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The night owl, 2022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의 이야기를 가상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 시 자칫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위대한 업적을 지닌 인물을 역적으로 그려내거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킬 경우, 혹은 이와 반대되는 상황 또한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는 가상의 캐릭터를 실재 인물과 동일시해서 인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본 이미지를 허구적 이미지로 덮어씌우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러 왜곡된 메시지를 주입해 인식에 변화를 주려는 이유로.
영화를 보고 나서야 제목의 이유를 알게 된 올빼미는 마치 이병헌, 김윤석 주연의 영화 남한산성의 후속작처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 역시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쇄국과 개화의 정치적 갈등을 통해 그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당시 인조(유해진)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와 함께 그의 의중이 가장 궁금했던 것이기도 하다. 청나라의 꼭두각시처럼 존재했던 무력한 조선의 왕이 그에 반대되는 마음을 품고 소현세자(김성철)를 독살하는 이 이야기가 과연 진정으로 가능했던 것인지 흥미롭기도 하면서.
물론 그 누구도 확신하기 힘든 역사적 진실의 틈을 허구의 이야기로 채운 것은 오직 영화의 재미만을 위한 방법이라기보단, 그나마 존재할만한 가능성을 상상력으로 추리해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청에서 지내며 서양 문물을 좀 더 일찍 접한 소현세자의 입장이 인조에겐 많이 거슬렸을 수도 있으며, 반대로 소현세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반대하는 세력이 인조를 압박해 움직이게 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측면에서 논의될만한 추측일 뿐, 결코 그것을 진실로 확정해서 믿으면 안 될 것이다.
조금은 딱딱하게 흘러갈 수도 있을법한 이야기는 경수(류준열)의 존재 덕분에 훨씬 가볍게 풀려나간다. 그가 가진 장애와는 정반대되는 소리를 듣는 능력은 그를 오히려 비범하게 만들며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인물처럼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여기서 발생하는 부차적인 사건들을 통해 코믹한 요소를 발생시키고 주요 사건과 캐릭터들을 제대로 연결한다. 특히 만식(박명훈)과의 합이 전반적으로 괜찮았고 동생 경재(김도원)의 병을 이용해 그를 걱정하는 경수의 마음에 혼란을 준 것도 좋았지만 걱정은 사건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묻히고 만다.
문제는 소현세자를 죽인 진범의 정체가 밝혀지며 인조의 무시무시함이 드러나는 순간인데, 자칫 그 모습에서 실재 인조라는 인물의 성품을 발견했다면 그 착각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조선시대 인조의 모습이 그것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볼 수 없기에 우린 그를 영화 속 캐릭터로 인식해야 하며, 그의 말과 행동에 완전히 넘어가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는 것은 그만큼 인조역을 맡은 유해진의 광적인 연기력이 돋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후반부의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명료하게 흘러가며 진실을 아는 자와 이를 감추려는 자,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자의 대결로 이어진다. 특히 최대감(조성하)의 경우 인조와 경수 사이에 위치해 마지막 순간 모든 이익을 뽑아먹는 인물로 그려지며 모든 결과는 그의 뜻대로 흘러가고 만다. 사실 그렇기에 진실을 아는 유일한 인물인 경수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의외로 그들은 정반대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위해 살려둔 의도까진 알겠으나 그 과정은 좀 억지스러웠던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의외로 이런 유형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간다. 그래서 자칫 그것을 진실로 여기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우리가 보는 모든 이야기가 그러하듯이 그 안엔 창작자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를 항상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좀 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빛이 있는 곳에만 진실이 드러나는 법은 아니듯이, 감춰진 곳 어딘가에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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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와 실화가 공존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영화 남한산성을 재미있게 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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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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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태진배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장르: 스릴러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18분개봉: 11월 23일간단평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어의 ‘이형익’(최무성)에 의해 발탁되어 어린 동생을 뒤로하고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김성철)가 8년 만에 귀국한다. 환영의 제스처를 취한 아버지 인조(유해진), 변화를 주장하는 아들의 언행이 내심 탐탁지 않다. 독살설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 온 소현세자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올빼미>는 살인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이 점점 더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목격자 스릴러이자,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팩션 사극이다. 목격자가 지닌 특이한 시각증과 기존 왕이 지닌 이미지의 전복으로 새로움을 부여한다. 낮에는 볼 수 없고 밤, 즉 어두운 곳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지닌 경수의 시각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서스펜스를 끌어 올렸다. 언뜻 왕이라는 배역에 매칭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의 허를 찌른 유해진의 캐스팅도 주효한 포인트. 불안과 예민, 찌질함, 신경질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소시오패스 같은 인조의 면면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소현세자의 죽음 후 벌어지는 하룻밤의 사투가 주축이라 대체로 어두운 영상이 많지만, 긴박한 상황묘사로 답답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적당한 무게감과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낮과 밤에 따라 광채 등이 다르게 보이는 경수의 눈동자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한층 부여하는 요소다. CG나 후반 보정작업 없이 카메라 앵글의 변화만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왕의 남자>(2005)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사도><독전>등의 김태경 촬영감독, <박열><사도>등의 심현섭 의상감독, <기생충><옥자><관상>의 이하준 미술감독이 참여해 사극의 품격을 높였다. 유해진과 류준열은 <택시운전사>(2017), <봉오동 전투>(2019)에 이어 세 번째 합을 맞췄다.
2022년 11월 23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