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Revolver,2005

다소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해 서로 얽히고설키며 관계를 맺고 하나의 결말을 향해 빠르게 흘러가는 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가 줬던 충격은 이미 타란티노의 영화를 통해 느꼈던 뒤죽박죽 엉킨 시간의 흐름과는 또 다른 유형의 것으로 다가오며 재미를 줬던 수작이다. 코믹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최고의 오락영화! 그러나 스내치를 지나 리볼버와 락큰롤라로 이어지는 가이 리치의 행보는 살짝 아쉽게 느껴질 수밖엔 없었다.

매너리즘과는 또 다른 이야기. 그것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발생한 문제라기보단 이야기가 지닌 힘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고 본다. 스내치를 통해 브래드 피트와 베니치오 델 토로를 기용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득이었을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그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는 것이었는지를 논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는 다시 리볼버의 문제로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사이에 마돈나와 함께 한 또 다른 리메이크작도 있지만..

결국 가이 리치의 영화는 타란티노가 보여줬던 성공적인 단계(저수지의 개들에서 펄프픽션으로 넘어가는)를 밟지는 못했고, 그래서 타란티노와는 달리 리볼버 혹은 락큰롤라를 끝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갈 수밖엔 없었다고 생각한다. 유명 상업영화 감독의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다만 그 변화가 오히려 득이 되어 보다 큰 성공을 거두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초기작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어쨌거나 리볼버는 어지럽고 복잡할지라도 빠른 전개를 통해 좀 더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으며, 보다 개성 강한 조연들이 필요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짐 자무시의 동양적인 캐릭터는 어색하게 느껴졌고 영국식 특유의 억양이 주는 개성적인 말투가 사라져서 그런지 코믹한 요소도 줄어들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점점 더 늘어난 느낌마저 든다. 당연히 이 영화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인물인 제이크 그린(제이슨 스타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그 어떤 캐릭터도 빛이 나지 않는다.

7년간 독방에 갇힌 남자의 의미는 이 영화의 반전을 위해 잘 깔아놓은 초석이었으며, 양쪽 방에 존재했다던 사기꾼과 체스의 신 이야기는 그들이 곧 그 자신인 것처럼 하나로 융합되는 장면을 필요로 했다. 즉 영화의 후반부에 제이크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된 순간, 독방에서 마치 그들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장면을 집어넣었어야 하는 것은 뻔하면서도 꼭 필요한 장면이라 생각하며 이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비밀을 쉽게 이해시켜주는 열쇠이자 영화를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엘리베이터에서 다양한 인격을 드러내며 자신을 통제하는 제이크의 모습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게다가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진지해지고 무거워지며 끝에 가선 도로시(레이 리오타)의 난해한 선택과 함께 끝을 내며 관객들의 머리에 물음표를 뜨게 만든다. 인간이 붕괴되고 무너지는 계기는 워낙 다양하기에 도로시 또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영화는 봐도 봐도 의문이 든다.

데이빗 핀처가 파이트 클럽을 통해 보여줬던 해리성 인격장애와 닮은 듯 다른 리볼버는 제이슨 스타뎀과 레이 리오타의 대립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일방적인 관계로 끝나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오히려 시시하게 느껴졌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기도 무척 어려웠다. 잔뜩 무게 잡고 뭔가 대단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하기보단 어깨에 힘 좀 빼고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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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리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인격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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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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