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크
awake , 2021

영화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이다. 연극 또한 과거나 미래로 시간대를 설정해 그에 맞는 무대를 꾸며 잠시나마 관객들을 그곳에 빠져들게 만들 수는 있지만 단조로운 공간의 눈속임은 모든 것을 가릴 수 없기에 시간을 계속 거스르기가 어렵다. 반면 영화는 편집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그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으며, 연속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또한 CG는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데려다주고 결코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영화가 지닌 매력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폰 부스라는 영화가 주인공을 공중전화 박스라는 한정적인 장소에 머물게 만들며 재미를 끌어냈던 것은 결국 영화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흥미로운 각본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들, 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오직 연극에서만 볼 수 있는 과장된 연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캐릭터의 감정 상태를 관객들이 어느 정도 느끼며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웨이크는 연극적인 느낌만 많이 났던 영화였다고 생각되며, 그렇기에 더욱 공간의 한계를 많이 느낄 수밖엔 없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시체안치소 또는 냉동고라고 불러도 좋을 낯선 장소에 갇힌 세 사람의 이야기는 연극이 아닌 이상 오직 그곳에서만 풀어낼 필요는 없다. 영화는 그들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고 그들의 사라진 기억을 다양한 기호들을 활용해 그려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의 과거를 감추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장면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가 매우 궁금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나 그 덕분에 결말이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뭔가 대단한 이유가 존재할 것처럼 그려졌던 그들의 관계는 그저 자살을 위해 모인 관계에 불과했으며, 그들이 보는 환각과 환청의 원인들 또한 그들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들에 불과했을 뿐이다. 자신의 실수로 딸을 잃어버린 동혁(성지루)의 이야기가 동혁을 자살하게 만드는 이 뻔한 스토리는, 그럼에도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와중에 그려지는 이야기라는 사실만이 이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혜린(한지원)의 자살 이유(집단 괴롭힘에 의한 친구의 자살사건) 역시도 그녀가 직접적인 가해자로 활동했던 것은 아니며, 그저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단지 방관자의 입장에서 친구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그들은 순간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의해 자살을 선택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가 벌어진 탓에.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탓에.

다만 그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의 것들이기에 차라리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이 길게 그려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좀 더 쉽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죽어가던 4인의 인물 중 한 남자만이 그곳을 빠져나갔고 결국 소진을 포함한 나머지 두 명은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을 시체안치소에 갇힌 형국처럼 느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이들을 밖에서 지켜보던 그 남자는 저승사자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해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을 이용한 좀 더 복잡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선택했던 어웨이크는 예상과 다른 흐름에 살짝 놀랐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생각보다 단순해서 더 놀랐다. 아마 이를 소진의 이야기 하나로 집중해서 구성했다면, 동혁의 잃어버린 딸을 소진과 연결 짓거나 혜린의 이야기 또한 소진의 것으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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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장소 이동이 거의 없는 영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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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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