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
THE ASSASSIN, 2023

배트맨, 스파이더맨 혹은 무간도와 같은 시리즈 영화는 1편에선 그 영화가 갖고 있는 특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고자 하고, 다음 편에서는 새로운 갈등 요소를 첨가해 주인공의 성장을 돕는다. 설령 그것이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거나 정반대의 설정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에는 볼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간혹 이러한 요소들을 한편에 모두 담아내고자 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자칫 산만해질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병에 걸린 조선 최고의 살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살수는 코믹하면서도 장발의 무사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배우 신현준의 이중적인 매력을 제대로 살려보고자 한 영화로, 아마 처음 구상한 그림이 그 결과물로 온전히 이어질 수만 있었다면 적어도 반타작은 하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늘어지는 전개는 그 기대감을 깨트리기에 충분했으며 최후의 싸움이 벌어지는 순간까지 재미있게 즐길만한 요소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코믹, 액션, 로맨스 그 어떤 것도.
이난(신현준)이 병에 걸린 사실을 알리는 과정은 쓸데없이 길게 이어지며 몰입을 방해하고, 그를 노리는 악당들의 존재 또한 이미 불필요한 요소일 뿐이다. 살수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초반 장면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임팩트 있는 장면만 활용해 빠르게 넘어갔어야 하며 마지막 병에 걸린 이난이 피를 토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상황은 충분히 설명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수는 더 이상 칼을 잡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마는데.. 까지 대략 3분에서 5분 정도만 썼어도 초반 설계는 훌륭히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초반의 늘어진 전개는 그럼에도 도치(박재훈)의 등장으로 반전을 일으킬 여지는 있었으나, 신현준과 상당히 닮은 박재훈을 캐스팅한 상황임에도 그 설정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산적의 전단을 보고 이난으로 착각할 상황도 몇 차례나 있었건만 그들은 모두 관심 없다는 듯 그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도치는 칠복(이로운)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기에 그 복수극 또한 굉장할 것이라 기대했음에도 병이 들어 내공을 쓰지 못하는 살수 이난의 손에 아주 쉽게 끝난 것은 최악의 수가 아니었나 싶다.
가령 코믹한 요소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다면 사람들이 이난을 도치로 착각해 그를 잡으려는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고, 살수라는 사실을 감춘 이난은 차라리 바보 흉내라도 내면서 선홍(김민경)의 곁에 머물러도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밑바닥까지 전부 보여준 상태에서 도치가 등장하고 생명에 무리가 가는 상황임에도 그들을 구하고자 하는 모습을 넣었다면 이난과 선홍의 로맨스 역시도 괜찮게 나왔을 것이다. 물론 이런 설정 자체가 워낙 자주 사용했던 것이기에 신선함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설정 자체엔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진짜 적은 도치도, 이방(이문식)도 아닌 그 뒤에 숨은 또 다른 누군가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결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다음 편을 준비하는 과정처럼 보이는 이 작업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인데, 아마도 이 영화가 충분히 코믹하고 적당히 달달하며 액션의 즐거움도 선사했다면 가능했을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보여줘야 할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그대로 가라앉아버리고 말았다. 악당 뒤에 악당 뒤에 악당이 등장한 것만 기억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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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액션영화 좋아하는 사람.
배우 신현준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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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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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곽정덕배우: 신현규, 이문식, 김민경, 홍은기장르: 액션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0분 개봉: 2월 22일 간단평 조선 팔도 제일의 살수 이난(신현준)은 고치려면 전설 속 약초가 필요한 위중한 병에 걸린다. 그가 힘을 쓰지 못하는 틈을 타 정적들은 그를 제거하려 들고 이난은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에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한 마을에 의탁한다. 그곳에서 주막을 하던 과부 선홍(김민경)의 집에 얹혀 새 인생을 시작한 이난, 살수로 살며 인간성을 상실했던 그지만 탐관오리의 횡포와 건달들의 위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분을 감추지 못한다. <끝까지 간다>(2013)의 각색과 <백두산>(2019)의 각본을 맡은 곽정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살수>는 노쇠해져 퇴물 신세가 된 조선 제일의 살수 이난이 인간성을 회복하고,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활극이다. 데뷔작 <장군의 아들>(1990)을 비롯해 시대극 <비천무>(2000), <무영검>(2005)에서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가문의 위기> 시리즈와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2007) 등을 거치며 코믹한 이미지를 굳힌 신현준이 살수 외엔 아무 것도 못 하는, 그래서 순간순간 모지리로 보이기도 하는 이난을 연기한다. 감독이 직접 신현준을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라고 밝힌 만큼 신현준은 이난과 하나 된 듯 찰떡같이 역할을 소화한다. 반면에 액션 활극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어설퍼도 너무 어설프다. 나름대로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1대 80의 난투극은 비장한 음악과 슬로우 모션이 더해진다 한들 쾌감 있는 액션 신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납작한 스토리와 빌런, 밀도 낮고 단조로운 액션 시퀀스 사이에서 신현준만 홀로 살아남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신현준과 함께 이문식, 김민경,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홍은기 등이 출연한다.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