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박스
Dabba, The Lunchbox, 2013

인구 12억의 인도,세계2위의 인구대국으로 중국시장 다음으로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곳 이다.군사력 또한 만만치 않아 핵무기 보유는 물론,항공모함 그리고 핵잠수함까지 보유한 군사강국 으로 세계4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나라,무엇보다 할리우드에 비견 될만큼의 거대한 시장과 자본을 가진 영화산업은 세계2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뭄바이 의 옛이름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 볼리우드(Bollywood) 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볼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인도영화의 스토리들은 대부분이 남녀간의 사랑을 주로하며 주인공이 성공하는 해피엔딩을 주요소재로 하며, 뮤지컬 형식의 영화가 많은것이 특징 이라고 할수있다.
이처럼 거대한 영화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인도 영화를 접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영화의 흐름에 상관없이 중간에 춤을 추는 장면이 들어간다든가,뮤지컬 형식의 영화는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 일것이다.나 또한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 <런치 박스>는 이러한 잘못된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릴수 있고, 깊이있는 드라마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쉽게 공감하고 찬사를 보낼수 있는 작품이라 할수 있다.
모니터 너머 상상속의 인물과 음악을 통한 교감,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와 대화를 나누고 속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나눌수 있다는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90년대 유행하던 PC통신을 통해 젊은 남녀의 인연을 보여주었던 영화<접속>에서 동현과 수현의 간절한 사랑이 연상되는 <런치 박스>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동화적인 느낌으로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되살릴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인도의 젊은 감독 '리테쉬 바트라'의 장편 데뷔작인 <런치 박스>는 잘못 배달된 도시락을 통해 남녀간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편지를 통해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남녀의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배달의 고수
배달의 민족'이라는 광고의 문구가 자연스러울 만큼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도 발달 되있지만, 인도에서는 '다마왈라'라는 독특한 시스템의 도시락 배달 문화가 이미 120년전 부터 발달 되왔고, 지금도 인도 '뭄바이'에서는 하루 15만개에 가까운 도시락이 배달되고 있다고 한다.수많은 도시락이 매일같이 배달되고 있지만 한치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정교한 관리체계는 전세계 언론과 현대 경영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관심대상이 될 정도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조사결과에서도 이들의 도시락 배달 정확도가 99.9999%라 할정도로 행선지를 색깔과 숫자로 코드화한 전통방식의 정확도는 한치의 어긋남 조차 용납하지 않고 정확성을 자랑하지만, 이들도 인간인지라 간혹 실수가 있을수도 있다.0.01%의 확률,몇백만번중 한번 일어날까 말까하는 배달사고는 남편의 무관심속에 살아가는 중년의 주부 '일라(님랏 카우르)'와 정년퇴직을 눈앞에둔 50대의 회사원 '사잔(이르판 칸)'을 연결시켜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행복찾기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하고나면 잠시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것이 우리네 주부들의 보편적인 일상 이지만, 인도의 주부 일라(님랏 카우르)의 오전일과는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있다.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도시락 배달부에게 남편의 점심식사를 준비해서 전달 해야만 오전의 일과가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남편과의 관계가 소원(疏遠)해진 그녀가 할수 있는일이라곤 그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여 남편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텐데 항상 남겨져있는 도시락을 보면 서운하기만 하다.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회사까지 배달해주고 다시 빈통을 집에까지 가져다주는 생소한 풍경들이 우리에게는 낮설지만, 인도 뭄바이의 회사원 에게는 일상이고, 준비하는 주부들도 당연히 해야될 일과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음식이 쉽게 상할수 있는 기후와 음식문화 와도 연관이 되겠지만 매일 따뜻한 도시락을 준비하는것을 보면 인도의 주부들도 정성이 대단하다는것을 느낄수 있다.항상 음식이 남겨져 있었지만 오늘만은 왠일로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진 도시락을 보며 기뻐하는 일라..당연히 남편이 먹었을거라 생각했지만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은 이제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회사원 사잔(이르판 칸)에게 잘못 배달 되었던 것이다.누가 먹었든지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수 없다.
느림의 미학
배달의 실수를 탓하기 보다 "도시락을 깨끗이 비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다음날도 남편이 좋아하는 '파니르'를 만들어 보내고, 그 다음날도 더욱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하며, 알지도 못하는 이를 통해 일라는 작은 행복을 찾으려 한다.사잔 또한 처음에는 그저 맛있는 음식이 좋아 감사를 표하며 편지를 보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을 만드는 미지의 여성을 동경하게 된다.주변의 사소한 일까지 편지를 통해 주고받으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조금은 닮은듯한 외로운 잔해들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며 급기야 얼굴도 알지못하는 이와 관계의 발전을 꿈꾸기도 한다.
쉼없이 울려대는 디지털 음향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조급해하고, 빠른 답장을 위해 간결한 문장을 선택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여유조차 없이 그저 영혼없는 답변만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서로간의 친밀도를 확인하지만, 한글자,한글자 정성들인 편지만큼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지는 못할것이다.어린시절 에는 펜팔을 통해,90년대에는 PC통신으로 이후엔 컴퓨터를 통해 타인과 대화를 나누곤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화나눌수 있을만큼 대화의 공간은 개방되었고 누구나 쉽게 접할수 있을만큼 접근성도 수월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얼굴을 보며 대화할수 있는 초고속 시대를 살아가지만 아날로그 시대의 설레였던 감성들은 지금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그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그 추억속의 이야기처럼 사잔과 일라는 도시락의 배달횟수가 늘어날수록 감정도 무르익어가고, 알수없는 사랑의 감정은 조급한 만남을 부축이게 된다.
거부할수 없는 설레임
서로 다른공간에 살며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잘못 배달된 도시락 덕분에 삶의 활력을 찾아가고 지쳐버린 일상들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서신의 교류는 두사람의 감정을 충분이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고 하지만,이제 이들은 여기까지의 과정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모험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려 한다.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는 30대의 일라와,자신의 몸에서 노인냄새가 느껴질정도로 늙어버린 사잔의 만남이 과연 서로에게 행복을 안겨줄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비단 관객의 눈을 통해서만 느껴지는것은 아닐것이다.지금도 체팅의 장점을 열올리며 찬양하는 나로써는, 이들이 만남을 통해 모험을 감행하는거 보다 진실한 감정을 공유하며 사랑을 오랜동안 간직하기를 바라지만, 억제할수 없는 감정들은 순간의 일탈마저 두렵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이미 이들은 편지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오래된 카페 등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 하였건만, 상대적으로 어리고 아름다운 일라와의 만남은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설레이는 감정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쉽게 마주할수 없는 두려움까지 동반하게 만든다.누군지 알수없는 무형의 존재를 지독히도 사랑할수 있는 감성은, 자칫 돌이킬수 없는 과오를 범하곤 하지만,그 짜릿한 설레임과 긴장감은 순수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경험으로 간직 될수도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을 나눌수 있었다면, 잘못 배달된 도시락의 주인공은 단 한번의 맛보기로 만족해야 했을것이다.맛있게 먹고 텅비어있는 도시락을 보며 행복해하는 일라의 모습은, 모든 주부들이 누리고 싶은 작은 행복의 일부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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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충만, 완벽한 멜로드라마를 원하신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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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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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바왈라(The dabbawallahs)’는 인도 도시락 배달원을 의미한다. 이들은 대부분 문맹이지만 오래 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온 복잡한 암호 덕분에 백만 개의 도시락 중 단 한 개 정도만 잘못 배달한다고 한다. 이 백만 분의 일의 확률로 두 주인공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묵묵히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남자, 남편의 무관심이 힘든 여자, 이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고 관심 받고 싶다. 편지가 오가면서 마치 죽은 식물이 꽃을 피우듯 두 사람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즐기게 되고 남편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기도 한다. 음식을 소재로 시작해 점차 인생과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외연을 넓히는 독특한 전개가 매력적이며, 소통을 원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런치박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잔잔하지만 설득력 있게 그려낸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돋보인다.
2014년 4월 3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