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Blancanieves, Snow White, 2012

오늘 제가 소개할 영화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구전 설화인 백설 공주를 남부유럽의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 스페인 식으로 바꾼 흑백무성영화 백설 공주의 마지막 키스(Blancanieves)입니다. 원제 자체가 Snow White란 뜻의 백설 공주인데 한국에서 개봉당시 영화 제목을 살짝 바꿔 백설 공주 뒤에 마지막 키스를 덧붙였고, 내용도 기본적인 백설 공주 이야기에 스페인적 정서가 묻어나는 소재들로 각색했습니다.
21세기에 흑백무성영화라니 처음에 영화가 시작될 무렵에는 와이드 화면에 스페인의 아름다운 정경이 천연색으로 나타나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영화는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흑백무성영화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흑백무성영화를 끝까지 다 보게 된 후의 소감을 매우 달랐습니다. 처음에 저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귀였습니다. 무성영화이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와 장면에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겠지요? 이 영화가 음악의 완성도가 높은 이유는 이랬습니다.
적절한 음악이 등장! 특히 개인적으로 스페니쉬 기타의 아름답고 감성적인 선율이 장면에 어울리면서 귀를 자극했습니다. 간혹 플라멩코 춤(baile flamenco)을 추는 듯한 장면에서 여지없이 이어지는 스페니쉬 기타의 감미롭고 그루브한 선율이 귀를 자극하고 묘한 이국적인 감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영화에서 전반부의 까르멘시따의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은 우리들이 그 동안 체험한 모든 유년 시절의 상징들로 가득합니다.아이는 태어날 때. 이미 모친을 잃고 재혼한 부친과의 결별을 통해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 손에 자라납니다. 허나 어린아이의 삶이 어찌 이리 모질 수가 있을까요? 할머니마저 그녀와 춤추는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요녀 엔까르나와 결혼한 부친의 저택에 들어가 머리카락이 짧게 짤리고 거의 식모 수준으로 전락해서 거칠고 힘든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모성애와 부성애의 부재의 어린 아이에게 웃음과 삶의 희망이 춤으로서 승화되어 나오고 아이의 성장의 힘이 그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우리 모두의 유년 시절이 나름대로 소외와 빈곤과 부재라는 그림자 안에서 스스로 성장했듯이 까르멘시따도 그렇습니다.
왜? 모든 계모들은 좋지 않게, 아니 엄밀히 말해서 100% 인간쓰레기로서의 군상으로 그려질까요? 혹시나 어쩔 수 없이 재혼으로 계모가 되신 분들이 여기 저기 기분 상할 일들이 많을 것 같은데, 사실 이런 설화에서의 계모의 상징을 이해하면 좀 화가 풀리실 지도......
간호사 출신 계모 엔까르나다(encarnada)는 스페인어의 그 의미가 그렇듯 ‘극악무도한 사람’ 즉 ‘극악의 상징’인 인간의 탐욕과 멈추지 않는 욕망입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안또니오의 사랑스런 아내이자 백설 공주의 엄마 까르멘의 죽음의 비극을 먹고 그 자리를 차지한 여인입니다.
그녀가 어린 까르멘시따를 만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녀에게 집안의 출입금지 구역을 알리는 것이었고 철저히 부친과 그녀를 격리시킵니다. 원래 DIABLOS(악마)의 어원이 ‘분리시키는 자’ 라는 뜻에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 악의 화신은 어린 소녀를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철저히 분리시킵니다. 왜냐면 까르멘시따는 그녀의 욕망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악의 화신인 그녀는 결국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비극적 결말을 맞습니다. 까르멘시따가 살려준 소에게 최후를 맞습니다.
이 영화가 설화를 각색했듯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상징과 각색이 빼어납니다. 우선 여섯 난쟁이의 상징입니다. 원작에서는 일곱이란 완벽한 숫자의 난쟁이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왜? 하나 빠진 여섯 난쟁이 일까? 하는 의문은 아래의 스틸컷을 보고 있노라면 그 의문이 자연스레 풀립니다. 일곱이란 완성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백설 공주, 까르멘시따의 참여가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이야기에서는 중심인물이자 주변인물인 백설 공주를 투우사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바꿔버리는 것이지요.
두 번째, 독이 든 사과! 왜? 여기서도 여지없이 계모가 백설 공주를 죽이려고 주고 있습니다. 사과 대신 독이 든 음료나 물, 혹은 다른 음식이 아니고 하필이면 사과일까요? 아마도 그건 서구 기독교 전통에 의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소재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인류의 조상 하와가 유혹자 뱀의 유혹에 따먹은 선악과의 상징이고 그것은 인간에게는 낙원으로부터의 추방과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허나 그것을 통해서 인간은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신의 품을 떠나서 비록 땀을 일구고 해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구분되는 시점을 맞은 것이지요. 그러나 이 설화의 의미는 독사과는 영원한 잠, 곧 죽음이겠지요.
세 번째, 그녀를 죽음에서 살린 것은 위대한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원작에서는 백마를 탄 잘생기고 능력 있는 젊은 왕자가 나타나서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그녀를 살립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살린 사랑의 근원이 된 키스는 그녀와 투우사 일원인 난쟁이(물론 난쟁이들 중에서 가장 미남이지만) 중의 하나인 ‘라피따’입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과감히 깨지는 순간이며, 진실한 사랑은 늘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현실의 위트 있는 반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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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무성영화가 주는 매력에 빠져보고 픈 모든 이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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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파코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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