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이트
Red Lights, 2012
영화 <레드라이트>의 도입부는 대학 교수 마거릿(시고니 위버 분)과 그의 제자 버클리(킬리언 머피 분)가 한 가정집에서 의뢰를 받고 퇴마 행각을 벌이는 장면으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곧 이들의 퇴마 의식은 심령술을 빙자한 물리적 사기 행위를 벌이고 있음을 관객들은 금세 눈치 체게 되는데, 바로 이들은 초자연적 현상을 부정하며 과학적 근거로 심령 사기꾼들을 쫓는 물리학자들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세계적인 심령술사라고 칭해지던 사이먼 실버(로버트 드 니로 분)가 30년 만에 무대 위에 서게 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며 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음과 동시에 마거릿의 조수 버클리의 호기심을 사게 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거릿은 그러한 버클리를 제지한다.
과학과 심령술의 대결이라는 이 영화에서 선보이는 모티브는 사실 이례적으로 표면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수 많은 오컬트(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장르의 공포영화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이를테면, 댄 브라우느이 원작 소설을 영화화 시키며 기독교와 일루미나티의 대결을 다룬 <천사와 악마>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고,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에서 역시 비슷한 레퍼런스를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레드라이트>는 과학과 심령술 간의 사투라지만 결국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심리싸움이 주를 이루며 짧게 짧게 공포스러운 씬들을 억지로 도출해내는 면에서 이미 기획부터 다루기 버겨운 소재를 짊어지고 각본을 구성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실제로 영화 상에서 베일에 가려진 초자연적 현상의 정체보다 과학적 근거로 이를 파헤치는 두 교수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비추어진다. 한편으로는 반전과 열린 결말의 중심에서 방황하게 되는데, 기어코 밝혀낸 진실 앞에서 관객들의 눈에는 마냥 무미 건조한 신파들만 보여지고 애써 준비한 마지막 반전의 결정타 뒤에는 한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앞의 내용들 때문에 이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고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요소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영화의 초중반에 언급된 반전을 위한 복선들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은 나름 탄탄한 구성의 부분들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레드라이트>는 영화를 보고 100% 이해하기 까지는 영화가 끝난 것이 아닌 축에 해당한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스토리는 세명의 명품 주연들이 뒷받침을 해준 덕분에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생기지는 않는다.심령술사의 대부 역할을 하는 로버트 드 니로는 시각장애인이라는 모티브 때문에 많은 대사와 행동들은 보여 주지 않지만 무대 위에서 버클리를 압박해 오는 상황의 긴장감 만으로 배우 자체의 존재감을 크게 내새운다.
같은 해에 개봉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선보인 남주의 아버지 역할은 푸근하고 정다운 면모가 있었던 반면 <레드라이트>에서 보여주는 무게감있는 캐릭터는 이 영화의 연기만큼은 명품 연기들로 실속있게 차 있음을 증명해준다.
또한 시나리오상 연출상 일찍 등장해 일찍 떠나는 역할의 마거릿을 맡은 배우 시고니 위버는 이전 <에일리언>과 같은 작품들에서 보여준 여전사의 이미지는 상상할 수 없게 깊은 슬픔을 지닌 나약한 교수로 나오지만, 실버에게 당한 과거의 치욕을 떠올리며 울분을 토하는 모습 만큼은 극 중에서 자신만의 캐리러를 창조해 내는데 충분한 연민의 한을 지닌다. 한편으로 상대에게 강력히 반박하는 지적이고 강인한 모습은 <케빈 인 더 우즈>에서 짧게 나마 인상을 안겼던 디렉터 역의 포스를 풍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레드라이트>의 잣대 같은 역할로써 영화의 주요 인물이 되는 버클리 역의 킬리언 머피는 관객들이 가장 많이 떠올릴 배트맨 시리즈의 크레인 박사 역과 상반 된 캐릭터를 이끌며 심령술 앞에서 의욕이 앞서는 건장한 남성의 모습을 선보이는데, 영화 속 분량의 일등 공신인 만큼 때로 쇼킹한 상황 속에서 마지막의 반전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디테일한 연기를 살려내며 관객들의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을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 감독은 배우들의 기존 캐릭터 뒤집기를 즐겼던 것 같다;;)
주관적 입장에서 파헤치는 심리게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