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자들
Intruders, 2013
‘상상하지 못한 자들이 찾아온다.’ 라는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영화가 끝나는 부분에서야 그 실체를 알게 되는 스릴러의 정석 같은 영화다. 제33회 하와이 영화제 대상을 포함하여 6개국에서 벌어진 쟁쟁한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스릴러 영화의 진면모를 보여준 이 영화는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2주도 못가서 극장에서 막을 내리고 말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낯술>(2008)로 국내 관객들에게 입지를 굳힌 노영석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답게 디테일한 인간에 대한 묘사와 저변에 깔린 사회문제가 결코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릴러 영화의 결말은 항상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는 스포일러로서의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리뷰자가 느낀 내부에 숨겨진 이 디테일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다.
세기의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 중 <쥐덫>을 먼저 이야기 해야겠다. 쥐덫의 줄거리를 대략 살피면 폭설로 고립된 저택 몽스웰 하숙집에 의문의 사람들이 찾아 오면서 그리고 세재에서 목 졸려 죽임을 당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극은 공포의 절정에 치닫게 된다.
이 영화는 이런 ‘쥐덫’이 가진 폭설에 갖힌 펜션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상진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설정으로 인해 긴장감이 증폭되는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더군다나 쥐덫에서의 ‘트로터형사’처럼 조금은 수상한 경찰(최무성)이 등장하여 갈등을 더 증폭시킨다.
스릴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폭풍우, 폭설, 외딴 섬 등의 장소적 장치는 결국 외부와 단절된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게 느끼는 고통중의 하나인 소외로부터 오는 공포를 대변하는 듯하다. 물론 주인공 상진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그런 장소를 일부러 찾아왔고 오는 길, 펜션에 도착해서도 예기치 않은 인물들, 즉 그를 소요와 번거러움, 고통으로 몰아넣는 인물들과 조우한 것이다.
증폭되는 배경 속에 잠시 그 인물들을 알아본다. 우선 상진과 함께 나란히 주연이라고 볼 수 있는 사연 많은 전과자 ‘학수(오태경)’이다. 학수는 영화 도입부에 지나치게 친절하다 못해 가엾기까지 하다. 단절된 공간에서 나와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자 하는 우리의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비추는 것 같아서 조금은 불편하면서도 이해되는 인물이다.
오태경이 최근 한 드라마에서 보여준 살인자의 눈빛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전이된 눈빛을 지닌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고, 영화를 거듭 할수록 예전에 지닌 타성에서 벗어난 배우로 성장하는 지라 박수를 쳐주고 싶은 배우임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인물은 역시 사연 많은 인물 ‘경찰관(최무성)’이다. 어쩌면 심정적으로 관객이 가장 믿을 만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해결사로 등장하기도 하고 오히려 소설 쥐덫처럼 선한 인물이 아닌 범인으로서 가짜 형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경찰관은 스릴러의 묘한 경계를 보여주는 이중적 눈빛을 가진 인물이다. 뒤에서야 아! 그랬구나. 라는 개연성을 보여주지만 경찰관의 등장 이후로 영화는 더 긴장감이 깊어진다.
나머지 인물들의 배치도 주목할 만하다. 인근 스키장으로 스키를 타러 온 수상한 4명의 젊은이들, 특히 이 4인조 중 하나로 이 영화의 유일한 여자인 유미(한은선)는 상진과 계속 싸우는 상대로 나타난다. 그녀 또한 남성에 대한 무모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 상진을 무시하고 폭언을 하면서도 지독하게 성적으로 해석하는 이중성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회든 그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폭력은 기원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몫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 공동의 현상이며 그러한 실례를 보여 준 또 다른 영화에 주목해 본다. 영화 ‘뎀 (Them, 2006)’은 2002년 루마니아의 교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영화의 끝부분까지 과연 누가 범인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그 결말이 경악적이다.
상상치 못한 자들! 그 문구가 주는 의문에 개연성 있는 답을 주는 결말은 여전히 이 땅에서 발생할 소지가 있고 개연성이 있기에 나무 계단을 올라오는 증폭되는 발소리에 모든 의문이 풀리고 여전히 찝찝함이 남는다. 누군가 “나는 공포영화를 결코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삶 자체가 지독히 무섭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끝으로 1990년대 드라마 ‘사춘기’에 나오는 정준이 30대가 된 모습으로 유추되는 연극배우 전석호의 발굴이다. 그의 연기는 연기자의 대사 사이에 숨어있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라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의 자연스런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맛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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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지지 않은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분
작가주의적 감성이 묻어나는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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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파코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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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들>은 군더더기 없는 제목처럼 여행을 하다 조난을 당하는 주인공의 단순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과연 스릴러 장르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단조롭게 흘러 긴장감을 늦추다가 펜션 주위를 맴도는 사냥꾼이 등장하는 중반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상진이 사살된 투숙객을 발견하는 후반은 사방이 눈밭인 조그마한 펜션에 극중 인물들을 극적으로 밀어 넣어 보는 이의 심장박동수를 한껏 높인다. 평범하게 보이는 스토리가 점점 숨통을 죄어오며 압박하는 이유는 주인공을 둘러싼 현실적인 상황묘사 때문이다. 외지에서 버스를 탄 서울사람 상진에게 마을주민 학수가 말을 거는 장면이나 상진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작품몰두를 하느라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장면처럼 노영석 감독은 소소하고 어딘가 있을법한 현실적인 디테일들에 매순간 숨을 불어넣어 생명력 강한 스릴러를 완성시킨다. 잘 짜인 스토리텔링, 불안한 감정선과 서늘한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배우들의 호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연출까지 <조난자들>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모범적인 스릴러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 글_조은정 기자 (choeunj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