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Fairy , 2022

요정의 사전적인 정의는 서양 전설이나 동화에 많이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이다(출처: 네이버 사전). 새하얀 얼굴과 작은 몸집을 가진 여성, 신비한 분위기, 작은 몸집 속 뿜어나오는 초능력, 요술봉이 어울릴 것 같은 환상적인 존재 등이 요정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의 연상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물론 요술 램프 속 지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염원의 존재로서의 모습이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이 또한 환상적인 맥락과 맞닿는다. 이 영화의 제목인 요정은 그러한 기대치에 반전의 효과를 노리는 작품이다. 요정에 대한 이미지를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의 상황에 살짝 가미한다. 신비한 환상적인 분위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이나 거기에 뿌려진 한 움큼의 마법의 가루처럼, 그리고 맛에 있어서 필수적이고 없어서는 안 될 향신료처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영화의 첫 장면은 바로 옆 카페를 운영하는 경쟁 관계인 호철(김주헌)과 영란(류현경)의 로맨스 기류로 시작한다. 식당에 들어온 호철이 혼자 국밥을 먹고 있는 영란을 발견하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한다. 그 많은 좌석을 뒤로하고 무작정 영란의 앞 좌석에 합석하는 호철. 대낮에 소주까지 시키고 반주를 권하지만, 업무 중이라는 영란의 무심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러던 영란이 이내 원샷 후 잔을 내려놓으며 통성명하자 분위기는 핑크빛 무드로 변한다. 화면이 전환되어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 속 이미 부부가 된 이들의 모습이 집 안 공간에서 펼쳐진다. 달콤한 로맨스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간다. 매출이 저조한 호철의 가게를 정리하고 가게를 합치자고 제안하는 영란. 호철은 자존심을 굽히고 그 뜻에 따라 함께 건물주를 찾아갔으나, 아직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았기에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 부부는 분위기 전환 겸 술을 마시게 되고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 접촉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기절해있는 청년을 병원에 데려가려는 호철과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우려로 말리던 영란은 일단 청년을 집에 데려오게 된다. 김신비 배우가 열연한 석이라는 캐릭터의 이 청년은 무언가 신비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존재. 잠시 기절해있다가 그 새 깨어난 석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다. 잘못을 비는 부부에게 석은 숙식을 제공해달라는 제안과 대가로 무엇이든지 돕겠다고 이야기한다.

호철의 카페에 딸린 방에서 생활하며 카페 일을 돕게 되는데 신기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급상승한 매출과 끊이지 않는 손님. 그동안 한껏 낮아져 있던 호철의 자신감과 위상은 점점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영란의 형부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언니의 가게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가족에게 헌신적인 영란에게 호철은 위로를 건네면서도 무언가 씁쓸한 기분이다.

이혼한 전 부인에게 그간 위자료나 생활비도 주지 못한 채 딸까지 보지 못하고 지낸 호철에게 파장이 일기 시작한다. 이제라도 다달이 전 부인에게 생활비를 보내기로 한 호철과 그 사실을 알게 된 영란은 크게 다투게 된다. 각자의 가족들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이 둘은 석을 두고서 또 갈등을 겪게 된다. 급상승한 매출의 원인이 석이에게 있음을 캐치하게 된 영란은 자신의 가게에 석이를 데려오게 되고 매출이 급 상승하게 된다.뒤늦게 깨달은 호철은 서로의 카페에 석을 투입 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마치 행운을 가져다준 요정을 서로가 차지하겠다고 다투거나, 서로 갈라서는 부부가 자식에게 누구를 택할 것인지 선택하라는 것과 같은 상황. 그리고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석이. 그러나 영란과 호란이 각자 집착했던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차가운 현실을 직면하게 되는 순간 이들은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돌아와 한 잔의 맥주로 마음을 달래며, 다시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다. 어느덧 스며들어 버린 가족 같은 석이에게 새로운 꿈을 향한 발걸음에 동참하기를 제안하면서..이제는 자립이 가능해져 버팀목이 필요 없어진 이 부부를 바라보는 석이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 많이들 요정을, 요행을 바라지만 그것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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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드라마, 잔잔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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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시나모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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