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 ( 2023 )

보이지 않아

2021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던 그 시절, 첫사랑의 추억이 존재하는 그 장소, 지금도 들으면 떠오르는 그 순간의 음악까지. 모두의 기억에 각기 담겨있는 각자만의 추억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이 된다. 행복했던 그 시간이 존재하기에 우린 행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며 보다 나은 행복을 찾으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일상에 지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추억으로의 여행은 새롭게 만들어가는 추억과 연결되며 또 다른 추억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오늘 이 순간이 곧 내일의 추억이 된다.

보이지 않아라는 제목 때문에 이 작품의 소재 또한 시각장애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문구에서 따온 제목임을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자칫 보이지 않는 것은 희망 혹은 행복이며 그것이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보이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영화는 그 안에서 희망을 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마련하며.

영화는 케빈(한승윤)을 중심으로 시간을 거스르며 그가 만났던 과거 인연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다뤄지는 임신을 한 서윤(이노아)이라는 캐릭터는 마음을 정리하고자 화정(정혜인)을 만나 시골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오히려 화정을 걱정하게 되는 여자로 나온다. 예쁘게 꾸미지도 못하고 시골 여자가 된 화정의 모습에 눈물이 나는 이유도 서윤이 생각하는 행복의 범주에서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지만, 화정은 커피 한잔 즉 삶의 여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게 서윤과 화정의 이야기가 끝나면 시간은 다시 1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용기(박호산)의 가족과 함께한다. 아내 지윤(신애라), 딸 지아(박하랑)와 함께하는 추억여행은 용기에게 특별한 시간이지만 그 마음이 그들에게까지 직접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타임캡슐을 찾으며 새로운 추억거리가 생기는가 싶었지만, 캡슐이 지닌 의미는 오직 용기에게만 특별할 뿐이다. 사진을 통해 추억을 발견하고 추억에서 현재의 친구를 떠올리며 아파하는 용기의 모습은 그래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처럼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물론 지윤과 지아에게도 각각의 사연은 존재하며 그들 역시도 나름의 이유로 휴식을 통해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다만 그것은 용기의 이야기에 묻혀 가볍게 흘러가며 시간은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가 봄이 할머니(백수련)와 케빈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할머니에게 강아지라 불리는 케빈은 자연스럽게 봄이 할머니의 손자처럼 그려지지만 사실은 그가 함께 음악을 한 동료 상욱(이상훈)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좀 더 비밀스러워진다. 마치 그 안에 감춰야만 할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로의 여행을 처음 시작하던 그 시점에 등장한 자전거는 마치 시간여행을 돕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시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며, 자전거 역시도 상욱이 타던 것에서 케빈이 타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사고로 죽은 상욱을 대신하는 케빈은 봄이 할머니에게 살아있는 상욱과 같으며, 이를 위해 치매 증상을 보이는 에피소드도 넣어서 함께 해결하고 있다. 특히 손자를 위해 보조 바퀴가 달린 안전한 새 자전거를 선물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이 영화가 준비한 하이라이트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싱어게인, 이후 또 다른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름을 알린 가수 한승윤은 가창력보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기억에 남았던 참가자인데, 그렇기에 영화를 통해 가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영화와 잘 어울리는 그의 노래 또한 무척 마음에 들었으며, 가수 한승윤으로도 성공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휴식 같은 영화가 필요하다면.. 싱어송라이터 한승윤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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