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
뷰티풀 크리쳐스
Beautiful Creatures, 2013
<뷰티풀 크리쳐스>의 배경은 멍청이와 못 떠난 사람만이 존재하는 시골마을 캐틀린. 폐쇄적인 분위기에 지친 열여섯 살 소년 에단은 하루빨리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루하루 심드렁한 에단의 유일한 희망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가는 일이다.
하지만 에단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 다름 아닌 꿈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반복되는 꿈을 꾸는데, 한 소녀가 추락하고 자신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늘 실패하고 마는 내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에단의 앞에 꿈속의 소녀와 똑 닮은 소녀가 나타난다. 소녀의 이름은 리나. 좀처럼 전학생이 없는 학교에 갑작스레 나타난 그녀에게는 어딘지 꺼림칙한 분위기가 있다.
전학 온 첫날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리나는 학교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이는 곧 고의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이어진다. 에단은 과거 따돌림을 당하던 친구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리나는 꿈속의 그 소녀가 아닌가? 에단은 적극적으로 리나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에단은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다. 리나가 그저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섀도우 헌터스>이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판타지 로맨스는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방대한 판타지적 설정을 한두 시간짜리 영화에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고,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면 스토리의 미흡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기작이 예정된 상태에서 보는 영화는 결말이 말끔하지 않다. 다음 편의 예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트와일라잇>이 원작의 뜨거운 인기로 그나마 성공을 거뒀다면 <헝거 게임>이나<섀도우 헌터스>는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해리 포터>의 경우는 워낙에 긴 스토리를 주축으로 하니 잠시 제쳐두기로 하자.
결과부터 말하자면, <뷰티풀 크리쳐스>역시 원작의 짜깁기 같은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공 에단은 아무런 특징도, 꿈도 없는 니트족 같은 남자아이로, 여주인공 리나는 전학 온 첫날부터 반 친구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아웃사이더로 여겨진다. 꿈속의 소녀라는 설정이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접점 또한 어색하다. 화면에서는 인물들의 내면을 보여줄 수 없기에, 짤막한 대사만으로는 두 사람의 교류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뷰티풀 크리쳐스>또한 원작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해리 포터>에 마법사가, <트와일라잇>에 뱀파이어, <섀도우 헌터스>에 악마 사냥꾼이 있다면 <뷰티풀 크리쳐스>에는 캐스터라는 초인 집단이 존재한다. 캐스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빛과 어둠. 즉 선과 악이다. 열여섯 살이 되면 여자 캐스터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남자 캐스터가 선과 악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설정에 비하면 꽤 잔혹하다. 게다가 본인의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누군들 악이 되고 싶을까. 리나 역시 자신이 악한 마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곧 열여섯 살 생일을 맞는 리나에게는 어둠의 캐스터들이 다가온다. 게다가 마녀의 신분으로 인간 소년에게 애정을 느낀다니, 리나는 엄청난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리나는 캐스터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존재인 모양이다. 다른 캐스터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은 세상을 뒤바꿀 정도로무시무시하다. 리나는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이유도 알 만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걷어내고 보면, 그저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하는 열여섯 살 소녀만이 남을 뿐이다.
에단은 그런 리나에게 유일하게 평범한 일상을 가져다주는 소년이다. 어둠의 자식이니, 마녀니, 꺼림칙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읽은 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두 사람의 풋풋한 데이트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면들은 곧 어둠의 캐스터들이 활약하며 위기를 맞는다. 영화를 보다 보면 리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캐스터들에게 운명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 하지만 리나는 결코 에단을 포기할 수 없다.
<뷰티풀 크리쳐스>는 사실 본래의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에단과 리나 사이의 로맨스에 더 큰 비중이 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 판타지는 거의 사라지고 두 사람의 로맨스가 더욱 돋보이게 된다. 사실 리나에게 에단이 없다면 그녀는 힘들이지 않고 어둠을 선택할 듯하다. 캐스터들에게는 주어진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에단으로 인해 리나가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니 의미없는 로맨스는 아니다.
아직 2부에 대해서는 들은 소식이 없지만, 혹시라도 제작이 결정된다면 1부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세부적인 설정을 기대하고 있다. 작중 인물들의 의미심장한 대사나 조연들의 활약 또한 의문으로 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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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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