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The Moon, 2023
MBTI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T와 F의 차이를 쉽게 구분할 것이다. 그 두 가지 성격유형의 차이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통해 나눠진다고도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엔 주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이 가능했던 이유도, 그 이전에 평화의 댐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던 것도 어찌 보면 이를 중시했던 풍토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공감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제대로 이용하고자 했던 영화가 바로 K-신파가 아닐까 싶다.
더 문은 SF라는 비싼 옷을 입은 신파극이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SF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억지 감동을 쥐어짜는 모습만 강조되어 보일 뿐이다. 7번 방의 선물을 SF 영화로 새롭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신파에 불과할 뿐이며, 국제시장에 SF적인 요소를 추가할지라도 그 또한 신파극일 것이다. 애초에 관객들 눈에 눈물이 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그 시작점에서부터 이 영화들은 신파로 확정이 되었던 것이며 단지 포장만 달리해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고자 노력했을 뿐! 크게 차이는 없다.
게다가 그래비티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에서 이미 사용했던 장면을 재탕한 상원(김래원)과 윤종(이이경)이 위기에 처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전혀 새롭지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죽음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황선우(도경수) 구출 작전은 사실 그 무대가 우주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곳이 전쟁터였다면 황선우 일병 구하기가 되었을 테지만 차라리 그런 스타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랬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통해 눈물을 쥐어 짜냈을지..
적어도 이 영화에선 황선우를 구하고자 누군가 희생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직 그 하나의 목숨을 모두가 지켜보는, 마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는 것과 다름없는 구도 속에서 영화 속 나머지 캐릭터들도 그의 상황을 숨죽여 지켜본다. 문영(김희애)의 도움과 김재국(설경구)의 발빠른 판단 및 행동도 있긴 했으나 그것이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느낌은 아니라서(아마겟돈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행한 마지막 선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기에) 그들은 그저 조연에 그칠 뿐이다. 사건의 경계선 그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일 뿐!
결국 이 영화는 황선우가 무사 귀환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무력함이 공존하는 하나의 세계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으며, 그 속에 담긴 무서운 딜레마! 달의 뒷면에 도착한 한국인의 존재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생명의 존엄에 대한 선택을 무기로 한 위험한 싸움을 지켜보게 만든다. 세계의 패권국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선택한 개인들에 의해 그 선택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려보면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력에 관한 문제! 우주를 향한 우리의 도전이 진정 세계적인 수준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돌아오며 결과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과정들, 어쩌다가 달의 뒷면에 착륙하게 된 우연에 의해 얻어걸린 결과물을 통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한다. 김재국의 욕심에 의해 실패하고 사망한 전임 대원들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공을 세우고자 하면서도 실패의 원인은 떠넘기려는 이들의 추악한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 그러한 한국적인 모습이 눈물샘마저 마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지!
김재국의 참회와 황선우의 귀환이 진정 감동적인 소재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며, 나머지 캐릭터들의 활용도 역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그 중심엔 갈등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다분한 장관(조한철)과 현재 센터장(박병은)이 있으며, 차라리 그들의 악행이 훨씬 강하게 드러났다면 김재국의 활약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와 별개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지 자체가 애초에 그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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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소재로 한 SF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한국형 신파극(K-신파)을 좋아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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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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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용화배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장르: SF, 액션,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9분 개봉: 8월 2일 간단평 2029년, 대한민국의 두 번째 달 탐사선 ‘우리호’가 달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그러나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치고 ‘황선우’(도경수) 대원만이 홀로 남겨진다. 탐사선 초기 설계자인 전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다시 합류하고, 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유일한 생존자를 지키기 위해 나로 우주센터 관계자들과 정부는 총력을 다한다.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280억 원을 들여 탄생시킨 우주 배경의 재난 스릴러 <더 문>은 무엇보다 진보한 기술력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다. NASA에서 쓰이는 부품과 소재를 활용해 실제에 가까운 우주선 세트를 만들었고 촬영, VFX, 색 보정 등 전체 공정을 네이티브 4K로 작업하며 달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등 1,000억은 가뿐히 넘기는 할리우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만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스토리는 기시감이 들고 캐릭터는 깊이가 얕다.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대부분이 우주에서 벌어지는 재난에 할애되다 보니 등장 인물들의 서사가 그 비중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진다. 감독의 전작인 ‘신과함께’에 비해 덜해졌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방식도 여전하다. 구조될 듯 말 듯 반복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선에 오롯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도경수를 비롯해 설경구,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등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지만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2023년 8월 1일 화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