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
Soulmate, 2020
태어나서 사춘기를 겪기 전까지 아이들의 울타리는 대부분 가족 안에 머문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고 친구를 사귀면서 점차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우정이라는 단어에 굉장한 의미를 두게 된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게 되면 사랑이냐 우정이냐를 두고 그 무게를 재보기도 하는데, 그렇게 소중했던 것이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차 멀어지게 되고 이후에는 나 자신을 최우선으로 여기게 된다. 급기야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통해 다시 시작의 순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우정이란 단어의 의미도 예전과는 달리 해석하게 되면서.
학폭과 관련된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소울메이트는 다소 동떨어진 동화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의 인생을 돌아볼 때 그만큼 빛나던 관계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정을 소중히 다뤘던 기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우정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친구와 함께하면 뭔가 즐겁고 신나면서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것처럼 생각되던 그때 그 시절! 단 한 명이라도 그런 사이가 추억 속에 존재한다면 그 인생은 충분히 돌이켜볼만한 것일지니.
하지만 이 영화는 시작부터 미소(김다미)가 하은(전소니)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식으로 말하며 의문을 자아낸다. 마치 과거에는 친했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처럼! 혹은 과거에 하은이 그린 그림 속 모델이긴 했지만 그 시절의 미소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래서 시간에 의해 변질되고 퇴색된 우정의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그 사정은 영화가 끝나기 전에 모두 해결된다. 미소가 감춰버린 하은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며.
만일 그들 사이에 진우(변우석)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관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을까! 두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타난 한 남자는 충분히 관계를 비틀어버릴 만한 불안 요소가 되기도 하며, 그 남자가 계속해서 양쪽을 흔들고 있다면 두 여자의 관계 역시도 위기에 노출될 수밖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소가 하은 몰래 진우와 키스했을 때, 사실은 진우가 먼저 키스한 사실을 하은이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순간 진우의 소중한 물건을 미소가 빌리고 그 물건이 계속 눈에 거슬렸을 때! 그들은 스스로 위험한 진실을 마주할 필요가 있었다.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최대한 자제하는 하은의 모습은 오히려 낯설고 불안하며 위태롭기까지 하다. 그들의 관계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 그녀의 마음은 그러나 나중에 그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깨지기 쉬운 마음이기에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불안했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탓인지. 차라리 미소가 먼저 진실을 말했다면 하은의 마음은 더 편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성장통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투명하게 보이는 그들의 관계는 사실 미묘하게 불편함을 준다. 미소의 거짓말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되었고 하은 역시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도달하게 된다. 서로가 진실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이해를 바라는 상황은 마치 현실 속 우정이 파괴되는 순간과도 닮아있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한 파탄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우린 알고 있으며, 오해는 이해로 바뀔 것임을 믿고 있다. 다만 해결 과정도 모두 다르기에 그들의 이야기 또한 이해와 물음표 사이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서로가 바라던 삶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미소와 하은의 인생은 그래서 더더욱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으며, 비극적 결과마저 친구가 꿈꾸던 27세의 요절로 마무리된다. 운이 좋게도 아직 원작을 보지 못한 덕분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소울메이트는 그런 의미에서 원작을 찾아보게 만드는 작품이 된 것 같기에 그 영화를 통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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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
우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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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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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민용근배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3분 개봉: 3월 15일 간단평 데뷔작 <혜화,동>(2011)으로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코닥상, 독립스타상(유다인) 3관왕을 달성하고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민용근 감독이 주특기인 섬세한 감정선과 연출력으로 중무장한 신작으로 돌아왔다. 2017년 개봉한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소울메이트>다. 1998년 여름, 제주도로 전학간 10살 ‘미소’(김다미)는 ‘하은’(전소니)을 만나게 된다. 가족처럼 지내던 두 사람의 관계는 ‘진우’(변우석)가 나타나며 틀어진다. 수능 직후 ‘미소’는 홀로 서울로 향하고, 비행기를 탈 수 없는 ‘하은’은 제주도에 남아 대학에 진학한다. ‘미소’가 떠난 뒤 ‘하은’의 곁을 지키던 ‘진우’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미소’를 마주친다.영화는 원작과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뽐낸다. ‘미소’와 ‘하은’, 그리고 ‘진우’의 사랑인지 우정인지 혹은 집착인지 모를 미묘한 관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자잘자잘한 에피소드는 원작과 거의 유사하다. 20여년에 걸쳐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들의 관계와 요동치는 감정도 원작만큼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다만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 사뭇 어두운 분위기의 원작에 비해 극 초반부 싱그럽고 풋풋한 분위기가 더 두드러지는데 이를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싱그럽고 아련하게 풀어냈다. 이번 작품으로 <마녀>(2018) 이후 두 번째 장편 주연을 맡게 된 김다미와 <여자들>(2016)과 <밤의 문이 열린다>(2018)로 주목 받았던 전소니는 다이내믹한 감정 변화를 온몸으로 연기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을 견디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금마장 영화체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원작의 주동우와 마사순 못지 않은 호연이다.
2023년 3월 9일 목요일 | 글_이금용 기자 ( geumyong@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