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Cassiopeia,2021

기억이 없는 인간을 우리는 과연 진정한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기억을 잃어버린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 중의 하나로, 숨겨진 기억에 담긴 각양각색의 사건들을 활용해 다양한 재미를 유발한다. 물론 그 재미란 웃음의 키워드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것을 의미하며 여기엔 관객들의 슬픈 감정을 자극하는 페이소스적인 요소 또한 담겨 있다. 다만 이는 자칫 억지스러운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영화를 통해 더욱 피곤한 경험을 하게 만들 여지도 있다. 지나친 슬픔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서 능력 좋은 변호사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서현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영화 카시오페아는 특이하게도 그녀의 직업을 또다시 변호사로 정해놓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가 먼저 기획되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드라마에서 동일한 직업을 들고 나온 것이 아쉽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 부분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두 작품 속 배우 서현진의 모습이, 그녀가 수행해야 할 몫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강인한 인상을 지니고 있는 수진(서현진)은 오수재와 닮았지만 그녀에겐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어있고 지나(주예림)라는 딸도 있다. 아마 왜 오수재인가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 역시도 아주 약간은 닮아있음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주변 상황들이 활용되는 방법 만큼은 적어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인상을 보다 각인시키기 위해 영화는 초반부터 수진의 현실을 매우 집요하게 보여준다. 딸을 대하는 태도에서 발생하는 이중인격자와 같은 모습은 그녀에게 아주 커다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인물로 등장하는 아버지 인우(안성기)는 이 영화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며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일반적인 기준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는 나이를 많이 먹은 이들에게 찾아오는 병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영화는 이를 거부하고 수진에게 그 역할을 부여한다. 병수발을 드는 행위 또한 나이가 적은 이들이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행하는 것이 아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에게 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바로 인우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최악의 병은 수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그녀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두려움에서 발현된 광기가 담긴 행동은 그녀에게 주어진 상황을 거부하는 발악인 동시에 그것을 넘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보인다. 다만 정해진 운명처럼 다가오는 시간의 역행은 그녀를 점점 더 어리게 만들어버리고, 마지막 순간 지나와 수진의 위치를 뒤바꾸며 그녀를 완벽한 어른 아이로 만들어버린다. 딸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엄마가 되어버린 채.

그렇게 그녀가 모든 것을 잃어가는 순간을 보여주며 영화는 수진을 지나의 품에 맡긴 채 끝내고 있지만, 이 영화의 숨겨진 결말이 해피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끝까지 역행했다고 생각되며 그녀는 본인 스스로가 말한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이 사라진 인간이 과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한 채, 인간이라 불릴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결국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갈 수밖엔 없다. 애완동물 혹은 살아있는 인형과 같은 상태로..

영화에서 말하는 북극성을 찾기 위한 방법은 우리가 나 자신을 인지하기 위한 방법과도 같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카시오페아에 담고 있으며 습관적 행동을 통한 방법 등을 활용해 기억을 각인시키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과연 수진의 삶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 든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를 위해 가족의 사랑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
 |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영화가 보고 싶다면.
배우 서현진을 좋아하는 사람.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감독: 신연식배우: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01분개봉: 6월 1일간단평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변호사 ‘수진’(서현진)은 매사에 완벽을 추구했으나 최근 깜박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진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안성기)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고, 수진의 건망증은 점점 심해진다.<카시오페아>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변호사 딸과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아빠의 동행을 촉촉하게 담은 작품이다. ‘치매를 앓는 부모를 돌보는 자녀’라는 통상의 구도를 뒤집어 기억과 더불어 ‘자기’를 잃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에 포커싱해 가족과 관계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젊고 늙고를 떠나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은 당사자와 그를 돌보는 가족 모두에게 지극히 고통스러운 시간인데 영화는 이를 특별히 부각하지도 희석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표현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이때 아버지로 분한 안성기의 차분한 연기가 크게 한몫한다.또 아버지-딸(안성기-서현진)과 엄마-딸(서현진-주예림)로 이어지는 한결같은 ‘내리사랑’이 감지되는 지점에서는 은은한 통증과 어떤 숭고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녀로 호흡을 맞춘 안성기와 서현진, 두 배우의 어울림이 좋은 영화로 어느 한쪽이 도드라지기보다 둘이라 더 빛나는 인상이다. 영화 <동주>(2015)의 각본과 <페어 러브>(2009), <러시안 소설>(2013), <로마서 8:37>(2017)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2022년 5월 3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