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국도
Route 1, 2021
김기덕 감독의 모든 영화는 인간을 막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그 안에서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그 방법이 보편적이지 않은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간혹 시련에 빠진 인생은 어쩔 수 없이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기도 하며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성공한 선택과 실패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 또한 반드시 두 개의 결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과 실패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니까!
아스팔트 도로 위! 차에 뛰어들며 쓰러지는 남자, 길에 버려진 강아지, 혹은 피 흘리며 죽어있는 시체와 같은 상징들로 표현되는 영화 1번국도는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한 일두(백종환)와 부모의 빚 대신에 팔려 가는 빌어먹을 인생을 살게 된(혹은 이미 그런 인생을 살고 있던) 윤서(안현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각자의 이유로 안타까운 삶을 살고 있지만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의외로 안정적인 상태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윤서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제외한다면.
돈으로 묶인 관계이기에 또다시 어딘가로 팔려 갈 운명인 윤서를 일두는 잠시 보관 관리하며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이가 바로 그 사건(사무실의 돈을 훔친)과 연관이 있는 유씨(민태율)인데, 그 비밀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덕분에 그들은 우연으로 엮인 이상한 동행을 시작한다. 돈가방을 가지고 있는 유씨와 그 돈을 찾아야만 하는 일두, 그리고 사실 그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지만 어쩌다가 함께한 윤서까지. 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셋으로 확장된다.
다만 일두에 대한 유씨의 관심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일두는 당연하게도 그와 엮이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유씨에 대해 무관심한 탓이기도 하며 그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윤서를 통해 자꾸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변화의 징조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본인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듯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노력한다. 아마 강아지가 등장하는 이유도 그의 성격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드러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관계가 크게 변하는 순간은 역시나 윤서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이며 그를 돌보는 행위를 통해 이전과의 차이는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녀를 걱정(어디로 팔리는 것인지 확인하는 행위)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완전히 돌아서는 계기가 된 지점은 바로 여기이며, 그녀를 위협하는 존재를 끊어내는 상황 또한 그 후에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어딘가에 묶여있고 자유롭지 못하며 불안정한 상태이다. 초조함의 원인은 윤서가 아닌 그 자신에게 있으며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끊어내고자 한다.
어머니에게 버려진 일두가 찾은 어머니와 닮은 국밥집 아줌마(어머니일 가능성이 농후한)는 다시 일두를 버리며 관계의 종말을 선언한다. 비참한 순간을 재차 맞이한 일두는 과거에 버려진 사실을 부정하며 본인 스스로가 그녀를 버리겠다고 선언하고 관계를 끊지만, 여전히 그 관계는 혈연에 의해 끊기지 못하고 있음을 손에 묶인 테이프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윤서 역시 집으로 돌아가 그녀를 팔아버린 아버지를 버리면서 이야기는 완성된다. 그녀가 동생과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면서.
모든 인생의 끝은 반드시 존재한다. 우린 그 길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며, 그저 그 길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을 바라며 열심히 걸어갈 뿐이다. 게다가 길은 오직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린 선택을 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으로 원치 않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지만, 무조건 낙담할 필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린 그 뒤에 기다리고 있을 행운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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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에 빠진 인생을 간접경험해보고 싶다면..
흑백 영화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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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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