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극적이고 화려한 분위기의 영화를 자주 봤다면, 가끔은 이런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울림이 아니라, 잔잔한 감동. 화려한 시놉시스가 아니라 대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의미를 되새기며 봐야 하는 그런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일본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으면서도,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고양이’를 소재로 해서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이 쉽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는 애묘인이라면 제목부터 확 끌릴 게 분명하다. 화면 곳곳에서 등장하는 꼬물꼬물한(?)고양이들이 정말로 귀엽다. 동물이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화면만 봐도 알 것 같다. 화면 하나하나의 색감이 따뜻하다. 사진 같다. 영화 속 계절이 여름이라서 그런가? 환한 햇살이 반짝반짝 눈이 부시다.
"채워야 할 건 개미구멍이 아니라, 네 마음 속에 있는 구멍이야."
고양이=힐링. 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겠다. 여주인공 사요코는 고양이야말로 외로움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일까? 사요코는 적어도 인간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여성은 아니다. 가족도 없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혼자다. 그녀가 교류하는 사람이라곤 옆집에 살면서 ‘키가 커서 인기가 없다’는 둥 인신공격을 하는 괴짜 할머니 뿐. 하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다. 그녀 옆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귀여운 고양이들이 있기 때문에.
영화 <안경>과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를 받았던 영화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내는 감독이다. 감독이나 배우의 유명세로 영화를 판단하는 건 조금 위험한 일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 그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는 건 괜찮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솔직히 말하지."
극중 사요코는 사람들과 단절된, 매우 외롭게 지내는 인물로 묘사된다. 장르에 따라서는 굉장히 우울하게 표현될 수도 있다. 다만 드라마/코믹이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심각성(?)대신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자체에서 우울하거나 심각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사요코 뿐만이 아니다. 고양이를 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외로운’사람들이다. 나이도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외로움을 느끼고 그 슬픈 감정을 고양이를 통해 해소하고 싶어 한다. 사람과의 단절에서 얻은 고립감을 동물을 통해 치유받으려는 모습은 조금 안타깝다.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고 싶다. 단순히 한 집에서 사는 동물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가족처럼 생각하고, 아낌없이 애정을 주는 것. 그리고 나아가 그 반려동물에게서 삶의 위안을 얻는다.볼 때는 가볍게 보았지만 보고 나서는 긴 여운이 느껴졌다. 지나갈 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장면이 돌이켜 보면 의미가 있었다. 한 번 보고 나서 잊어버리는 영화가 아니라, 종종 ‘외로움이 느껴질 때’생각날 것 같은 영화다. 최근에는 화려한 시나리오와 출연진이 동원된 소위 노린 영화들이 많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만족을 줄 수 있으나, 오래 기억되기는 힘들다. 자극적인 장면에 익숙하다면 가끔은 교훈이 담겨 있는 뜻깊은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고객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에피소드가 비슷한 상황에 똑같은 대사의 반복이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다. 단순히 고양이를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화면에 표현되는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이 적어서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중간중간에 코믹한 요소를 추가해서 힐링무비 특유의 지루함(?)을 벗어나보려고 시도한 것 같은데, 조금은 무리수였다고 보인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뜬금없는 느낌도 들고.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지는 것 같은 대사와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과연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다! 하는 차분한 느낌이다. 내 주변에 정말로 있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 어쩌면 내 모습일지도 모르는 등장인물들이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힐링무비의 힘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와 비슷한 등장인물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도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상적인 건 여주인공 사요코의 목소리다. "외로운~사람에게~고양이~빌려~드립니다." 하는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대사가 이렇게 오래 기억되기는 처음이다. 또 애묘인들의 감상을 빌려 말하자면, 고양이들의 습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영화 내내 어떻게 저런 부분까지 섬세하게 연출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고양이들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특별히 훈련받은 고양이가 아니라 평범한 고양이들을 데리고 촬영했다고 한다. 그것도 필요한 장면만 노린 게 아니라, 최대한 촬영하는 고양이들을 존중하며 진행되었다고. 영화 뿐만이 아니라 제작 동기, 과정까지 힐링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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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열대야에 잠이 오지 않는 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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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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