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코와 리타 ( 2012 )

치코와 리타
Chico & Rita , 2010

이야기는 늙은 구두닦이 흑인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장소는 쿠바. 지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낡은 라디오를 튼다.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다. 두 잔에 술을 따른 남자는 ‘추억의 멜로디’ 치코와 리타의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떠올린다.



과거 젊고 건강했던 남자는 역시나 젊고 매력적인 리타를 만난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서 뮤즈를 찾던 치코는 딱 맞는 목소리의 리타와 불같이 사랑에 빠지지만 우유부단한 치코의 태도에 그들의 사랑은 하룻밤에 끝나버린다. 치코는 리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찾아가지만, 다시 시작된 사랑도 사소한 오해로 끝난다.



무대를 옮겨 뉴욕. 젊고 매력적인 리타는 가수로서 승승장구하게 되고 치코는 리타를 찾아간다. 리타를 열렬히 사랑하고 후원하는 남자, 치코의 매니저 겸 제일 친한 친구지만 리타를 사랑한 레이몬, 그리고 평생을 함께 하자는 약속.

이야기는 진부하다. 하지만 음악과 어우러지는 그림은 진한 커피향을 낸다.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깊은 사랑의 향기를 눈과 귀로 맡은 기분이 드는 영화다. 내용의 고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재즈! 재즈였다.



재즈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에게도 재즈의 즐거움이 마음 속 깊이 전달되고, 이는 치코와 리타의 사랑의 완성을 보고 싶게 한다.

과거와 현재. 치코와 리타의 변화.
리타는 꿈과 명예를 따르기로 결정했으나, 이것은 치코에 대한 배신감에 의한 것이었다. 치코와의 사랑이 진실되고, 자신의 판단(미국에서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는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챘을 때, 리타의 행동은 결단력 있다. 그녀가 마침내 마음을 따르기로 결정한 그 때, 리타는 이렇게 말한다.



"내 모든 희망은 과거에 있어 All my hopes are set on the past" 이후,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이어지지 못하자 리타의 시간은 이 순간에서 멈춘다. 반면, 이러한 리타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치코는 쿠바로 강제 송환되어 변화하지 못하고 정체된다.



이야기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우연한 기회로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된 치코는 큰 '변화'를 한다. 바로 리타를 찾아나선 것. 몇십년 동안 약속은 그대로 존재하고, 마침내 늙은 몸으로 그들이 만난다. 십여년의 세월을 꿰뚫어, 마침내 그들의 사랑이 완성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만이 할 수 있는 시각적 장치(재미)
어렸을 때 디즈니에서 발매한 환타지아(Fantasia)란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맞춰, 캐릭터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시각적으로 재미를 준다.



이 영화에서 치코가 친구와 함께 리타를 만나러 미국으로 향하는 시퀀스가 있다. 신나는 재즈 음악과 함께 '이들이 미국으로 들어와 어떠한 우여곡절 끝에 리타를 만나게 됐는지' 약 5분 가량의 러닝 타임 동안 그림과 음악, 그리고 내용 모든 측면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시각적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