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없는 인생
Tales of Nobody , 2022

인생의 의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기에 그러하며, 정의 내린 답 역시 남은 삶을 통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을 돌아보고자 하는 순간의 다양한 변수들도 이를 어렵게 만드는데, 가령 노인이 되어 인생을 돌아볼 때 그것이 인생 전체의 정확한 기억임을 확신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순간의 기분에 의해 답이 정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매일 느껴지는 삶의 온도는 일정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니까.

별 볼일 없는 인생이라는 다소 비관적이면서도 단순한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그래서 그 안에 대단하지 않은 보통의 삶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연애의 추억을 다시 끄집어내며 인생의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마치 몇 년 전 모래사장에 버리고 온 커플링을 다시 찾는 작업과 같이 황당하면서도 힘겨운 일이지만, 영화는 죽음 직전의 주마등을 소재로 삼아 그 기억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만 그 시작은 이선(정가은, 김이헌)이 엄마에게 버림받기 직전의 에피소드부터 그려내고 있기에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이 영화가 이선이라는 여자의 일생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성준(곽필제)과의 연애는 단 한 조각의 기억 정도로 가볍게 다뤄질 수도 있었겠지만, 앞에서 깔아놓은 모든 이야기는 성준과의 만남을 위한 작업이자 동시에 성준과의 관계를 말하기 위한 배경에 불과할 뿐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그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다.

이 영화가 이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과거로의 회귀, 타인의 몸을 통한 과거 여행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돕는 이는 성준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성준이며 그는 본인의 죽음을 대충 인지하면서도 이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의 기억에 존재하는 각자만의 이선과 성준을 만나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곳엔 평행세계의 개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결과물! 하나의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 개인이 존재한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기존에 완성되었던 역사 안에 존재하고 있다.

이는 과거로의 여행이 과거의 순간을 바꾸는 것이 아님을 뜻하며, 그저 그 순간을 들여다보는 것! 과거에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물론 여기선 과거에 알 수 없었던 사실들도 알 수 있게 해두며 그들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선은 엄마(나미희)에 대해 알게 되고 아빠들의 모임과 그들의 생각도 살짝 엿보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점차 그들을 이해하고 원망도 하며 불완전했던 과거의 조각을 맞춰나간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될 찰나 성준 역시 과거로 들어가며 이선과 헤어졌던 경험을 떠올리는데, 이전에도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그의 등장과 함께 더욱 어지러워지며 내용은 훨씬 산만해지고 만다. 또한 이선과 성준의 불가능했던 과거를 변화시키려는 재회의 장면은 단지 그 순간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였을 뿐, 그것이 그렇게 큰 의미를 주는 장면은 아니었다. 이는 죽음 직전의 이선이 죽어버린 성준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에 불과할 뿐, 그로 인해 죽은 성준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으니.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라 하기엔 이야기의 포커스가 너무 하나의 에피소드에만 집중되어있고, 돌이키고 싶었던 그 순간을 제대로 다루고자 했다면 로맨스적인 측면을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별 볼일 없는 인생임에도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순간이 존재했음을 말하고자 할 땐 그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기억에 남도록 그려도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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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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