 그의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귀추가 주목되곤 했다. 일반적으로 아역 배우들이 아역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자리 잡는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아역이었다면 더욱 어렵다.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이었던 해리포터 시리즈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이외에도 등장했던 인물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헤르미온느 역을 맡았던 엠마 왓슨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어엿한 성인 여배우로 자리를 잡아 많은 작품들을 찍고 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이전 작에서는 쉽사리 보기 어려운 연기를 선보인다.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의 모습과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변호사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저 마법을 배우는 조그만 어린 아이였는데, 1800년대의 아내를 잃은 변호사 아버지의 역할이라니..꽤 낯설지만, 다이엘 래드클리프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그 만의 또 다른 내면 연기를 선보이는데 꽤나 인상적이다.
제법 나이 든 모습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도 완전히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 아닌가라는 성공적인 모습이 엿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작품에서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르겠으나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그는 완전히 자신의 배역에 녹아들어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포와 스릴러의 적절한 조화
스리러나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이 영화에 상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어두운 분위기와 정체 모를 귀신이 주는 공포와 긴장에 부담을 느낀다면 다른 작품을 추천한다. <우먼 인 블랙>은 원작 소설의 분량 만큼이나 러닝타임이 길지 않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원작소설에서 처럼 분위기 하나하나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오히려 러닝타임을 조금 더 늘려서 친절한 설명을 더해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 같지만 아쉬운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또 하나, 영화가 조금 오래된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 역시 고전이 된 원작은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낡아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섬뜩함과 또 고전에서만 전해질 수 있는 어떤 오싹한 느낌을 아주 잘 살려낸 영화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혼란에 빠뜨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분위기와 음향으로 공포를 이끌어내는 정통 공포의 묘미를 느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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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매니아들에게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포터)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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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라락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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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죽은 뒤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 그는 자살한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고 어느 외딴 마을의 텅 빈 저택을 찾는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이방인인 아서를 경계하며 그의 접근을 피한다. 그러던 중 아서는 저택 주변에서 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여인을 목격하고, 그때부터 마을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을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는 아서에게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우먼 인 블랙>은 21세기 공포영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영화다. 고전적인 공포영화라는 의미다. 음산하고 외딴 마을을 찾아간 주인공, 뭔가 숨기는 있는 듯한 마을사람들, 그 와중에 일련의 사건에 휘말려드는 주인공 등은 비교적 전형적인 패턴이다. 물론 <우먼 인 블랙>이 이야기의 비중이 큰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는 반전과 굴곡이 적고, 사건의 주범인 원혼의 존재도 일찌감치 드러난다. 이야기보다는 분위기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오래된 공포영화의 전통을 충실히 지킨다.<우먼 인 블랙>의 공포의 핵심은 배경과 장소 자체다. 제작진이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낸 영국 요크서의 작은 마을은 짙은 안개까지 더해져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메인 스테이지인 저택도 마찬가지, 방이 많고 기괴한 소품으로 가득한 오래된 2층 목조저택은 대낮에도 무섭다. 마을과 저택의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영화는 철저하리만치 기본기에 충실하다. 요즘의 자극적인 공포영화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카메라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는 편집은 신속하고 간결하다. 사운드 역시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아서가 저택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은 영화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데, 극적인 사건 없이 그저 방에서 방으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굳이 옥의 티를 언급하자면 각색이다.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다보니, 수잔 힐의 동명소설인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의 사연, 유령의 사연, 마을사람들의 사연 등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높은 공포지수에도 불구하고 후반부가 다소 맥 빠진 느낌이 들게 하는 이유다. 러닝타임을 약간 늘려서 실타래를 조금만 더 꼬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와 살이 뿌려지는 자극적인 공포영화에 물린 관객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인 건 틀림없다. 사실상 주인공 혼자 끌고 가는 영화임을 감안하면,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변신은 나무랄 구석 없이 성공적이다.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 글_최승우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