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HUNT , 2022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서 스파이가 누구인지 관객들에게 공개하는 타이밍을 활용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아직 스파이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궁금증을 최대한 증폭시키고, 이후 스파이를 공개한 뒤에는 그의 정체를 인질 삼아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자칫 공개하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거나 혹은 늦어지게 되면 관객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기에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정재 감독의 입봉작 헌트는 약간 늦긴 했어도 이중장치를 활용해 변수를 창출하고 있다.

무간도의 경우처럼 경찰과 범죄조직 양측 모두에 스파이를 심어두는 경우 이야기는 두 개로 분리되어 진행된다. 일단 각자 반대편에 서서 상황을 풀어가며 사건을 통해 마주하게 되고 궁극엔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하지만 헌트는 처음부터 하나의 공간에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스파이를 심어두며 큰 물줄기 속으로 그들 모두를 함께 흘려보낸다. 덕분에 관객들은 스파이의 정체를 찾는 것에만 열중하다 뜻밖의 반전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동상이몽의 스파이 둘을 마주하게 된다.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으로 갈린 둘을..

보통의 경우였다면 가장 의심스러울 수밖엔 없는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를 계속 용의선상에 올려놓다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북한의 간첩 동림이었음을 공개하며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 차례 더 변화구를 던지며 결국에는 그들 모두가 불순분자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영화가 남북사상의 대립보다는 독재정권의 타도를 제1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목적성은 전혀 다르며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 역시도 완전히 같다고 볼 순 없다.
대통령을 암살하고자 하는 이유를 광주에서 찾았던 김정도의 모습과 북한의 명령에서 시작한 박평호의 모습은 전혀 다르며, 그렇기에 그들은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결코 하나로 뭉칠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마지막 순간 박평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목적을 버리며 남한을 구하는 것이었다. 대통령 사살 직후 전쟁으로 이어질 계획을 막아내기 위한 유일한 선택!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북한의 박평호가 남한의 김정도를 막아서는 매우 재미있는 장면으로 그려지며 관객들의 머릿속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칫 이 행위를 남한의 사상에 물든 박평호의 변절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행동은 좀 더 범우주적인, 인류의 평화를 위한 행동이라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김정도의 행동 역시도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나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미래가 아닌 현재이며 이는 오히려 과거의 트라우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의 목적은 박평호의 그것보다 훨씬 위험하며 직설적이다. 오직 악을 멸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최우선 과제이자 최선책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평호와 김정도의 계략은 모두 실패를 거둔 셈이 되었지만, 이는 곧 폭력으로 독재를 타도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의 발단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찍이 우리의 역사가 이를 증명했던 것처럼, 독재자의 제거가 독재의 완전한 절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래서 이 영화 또한 그런 의미를 전달하고자 그런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선 악을 제거하는 것으로 순간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순 있었겠지만..신세계에서 시작해 26년으로 흘러간 헌트는 우리의 현대 정치사를 다룬 영화로 보임에도 오히려 그것과 무관한 액션 첩보 스릴러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며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느껴지던 그 차갑고 냉소적인 결말이 이 영화에서도 느껴져서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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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감독의 입봉작, 그 내용이 궁금한 사람.
한국 정치사를 소재로 한 액션 영화가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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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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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정재배우: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유재명장르: 액션, 드라마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25분개봉: 8월 10일간단평북한 고위 관리의 망명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국정원 내부에서 ‘두더지’, 즉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오른다. 국내팀 ‘김정도’(정우성)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는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 두고 일명 동림’이라 불리는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1983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헌트>는 아웅산 테러,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 대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사실감을 살리되 이에 매몰되지 않고,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파이 액션 영화다. 영화의 미덕은 매우 분명하다. 박평호의 해외팀과 김정도의 국내팀이라는 명확한 대결 구도를 설정한 후 ‘동림’의 정체를 함구하는 데 성공, 끝까지 긴장감과 호기심을 높이며 쫀득하게 끌고 간다. 스파이든 아니든 실제적 진실보다 폭력적인 조작과 선동이 무성했던 엄혹하고 야만적인 시대의 분위기는 긴박감을 불어넣는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영화는 이런 정서를 서스펜스의 장치로 활용, 적재적소에 서슬퍼런 기운을 효과적으로 분사한다. 캐릭터의 절제된 활용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역시 돋보이는 요소다. 박평호와 김정도, 두 주인공에게 집중한 영화는 관객의 관심이 여타 캐릭터로 분산되지 않도록 안배한다. 두 사람의 오른팔 격인 ‘방주경’(전혜진)과 ‘장철성’(허성태) 캐릭터의 운용이 대표적이다. 곁가지 서사를 붙이기보다 메인 캐릭터를 위해 충실하게 복무하는 선택과 집중의 묘를 보인다. 이정재와 정우성, 액션을 잘하기로 유명한 두 배우가 격돌하는 장면 장면은 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다. 슈트 핏으로 휘감은 한껏 각 잡은 액션은 <헌트>만의 볼거리라 할 만하다. 주연을 맡은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일찍이 주목받았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한산>, <비상선언>, <헌트>까지 일주일 단위로 대작이 개봉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올해 여름 극장가의 마지막 주자다. 선호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평소 스파이 액션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거울 작품이다.
2022년 8월 8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