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
세기의 요정
1953년, 당시 최고의 남자배우였던 그레고리 펙과 함께 출연한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은 전 세계 남성 팬들의 이상형으로 떠올랐다. 그간 무명이었고 작은 단역만을 맡아왔던 오드리 헵번은 단번에 여우주연상을 움켜쥐었고, 세련된 스타일과 요정 같은 이미지로 남성 팬은 물론 여성 팬들에게도 사랑받았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은 답답한 왕궁 생활에 질린 앤 공주를 연기했다. 공주라는 귀한 신분임에도 천진하고, 팔랑거리는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마치 소녀처럼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전설로 남았다. 극중 신문기자로 등장한 그레고리 팩과 펼친 로맨틱한 연애는 완벽했다. 당시 앤 공주는 오드리 헵번이 아닌 다른 여배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오드리 헵번은 세기의 여배우, 3대 미녀 등으로 불린다. 그 명성의 바탕에는 물론 아름다운 미모도 있지만 특유의 선한 마음씨가 존재한다. 오드리 헵번이 은퇴하고 유니세프 홍보대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공인들의 자선활동은 흔치 않았다. 그녀의 사랑과 헌신은 당시 자선활동에 무감각하던 정치인들에게까지 귀감이 되었다.
불우했던 과거
이러한 자선활동의 바탕에는 오드리 헵번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있다. 1929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녀는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나치 점령 하에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다. 오드리 헵번이 전쟁 동안 튤립 구근으로 연명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언급되는 화제다. 1959년 <안네의 일기>출연 제의를 거절한 이유도 아마 나치 치하의 힘든 기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오드리 헵번의 현역 기간은 짧다. 1953년부터 1967년 사이에 스물이 채 안 되는 배역을 연기했다. 하지만 헵번이 그 어떤 여배우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까닭은, 그녀가 맡은 배역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관성 때문이다. 헵번의 작품을 살펴보면 대개 교육과 관련되어 있으며, 마치 주인공을 통해 세상에 호소하는 느낌을 준다. <로마의 휴일>역시 신문기자인 그레고리 팩이 철없는 앤 공주에게 보통의 삶을 가르쳐주곤 한다.
헵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아이의 시간>, <마이 페어 레이디>등을 꼽는다. 특히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로마의 휴일>에서 보지 못했던 헵번의 우아한 레이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신문기자와 고귀한 공주
신데렐라 스토리의 반대일까? 등장인물의 설정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로마의 휴일>에서는 흔히 기대하는 초고속 신분 상승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꾸미고 시녀들 틈에 서 있어야 할 것 같은 공주는 남몰래 로마 거리를 질주하고, 특파원 신문기자인 조는 자기가 구한 여자가 공주인지도 모른다. 다음 날 신문사에 출근해서야 공주의 실종 사건을 접하게 된 조. 어제 자기 하숙집에 모셔다 놓은 아가씨가 공주?! 조는 신문기자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특종의 경보가 울린다.
조와의 만남을 특별한 추억 만들기로 승화시키는 앤 공주. 지금껏 답답한 왕궁 생활만 했던 그녀는 로마 거리의 자유분방함에 열광한다. 길었던 머리를 과감하게 잘라 버리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거리를 걷는다. 온갖 규제에 얽혀 있었던 공주는 난생 처음 담배를 피우고 스쿠터도 타 본다. 보는 것과 듣는 것 모두가 그녀에게는 새롭다.
스쿠터를 타다 과속으로 경찰에게 붙잡히자 결혼식을 하러 간다며 능청스럽게 둘러대는 그녀는 몹시 사랑스럽다. 영화 초반의 공주다운 모습에서 멀어지는데, 그 분방한 모습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앤 공주를 단지 특종감으로만 생각하던 조 역시 그녀에게 이끌린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아름다운 사랑
로맨스 영화에서의 해피엔딩은 주인공들의 결합이다. 역경과 난관을 헤치고 두 사람이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 하지만 <로마의 휴일>에서는 반드시 그런 공식만이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끝까지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조, 그런 그를 마지막 공식 석상에서 만난 앤 공주. 두 사람의 대화는 후에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만큼 명장면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가 어디냐는 물음, 앤 공주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그를 만난 로마였다고. 죽을 때까지 로마를 잊지 않겠다고.
아직도 세상의 많은 연인들은 로마 진실의 입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 도시 하나를 사랑의 상징으로 만들어놓은 <로마의 휴일> 이 영화의 파급력을 능가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
<로마의 휴일> 이후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은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했으며,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영원한 젠틀맨 조, 분방하고 사랑스러운 공주 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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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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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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