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2
笔仙 Ⅱ, Bunshinsaba 2, 2013

안병기 감독과 '분신사바2'
2000년, <가위, Nightmare>라는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당대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한편의 장편 웰메이드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이미 여러 영화의 조연출을 섭렵하고 개성 있는 공포영화를 선보인 안병기 감독은 이후 첫 작품 <가위>만은 못했지만 <폰, 2002>, <분신사바, 2004>, <아파트, 2006>를 연속 내놓으면서 명실상부하게 한국 공포영화의 지존으로 떠오른다.
그는 실제로 2010년에는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자신의 영화 <폰, 2002>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의 메가폰을 잡기에 이른다. 그러나 가위를 시작으로 2년마다 선보인 그의 영화의 평점하락이 말해주듯이 디테일과 탄탄한 구성, 그리고 첫 작품 가위에서 드러난 그 만의 독특한 호러영상이 점점 사라져 갔다.
그는 이 후 2012년 중국에 상륙하여 이른바 중국 공포영화계의 묵직한 획을 긋는 <필선> 시리즈 3부작을 탄생시키는데 오늘 소개할 <분신사바2>는 그의 필선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로 2013년 여름 중국에서 개봉하여 나름대로 흥행한 작품으로 원래의 분신사바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그의 첫 작품 <가위, Nightmare>의 중국판 리메이크 작으로 보는 게 맞다.
분신사바와 가위
악몽에 담겨진 진실은 늘 슬프고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동양적 주술의 신비가 어우러지면 접신과 더불어 무서운 과거의 실체가 드러난다.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공포의 기저에는 늘 자신의 치부를 숨기는 나약한 본성이 자리하고 있고 어쩌면 껍데기를 중시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습득한 공포일 수 있다.
송치엔(박한별)은 원작 가위의 혜진(김규리)와 같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모든 단서의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그녀의 단절된 어린 시절, 동심의 극한에서 만난 샤오아이(가위, 하지원)와 조우하지만 그녀 주변에는 늘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그녀 때문에 아버지를 사고로 잃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녀 앞에 나타난 샤오아이. 그녀가 불길하다는 송치엔의 단짝 나나(가위, 최정윤)는 새로 나타난 샤오아이를 거부한다.
분열된 두 인격 사이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원작에서처럼 나름대로 각자의 이유와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 만들어낸 과거의 잘못은 치부가 드러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두려움이 서로를 죽이게 만든다. 아마도 학창시절 소외감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갔던 샤오아이의 복수는 그들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바닥에 있는 인간의 본성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다.
분신사바는 실제로 2000년 초반 한국 교실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접신의 한 방법으로 귀신을 불러내어 미래를 점치는 방법이다. 정확한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그 주문법이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 이고, 오잇데 구다사이(お言で くたさい)는 일본어의 "말씀 해주십시오"라는 뜻이기에 그 기원이 일본으로 보인다.
일본의 장난기 어린 접신 주술이 한국에 건너와 유행처럼 학원가에 퍼졌고 그게 공포영화에 차용된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친구들이 벌이는 분신사바는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 별다른 관련이 없기에 단지 흥행을 위해 수입사에서 <분신사바2>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공포영화가 왜? 무섭지 않은가?
2000년 <가위, Nightmare>를 보았을 때, 필자는 오금이 절이는 공포영화의 전형이었다. 귀신이 나타낼 때, 심장 박동과 맞추어 귀를 자극하는 효과음과 시기적절한 장면전환 중에 보이는 한이 서린 얼굴 장면에서 오싹하는 걸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별로 무섭지가 않다! 그리고 뭔가 어설프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단지 14년 간 많은 영화를 섭렵해서 이제는 빤해진 장면들 때문인가? 아니면 필자의 영화를 보는 눈이 높아진 걸까? 답은 아니올시다!
최근에 필자가 본 마이크 프래너건의 <오큘러스>나 말레이시아 출신의 호주 감독 제임스 완이 만들어 낸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보면 현재 공포 영화의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그 작품들이 우수하다는 평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다소 식상한 장면들은 좀 뒤떨어진 긴장감과 더불어 어설픈 배우들의 비명이 섞여 있기에 무섭지 않은 결론에 이른다. 물론 이미 내용과 장면들을 알고 있는 필자의 탓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다행인건 말이지!
이미 한국 영화계에서 호러퀸이라 불리는 박한별이 연기는 이 영화가 주는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준다. 중국어로 더빙하여 어색하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그녀의 눈빛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살아 있고 안병기 감독이 영화의 중심을 잡는 송치엔 역으로 박한별을 캐스팅 한 것은 주요했다. 오히려 그녀의 연기는 원작 김규리에 버금가고 그녀를 뛰어 넘는다.
그녀만큼이나 좋은 연기를 보여 준 배우들이 없다는 것을 이 영화의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기고 2014년 또 다른 시리즈 필선3편으로 중국 영화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안병기 감독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