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셔니스트>는 세기적인 마술사 아이젠하임, 그와 얽힌 왕실의 핏빛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로맨스와 정치, 마술이 결합된 초자연적 미스터리를 다룬 이 영화는,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환상 마술과 의문의 살인 사건을 놓고 벌이는 황태자와 마술사, 경찰 간의 팽팽한 신경전, 그리고 한 여인을 향한 황태자와 마술사의 치명적인 로맨스가 보기 드문 긴장감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이미 미국에서 개봉되어 그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매혹적인 마술과 치명적인 로맨스, 긴장감 넘치는 스릴이 한데 어우러진 <일루셔니스트>는 탄탄한 작품성으로 평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는데, 평소 말을 아끼는 비평가들조차 빼어난 영상미, 허를 찌르는 전개, 배우들의 열연을 높이 샀다.
<일루셔니스트]는 19세기 비엔나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는 홀연히 나타나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는 마술사 아이젠하임의 마술 공연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경계선이 모호한 공연을 보이던 아이젠하임의 마술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소문이 퍼져나간다.
그러자 황태자인 레오폴드는 약혼녀인 공녀 소피를 대동하고 공연장을 찾게 된다. 그러나 어릴적 연인임을 안 두 사람은 어릴적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시작 되었음을 눈치챈 황태자는울 경감에게 아이젠하임을 사기꾼으로 몰아 체포하라고 명령하기에 이른다.
황태자인 자신보다 아이젠하임의 추종자가 늘어남에 따라 극도로 불안해진 황태자는 무슨 수를 써서든 아이젠하임의 명성을 깍아내리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입지만 불리해진다. 심지어 한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공녀를 황태자가 죽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예기치 않은 이 사건으로 황태자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향해 가게 된다.
황태자의 소유욕과 집착, 울 경감의 황태자에 대한 헌신(황태자가 아니었다면 천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강한 믿음 – 실제로도 그러하지만), 명예, 돈, 신분 차이보단 사랑을 택했던 공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나의 커다란 공연을 준비했던 아이젠하임.
이 얽히고 섥힌 네 사람의 이야기는 음울하지만 긴박하며, 답답하지만 이해가 되는 하나의 거대한 그림과도 같다. 특히 영화 속 이야기 내내, 단 하나의 소품이 시선을 끈다. 그것은 공녀가 소중히 간직하던 목걸이. 그 목걸이는 어린 시절, 아이젠 하임이 자신의 사진을 담아 만든 비밀의 팬던트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공녀는 그 팬던트만은 늘 걸고 다녔다. 그것은 현실은 신분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황태자와 약혼을 했어도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사랑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젠하임과 도망가기 위해 팬던트는 그 거대한 연극 속 소품으로 사용하게 된다.
아이젠하임과의 생활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공녀와 아이젠하임은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 당시 신분으로만 재본다면 황태자와 공녀라는 신분이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분명 황태자는 신분적 위치만 좋을 뿐, 사람 됨됨이는 글쎄?라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임에 대한 정보는 적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매우 신사적이며,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로 신분상승을 꿈꾸지도, 공녀를 이용하려 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어 할 뿐. 그런 그의 모습은 멋지다라는 표현 외에 더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이 영화의 주체가 되었던 울 경감이야말로 자신의 신분을 바꾸고 싶어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천민에서 매우 높은 급의 귀족이 되길 원한적은 없으나, 천민 중에서도 매우 서글픈 신세가 싫었던 울 경감. 황태자의 그 성격, 비위 등을 맞춰가며 그의 곁에 있었던 것은, 자신의 출신에 비해 과분한 직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본다면 아이젠하임의 거대한(혹은 사기극과도 같은) 공연을 통해 최소한 세 사람은 행복해졌다 할 수 있다. 아이젠하임과 소피 공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떳떳하게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고, 울 경감은 황태자와의 연이 끊어졌으니 말이다.
이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실제로 울 경감의 시선에서 이야기 진행이 되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본인도 울 경감의 시선으로 본다면, 스릴과 함께, 짜릿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젠하임이 보여준 속임수를 파헤치는 것부터 어떻게 그가 공녀와 도피를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울 경감의 시선에서 본다면 그만한 쾌감은 없을 것이다.
소소한 팁이지만 이 영화의 초반에 오렌지 나무에 대한 트릭이 나오는데, 이 나무에 대한 비밀을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나무의 트릭이 적혀 있는 마술사 노트가 나오는데 그 노트를 보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로 오렌지 나무가 급격하게 자라 열매를 맺는 장면은 몇 번을 보아도 상당히 신기하다.
<일루셔니스트>는 확실히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다. 위에서 말했듯 영화의 분위기나, 색감 등은 가을의 센티해지는 감성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힐링이 대세라고 한다. <일루셔니스트>가 힐링에 어울리는 영화일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임에튼 틀림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감수성이 풍부하지는 않아서 첫사랑, 혹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던한 마음으로 보는 편이지만, 분명한 것은 <일루셔니스트>는 곱씹어 볼만한 내용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