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 2km
To Catch A Virgin Ghost, 時失里 2km, 2004
코믹과 호러를 결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신정원 감독의 데뷔작 <시실리 2km>는 신세대의 감각에 맞추어 만든 공포 영화로 굳이 장르의 구분을 한다면 핑키 호러물을 추구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2009년 <차우>, 2012년<점쟁이들>까지 이어지는 영화들은 코믹 호러를 고집하는 장르의 편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에 새로운 앨범을 들고 가요계로 복귀한 임창정은 2004년 당시 음악활동은 하겠지만 가수활동은 그만한다고 확실한 은퇴선언을 하고 영화에 전념한 만큼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 임창정의 책임은 커질수 밖에 없었을것이다. 제작사 한맥영화사 에서 감독을 물색하던 중 임창정은 자신의 뮤직비디오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신정원 감독을 추천함으로써 연출을 맡게 되었고, 임창정은 뒤에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각색작업도 함께 하였다고 한다.
삭발까지 감행한 박혁권과 늙은 막내 우현
원로배우 변희봉, 김윤석, 권오중 등 선굵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영화의 기대감을 더하게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게된 배우는 극중 양이(임창정)의 부하인 늙은막내 해주(우현)와 땡중(박혁권)이라고 할 수 있다. 개봉 당시에는 임창정의 그늘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최근 TV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의 남편이자 음대교수 강준형 역할로 데뷔 이후 가장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이다. 박혁권의 첫 데뷔작이 영화<시실리 2km>란 점에서 땡중으로 출연한 그의 연기를 보는것도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할수있는 포인트 이다. 코믹연기의 달인 임창정의 부하 해주(우현)는 영화속 가장 코믹한 케릭터로 배우 우현의 외모와 어눌한 행동들은 임창정과 더불어 코믹의 진수를 보여주며 개성강한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인간이 당할수 있는 재난의 한계를 시험하는 오중이 삼촌
배우 권오중 하면 가장먼저 떠오르게 되는 '순풍 산부인과' 에서 본인의 이름과 같은 오중이 삼촌으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던 권오중이 영화 <시실리2km>에서는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어 자신이 속해 있던 조직까지 배신하는 석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수백억대의 다이아몬드를 손에쥔 석태(권오중)는 시골길 한적한 도로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이곳은 위험한 도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고 다발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사고 뒤 밭에서 한가롭게 일하는 동네주민들을 만나게 되며 순박해 보이는 그들에게 당하는 황당무계한 고난은 영화의 주를 이루며 여섯명의 인물과 농촌의 한가로운 풍경들은 1998년 개봉한 영화 <조용한 가족>의 초반 장면과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따뜻하게만 보이는 가족들의 환대에 저녁식사까지 대접받게 되지만 다이아몬드를 숨기기 위해 화장실에간 석태는 거울에 비친 귀신을 보고 미끄러지며 기절하게 된다. 석태가 죽은것으로 오인한 가족들은 석태의 몸에서 다이아 몬드를 발견하며 갈등을 하지만 그들의 욕심은 결국 석태를 매장하고 다이아몬드를 나눠갖는것으로 합의를 하게된다.
극 중 석태의 장면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죽은것으로 오인한 가족들의 생매장으로 움직일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석태(권오중)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온갖 수모를 당하며 비참한 몰골을 보여주게 되는데 온몸이 콘크리트에 뭍히고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마에 못이 박히지를 않나 그것도 부족하여 못박힌 이마에 번개를 맞는등 일어날 수 있는 재난들은 혼자서 다 경험하게 된다. 물욕에 눈이먼 석태를 철저하게 심판하면서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게 되고 죄값은 언젠가는 달게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진리를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귀신과의 로맨스
순박하게만 보이던 가족들에게 죽음의위기에 처한 석태는 이제 다이아몬드도 필요없고 오직 자신의 생명만 건질수 있다면 그것에도 감사 할 뿐이다. 정작 양이(임창정)와 부하들은 핸드폰위치추적기 까지 동원하여 석태있는곳을 찾아내기는 하지만 어디에 있는건지 알수가 없다.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양이(임창정)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시실리 주민들간의 피말리는 싸움속에 영화는 절정으로 향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는 귀신의 존재는 예측되어가는 결과에 반전을 주게되며 알 수 없는 결과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된다. 어쩌면 등장인물 모두가 죄악을 저지르며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 어느 누가 싸움의 승리자가 되든 결코 박수받지 못할 욕망의 더러운 찌꺼기들인 것이다.
귀신의 등장은 조폭과 주민간의 싸움을 쫒던 시선을 분산시키는 황당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심판하기 위한 귀신의 등장은 권선장악이라는 명분을 실행할 수 있는 확실한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던 귀신의 모습은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정도로 오싹하지만 영화 <시실리2km>에 등장하는 귀신은 자신의 임무조차 망각하고 걸쭉한 사투리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가 하면 마을사람들에게 쫒기는 양이(임창정)를 치료해주는 등 착한 심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호러물을 연출하기 위한 귀신의 등장으로 자칫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수도 있겠지만 역대 귀신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주민들의 악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될수 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연과함께 이들의 싸움에 합류하게 되고 주민들을 응징 할 수 밖에 없는 확실한 원인제공을 하게 된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소재의 선택과 장르의 구분은 감독들의 공통적인 고뇌일듯도 하지만 영화 <시실리2km>에서는 어떤 특정의 장르를 고집하지 않는 신정원 감독만의 자유분방함이 보인다. 영화 속 다양하게 변화되는 장르의 변주는 거부감보다 친밀하게 다가오고 공포와 코믹의 자연스러운 연결은 보는이의 감정을 증폭시키며 영화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한다. 이마에 못이박히는 잔혹한 장면마저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고 섬뜩한 귀신의 등장은 사랑의 로맨스로 이어지는가 하면 뜬금없는 좀비의 등장으로 탐욕에 눈이먼 인간들을 응징하는 통쾌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펑키호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 <시실리2km>는 코믹영화의 단조로움에 실증난 관객들을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웃음을 주는데는 성공하였지만, 혼합된 장르의 억지끼워맞춤 으로 인한 극의 산만함은 극복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출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분산될 수 있는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데 특히 조폭막내로 등장하는 해주(우현)의 엉뚱함과 코믹한 모습들은 주연배우 임창정 못지않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고 무명이었던 배우 우현을 대중에게 알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묵직한 카리스마 땡중역할의 박혁권, 청순한 이미지 임은경의 귀신역할, 중견배우 안내상과 김윤석의 감칠맛나는 연기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에 힘을 실어줄수 있는 훌륭한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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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호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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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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