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세상을 구원할 혼혈천사들이 온다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
The Mortal Instruments: City of Bones, 2013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신데렐라 로맨스
극 중 클레리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화가인 어머니의 재능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미인인데다 아버지 아닌 친구까지 있는 어머니를 오히려 동경하고 있다. 학교에서 눈에 띄지도 않고 친구들도 많지 않다. 오래전부터 같이 지내 온 사이먼만이 클레리에게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여기로 보나 저기로 보나 평범함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녀, 클레리.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일상이 뒤바뀐다. 집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 난장판이고 어머니는 사라졌다. 믿었던 어머니의 친구(루크)는 도움을 청하러 온 클레리에게 실망만 안겨준다. 단서는 오직 클레리의 기억 속 의문의 문자, ‘룬’이다.
혼란스러워하는 클레리 앞에 나타난 소년 제이스의 정체는 섀도우 헌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섀도우 헌터는 인간과 천사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천사’라고 할 수 있다. 수백 년 전 악마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모탈 잔’이라는 성스러운 잔에 피를 따라 인간들에게 마시게 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혼혈천사, 섀도우 헌터다.
그들의 의무는 그동안 많은 장르에서 다루어진 판타지적 존재인 뱀파이어, 늑대인간, 흑마법사 같은 ‘다운 월더’들이 인간들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다운월더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셈이다.
평범한 소녀 클레리에게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황. 그러나 제이스의 도움이 있기에 그녀는 헤쳐나갈 수 있다. 오랜 친구였던 사이먼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제이스의 민첩한 몸놀림과 화려한 외모, 매력적인 성품까지 클레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처음부터 예고된 로맨스였다. 평범녀와 능력남의 애정전선은 어느 장르, 분야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호응은 이끌어내는 편이다. 그러나 <섀도우 헌터>는 그마저도 실패했다.
우선 너무 복잡하다. 사실 ‘섀도우 헌터’와 그들이 왜 생겨났는지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데만도 한참 걸린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던 클레리의 머릿속에는 전직 섀도우 헌터였던 어머니가 봉인해 놓은 기억이 있는데, 이 기억 때문에 이종족들이 사는 ‘다운 월드’와 인간세계 간에 전쟁이 시작된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야 했다. 클레리가 완전히 상황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기도 전에 액션으로 돌입하고, 여기에 베이스로 깔려 있던 로맨스가 끼얹어지면서 영화는 완전히 산으로 가버렸다.
SF 판타지의 흥행요소 짬뽕
사실 ‘섀도우 헌터’는 설정부터가 스케일이 컸다.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물론 로맨스적 요소도 있지만 뱀파이어 vs 인간이라는 구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처음 틀을 완전히 다져놓으면 전개에 따라 뱀파이어VS뱀파이어가 되든, 뱀파이어 vs늑대인간이 되든 관객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섀도우 헌터’는 처음부터 욕심이 과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과 흑마법사 등 통칭 ‘괴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들 사이에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여러 이종족이 얽히면서 인간을 수호한다는 섀도우 헌터들은 무작정 화려한 액션만 선보이는 스턴트맨이 되어버린다.
콩가루 계보, 막장드라마나 다름없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나 혈연을 들먹이기 마련인가. 모탈잔을 손에 넣고 싶어했던 ‘발렌타인’은 초반 보여줬던 최종보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실망만 안겨줬다.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발렌타인은 카리스마를 잃었다.사실 이런 식의 반전은 시리즈의 최종 부분에나 가서 밝혀져야 되는 것 아닌가. 아직 섀도우 헌터들의 진면목이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막장드라마 같은 내용이 튀어나왔다. 관객으로서는 헛웃음만 나오는 상황.
제이스-클레리-사이먼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 구도도 어정쩡하기만 하다. 비교는 굉장히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트와일라잇>과 붙여보게 된다. <트와일라잇>에서도 그 유명한 삼각관계가 있지 않은가. 에드워드-벨라-제이콥의 치열한 사랑싸움. 관객은 결말을 알면서도 세 사람의 감정변화에 땀을 쥐었다. 초반 여주인공 친구1이었던 제이콥은 새로운 서브캐릭터로 급부상하기도 했고.
그러나 <섀도우 헌터>의 사이먼은 제이콥과 비교해서 너무 모자란다. 비쩍 마른 체구와 안경잡이 같은 외모적 부분을 논하는 게 아니다. 제이스를 노골적으로 멀리하고 코웃음치며 사사건건 걸고 넘어진다. 일반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그건 클레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사이먼의 말을 받아주는 제이스가 어린애 달래는 보모처럼 보일 지경.
종합하자면 욕심이 과했다. 원작소설은 베스트셀러로 유명세를 탔다지만 영화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졌다. 시작부터 조금 템포가 빠르다는 느낌이 있었고,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액션씬은 화려했지만 그것 빼고는 의미가 없었다. 순전히 판타지를 좋아하는 관객의 경험용으로밖에 평가할 수 없는 영화. 혹여 시리즈가 계속해서 제작된다면, 1편의 부족함이 채워진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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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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