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가족
Highway Family, 2021
김기덕 감독이 카메라에 담아냈던 세상은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불편한 조각들처럼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했던 현실과 진실에 가까운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가 만든 영화에 불편함을 느낀 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며 그럼에도 그 이유는 저마다 다를 수밖엔 없다. 이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차이가 드러날 수밖엔 없으며, 밑바닥 현실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것은 그저 불편하고 어두운 환상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고속도로에서 앵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마치 우리의 현실과는 상관없는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엔 없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느낄 불쾌함(영화에 대한 감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그러한 현실에 대한 불만의 느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질 여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이들을 거리에 내놓은 부모에 관한 문제, 그리고 또 하나는 그들을 돕지 못하는 사회 현실의 문제일 것이다.
기우(정일우)를 볼 때 느껴지는 최우선적인 감정은 연민이나 동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혹은 지숙(김슬기)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그들의 존재는 그래서 기우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가족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며 돈을 빌리는 구걸 행동은 그야말로 미래가 없는 어른스럽지 못한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차라리 그는 처음부터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기우를 따르는 지숙의 행동조차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엔 없으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그저 거짓으로 돈을 빌리는 행위를 통해 아주 잠깐의 현실을 이어갈 뿐이지 이는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도움의 손길이 아니다. 그래서 영선(라미란)의 등장이 그들에겐 구원이 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한 줄기의 빛이 된다.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영선에게 기우의 가족은 그녀가 돌봐야만 하는 그녀의 또 다른 가족으로 서서히 자리한다. 다만 여기에 기우는 함께하지 못하며 가장 먼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엄마만이 그 안에 함께 한다. 도환(백현진)과 갈등이 생기며 약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들을 굳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의 노릇을 하던 기우가 사라지며 영선을 중심으로 한 가족은 그렇게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영선 또한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며 새롭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기우는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지숙의 남편이기에 언제나 그들의 관심 안에 존재할 수밖엔 없다. 버려진 존재가 아닌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그 관계는 마치 영선으로 인해 분열된 것처럼 오해를 낳게 되고, 기우의 파멸적인 행동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그들을 몰아세우고 만다. 미래를 위해 가족을 놓아주는 판단이 아닌 전부를 파괴하려는 그의 행동은 끝까지 가족의 미래가 아닌 바로 그 순간만을 위한 그의 어리석은 선택에서 벌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인간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이런 유형의 영화를 보는 것이 유독 힘든 이유는 그것이 곧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직접 본 것은 아닐지라도 앵벌이하는 현실의 아이들을 떠올리면 매우 슬프고 안타까울 것이다. 물론 그런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괴롭고 안타까운 것으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의 관심이 거기까지 닿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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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일우의 연기력이 기대가 된다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이야기가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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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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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상문배우: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장르: 드라마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28분개봉: 11월 2일간단평‘기우’(정일우)와 ‘지숙’(김슬기) 부부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집 삼아 유랑 생활을 한다. 아빠가 휴게소를 찾은 이들에게 나중에 갚겠다면서 빌린 2만 원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궁핍한 일상이지만, 아이들은 휴게소를 놀이터 삼아 즐겁게 보낸다. 어느 날, 한 번 차비를 빌린 적 있는 ‘영선’(라미란)을 다른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면서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길 위로 밀려난 가족과 자식을 잃은 아픔을 지닌 또 다른 가족이 있다. <고속도로 가족>은 우여곡절을 거쳐 서로 보듬는 두 가족을 통해 정서적 유대와 연대를 환기하는 작품이다. 신나게 앞장서서 걸어가는 아빠와 그 뒤를 따르는 어린 딸과 아들, 그리고 엄마. 영화는 노숙 생활하는 일가족을 가벼운 톤으로 비추며 출발하지만, 점차 무거운 현실을 반영하며 주제에 접근해 간다.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 셋째를 임신한 엄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아빠 기우의 아픈 정신에서 오는 돌발 행동 등을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게 한다. 선뜻 납득되지 않은 상황과 결말을 위한 준비된 설정 같은 매끄럽지 않은 지점이 없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설득에 성공해 유효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을 찾은 정일우는 트라우마를 지난 노숙자 아빠 ‘기우’로 혼신의 연기를 펼쳐, 불안과 걱정 그리고 연민을 자아낸다. 영선 부부(라미란, 백현진)의 현실 부부 같은 호흡과 차분한 연기는 영화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데 크게 일조한다. <죽여주는 여자>(2016), <어른들은 몰라요>(2021)의 조연출 출신인 이상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겸한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올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